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2013)


2007년 시카고에 대한 글을 쓰려고 계획 중이던 존 말루프라는 부동산업자가 창고 경매에서 한 무더기의 네거티브 필름을 샀습니다. 혹시나 쓰는 책에 필요한 사진이 있을까해서였죠. 그의 책에 들어갈만한 사진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은 사진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던 그의 눈에도 특별해 보였죠. 그는 인터넷에 사진들을 올리고 누가 그 사진작가인지 추적했습니다. 창고 주인의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 그리고 그 사람이 평생 동안 유모로 일했던 할머니였다는 걸 알아차린 건 2009년에 신문에 난 부고란을 통해서였습니다. 세계가 거리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존 말루프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을 대중에게 소개해왔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필름들을 수집했고 (그 중 대부분은 인화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전시회를 열고 책을 출판했지요. 비비안 마이어는 2007년 이전엔 사진에 별 관심도 없었던 남자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도 그가 공동 감독을 하고 출연을 한 영화지요. 그는 이 영화에서 그가 2007년 이후 추적해 온 비비안 마이어의 일생을 재구성해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워낙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마이어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천재 괴짜 예술가에 대해 품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천재 괴짜 예술가들의 특이한 점은 그 특이함 자체가 진부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봤더니 천재 사진작가였던 미치광이 메리 포핀스'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을 걸요. 당연히 이 인물만으로도 영화 하나를 채울만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 대부분은 마이어를 유모로 고용했던 부모와 아이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들 중 한 명은 유명인사입니다. 필 도나휴요. 실제로 마이어는 필 도나휴와 그의 가족들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들이 증언하는 마이어는 재미있고 종종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종종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학대를 증언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유모와 거리를 다니며 함께 했던 신나는 모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죠. 물론 두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는 사람들도 있고요.

영화는 마이어라는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사진에 집착했는지,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으면서 인화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왜 자신의 사진을 발표할 생각이 없었는지, 우린 끝까지 모르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영화를 거치면서 마이어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마이어가 찍은 사진들은 놀랄만큼 생생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고 때문이죠. 마이어의 삶이 정리되고 드러나는 동안 마이어의 사진들이 그 전기적 사실 위로 천천히 내려와 겹쳐지는 것입니다.

영화는 보다 일반적인 질문들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비비안 마이어의 허락 없이 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일생을 폭로해도 되는가? 만약 사진작가가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보지도 못 했다면, 후대 사람들이 인화해서 골라낸 작품들이 과연 온전한 사진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모두 '네'라고 생각하지만 토론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14/05/11)

★★★

기타등등
영화는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지만 존 말루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는 우연히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문외한이고 그 자신도 그것을 알아요. 영화 내내 그는 예의 바르게 마이어의 뒤에 숨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에고가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게 보입니다. 아직도 마이어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반응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전 그가 자신이 물려받은 유산을 다루는 동안 스스로를 어떻게 키워낼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그의 공식 페이지에 가보니 그는 얼마 전부터 직접 거리 사진을 찍기 시작했더군요.


감독: John Maloof, Charlie Siskel, 출연: Vivian Maier, John Maloof, Mary Ellen Mark, Phil Donahue

IMDb http://www.imdb.com/title/tt271490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3983

    • 모두 '네'라고 생각하지만 토론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 모두 '아니오'라고 생각하지만 토론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 오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네'가 듀나님의 입장이라는 건데요...
    • 말은 공동 연출자라지만, 왠지 그는 또다른 출연자처럼 보이더군요. 진짜 베테랑 감독은 카메라 뒤에 따로 이 모든 상황을 조정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고요.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그의 비전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좀 의문입니다.
      • 많이 들어갔을 걸요. 그가 지금까지 쓴 책이니, 글들만 포함해도 상당합니다. 이미 그가 쌓아놓은 재료는 영화 찍기 전에도 상당한 수준이었어요.
        •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연출자가 아니라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료처럼 보였어요. 가장 중요한 재료와 여정을 제공했고, 심지어 감독크레딧에 이름까지 올렸지만... 왜인지 이 능수능란하고 드라마틱한 다큐에 탐정-추적자 역을 맡은 또 다른 한 명의 등장인물처럼 보였다는 겁니다.


          편집과 구성에 그의 손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단 점에서 비교하면, 뭐랄까..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티에리를 본 느낌이었어요. 결은 전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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