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후드 Boyhood (2014)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배우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를 찍은 방식 자체죠. 그는 2002년에 엘라 콜트레인이라는 6살 소년 한 명을 캐스팅해서 12년 동안 조금씩 그의 성장을 찍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도는 마이클 윈터보텀이 [에브리데이]에서 시도한 적 있는데, [보이후드]가 먼저 시작했고 담아낸 기간도 이 쪽이 압도적으로 깁니다.

영화의 내용은 메이슨이라는 소년과 그의 가족 이야기죠. 그의 엄마는 이혼한 뒤 메이슨과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를 키우면서 텍사스의 여러 도시를 오가며 살아갑니다. 그 동안 결혼을 두 번인가 하고 학위를 따고 대학에서 자리를 잡죠. 메이슨은 그 동안 연애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사진가로 진로를 정하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대학에 들어갑니다.

영화 자체는 정말로 리처드 링클레이터스럽습니다. 딱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에 나올 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딱 리처드 링클레이터스러운 대사를 읊는데 그게 참 리처드 링클레이터스러운 거죠. [비포...] 시리즈를 따라간 관객들은 고향에 온 것처럼 친근할 겁니다.

단지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비포...] 시리즈는 하루의 짧은 시간에 한 편의 영화가 갇혀있고 그 영화들은 시리즈가 되면서 몇 년 식 퉁퉁 점프해가죠. 하지만 [보이후드]의 시간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1년에 15분 정도 찍는다고 계획하고 찍은 영화인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마치 1년의 간격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요.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심하게 바뀌어져 있지 않다면 시간이 흐른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죠. 이런 식으로 12년의 세월이 관객들의 눈 앞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보고 있으면 한 사람이 인생이 몇백배속으로 달려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특수분장없이 진짜로 나이를 먹어요. 종종 오싹할 정도입니다.

[보이후드]에서 매력적인 것은 그 세계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링클레이터가 텍사스의 싱글맘 가족의 일상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이 보냈던 21세기 초 미국의 대중문화와 시대 분위기가 현재형으로 찍혔다는 의미도 됩니다. 일반적인 극영화의 과거형 진행과는 전혀 달라요.

[보이후드]가 하는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이들과 압축된 12년을 같이 보낸 관객들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이 링클레이터 스타일의 조촐한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넘어선 보다 거대한 것, 즉 시간을 보여줍니다. [보이후드]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죽어갈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감각으로는 쉽게 잡아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오로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마술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라는 매체를 향해 만세라도 불러주고 싶을 정도죠. (14/10/22)

★★★★

기타등등
사실 관객이나 시청자들 앞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이를 먹는 배우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성공적인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만 해도 종종 10년 이상을 끄니까요. 이런 시리즈에 나오는 아역배우들 장면을 모아 [보이후드]식으로 편집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감독: Richard Linklater, 배우: Ellar Coltrane, Patricia Arquette, Elijah Smith, Lorelei Linklater, Ethan Hawke, Steven Chester Prince

IMDb http://www.imdb.com/title/tt106507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348

    • 헉 만점 이작품 내년 오스카 유력하다는 말도 있던데 정말 받을지도
    • '링크레이터스러운' -> '링클레이터스러운'
    • 우왓. 진짜 별 넷이군요.
    • 하지만, 하지만! ㅋㅋ

      이 영화 엄청 기다리고 있었어요.
    • '영화 타입캡슐을 담다'라고 말하고 싶더라고요. 기타등등의 내용으로 극중 엄마 역할을 했던 패트리샤 아퀘트가 같은 시기에 참여한 미드 '미디엄'시리즈의 세 딸 역할의 배우들 성장을 편집해보면 딱이겠네요. 부산영화제에서 신나게 보고 다음 영화 보려고 소향씨어터에서 센텀롯시로 이동하려는데 15분 밖에 남지 않아서 정신없이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길어요.. 그런데 긴줄 모르겠더라고요.
    • 한 사람이 인생이 -> 한 사람의 인생이
    • 대사는 링클레이터스러웠는데 내용은 나름 굴곡진 사연을 품고 있어서 의외였어요.비포 미드나잇의 부부싸움에서 공감을 얻어갈 때와 비슷한 만족감
    • 기타등등에 쓰신 것 같은 그런 편집이 가능할까요? 영화 어제 봤는데 마치 한번에 찍은 것 같은 자연스러운 호흡이나 색깔도 인상적이었거든요.
      암튼 정말 멋진 영화였어요.ㅠ_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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