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2013)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안 하면 시리즈 리뷰에 구멍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우선 예상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봤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어느 정도 포기하고 봐서 더욱 그럴 거예요. 원작과의 비교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고 심지어 [반지의 제왕] 삼부작 영화의 기시감도 트집 잡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냥 애트모스 음향과 함께 나오는 HFR 입체 영상을 즐겼어요.

영화는 옛날 몇 번 찾은 적 있던 유원지의 재개장 행사와 비슷했습니다. 놀이도구도 새로 갖다놨고 쇼도 새로 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몇 번 찾은 곳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죠. 그곳을 찾은 이유도 사실 그 때문이고.

유원지 비유가 자동적으로 떠오른 건 이 영화의 액션 대부분이 루브 골드버그 머신으로 지은 롤러코스터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불가능한 물리적 연쇄반응이 롤러코스터의 속도로 질주하는 거죠. 48프레임이 제 감상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넋놓고 보면 재미있습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가 않더군요. 그건 상당한 성취죠.

하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는 1편과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방황합니다. 더 재미있어지긴 했어요. 액션이 드디어 본론에 들어갔으니까요. 하지만 당연히 주인공이어야 할 빌보가 비중이 너무 작고 캐릭터도 어두워졌어요. 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장엄한 프리퀄을 만들려는 무리한 시도 때문이죠. 갑자기 커진 스케일을 채우기엔 빌보가 너무 작고, 다른 사람들로 채우려니 [반지의 제왕] 캐릭터들만큼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없고, [반지의 제왕] 사전 정보들을 잔뜩 깔자니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어두워지죠. 전 타우리엘처럼 새로 만들어진 인물이나 깊이가 더해진 바르드와 같은 인물들에게 특별한 불만은 없습니다만(둘 다 예상 외로 괜찮습니다) 영화에 들어간 의도적인 부풀림이 온전하게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도 스케일 부풀리기는 계산착오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모험이 근사하게 보이는 건 동화풍으로 가볍게 전개되던 이야기에서 묵직하고 심각한 무언가가 자라나 툭 떨어지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까 프리퀄로 만들려고 해도 [호빗]은 작고 가벼운 게 좋단 말입니다. 지금은 배보다 배꼽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상태예요.

[제국의 역습]이 그랬던 것처럼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클리프행어로 끝이 납니다. 양만 대충 보면 3분의 1정도 남긴 했어요. 하지만 액션이 다음 편에서 완결된다고 해도 [반지의 제왕]만큼의 충족감은 주지 못할 겁니다. 프리퀄로 만들면서 그 충족감의 기회를 날려버렸으니까요. 그냥 델 토로가 한 편짜리 팬질 영화를 만들 수 있게 상황이 흘러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13/12/21)

★★★

기타등등
목동 메가박스 M2관에서 지난 목요일에 봤습니다. 다른 상영관에서는 화면과 사운드의 싱크가 맞던가요? 아주 살짝 어긋난 것 같아서...


감독: Peter Jackson, 배우: Ian McKellen, Martin Freeman, Luke Evans, Stephen Fry, Cate Blanchett, Benedict Cumberbatch, Richard Armitage, Ken Stott, Graham McTavish, William Kircher, James Nesbitt, Stephen Hunter, Dean O'Gor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1170358/
Naver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62718

    • 저는 코엑스 M2에서 봤는데 화면이랑 사운드 싱크 어긋나는 것은 모르겠던데요. 제가 몰랐을 수도 있는데, 같이 본 친구도 얘기가 없었던 걸로 봐서 싱크는 맞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넋놓고 재미있게 봤어요. 근데 나와서 이거 호빗인데, 하면 아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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