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티티 The Entity (1982)


시드니 J. 퓨리의 [엔티티]는 제가 비디오 가게 전성시대 때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순전히 커버와 시놉시스만 보고 빌려봤던 수많은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그 때 제목도 [엔티티]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심령의 공포]라는 제목이 병기되던데 그게 비디오 출시제였나? 기억 안 납니다.

칼라 모란이라는 30대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벌써 아버지가 다른 애들을 셋이나 키우고 있고 맏이가 16살이니 그 동안 삶이 참 기구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죠. 그래도 그럭저럭 직장에 다니며 애를 키우며 살아가던 칼라에게 끔찍한 일이 닥칩니다. 혼자만 있는 방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음. 믿거나 말거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오드리 로즈]의 원작자인 프랭크 드펠리타가 쓴 소설이 원작인 건 맞는데 그 소설이 도리스 비더라는 여성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거든요. 지금도 Doris Bither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이상한 불빛이 떠도는 음침한 흑백 사진들이 걸립니다.

도리스 비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건, 영화 속 칼라 모란이 겪는 고통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성폭행 자체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행히도 영화 중반에 이르면 주변 사람들은 칼라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요란한 귀신이어야 말이죠.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컨저링]과 같은 귀신 쫓는 영화들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칼라는 자기 말을 들어주는 전문가들을 만나고 수많은 첨단 기기로 무장한 우군과 함께 최후의 대결을 벌입니다.

단지 여기엔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칼라를 겁탈한 존재의 정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게 죽은 사람의 영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어떤 존재인 거죠. 이를 잡으려는 초심리학자들의 노력도 SF적으로 보입니다. 액체 헬륨을 부어 그 존재를 냉동시키려 하거든요.

다른 하나는 초심리학자들보다 칼라를 도우려하지만 초자연현상을 믿지 않는 정신과의사 슈나이더만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이건 연애 이야기가 없는 이 영화에 어느 정도 성적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겠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이야기에 어느 정도 객관성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확실히 칼라 모란은 문제가 많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니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 절대로 아니라고 보는 것도 이상하겠죠.

성폭행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엔티티]도 의도가 무엇이건 음란하게 소비될 위험성을 품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바바라 허쉬의 진지하고 위엄있는 연기 덕택에 이들 상당수는 제거됩니다. 완전히 없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14/01/25)

★★★

기타등등
마틴 스콜세지가 뽑은 호러 영화 11편 중 하나입니다.


감독: Sidney J. Furie, 배우: Barbara Hershey, Ron Silver, David Labiosa, George Coe, Margaret Blye, Jacqueline Brookes, Richard Brestoff, 다른 제목: 심령의 공포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233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309

    • 정말 검색해 보니 요상스런 흑백 사진들이 나오는군요.
    • 심령의 공포는 우리나라 극장 개봉제였습니다.
      • 그렇군요. 정보 감사.
    • 그 호러영화 리스트가 이거군요.
      http://www.thedailybeast.com/articles/2009/10/28/martin-scorseses-top-11-horror-films-of-all-ti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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