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다섯 군대 전투 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2014)


[호빗: 다섯 군대 전투]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아이패드에 저장된 [호빗] 전자책을 꺼냈습니다. 딱 영화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열리더군요. 당연하죠. 2편을 본 다음에 내용 확인을 위해 2편 내용까지만 읽은 뒤 방치해두었으니까요. 나머지를 읽는 데에 한 20분 걸렸습니다. 아는 내용이라 건성건성. 노래 같은 건 적당히 건너뛰고. 그래도 이 영화의 기반인 이야기가 엄청나게 짧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스마우그가 죽은 뒤로 이야기는 정리 단계예요.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긴 하지만 주인공 빌보가 직접 참여하는 부분은 많지 않아요. "수많은 종족들이 엄청난 싸움을 벌이는데 호빗 하나가 그 구석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이 후반부의 소박한 감흥과 연결되고요.

하지만 144분으로 늘어난 이 영화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 프리퀄로 만들려고 추가한 부분들을 다 더하고 온갖 장면에 디테일을 더해도 여전히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남는 부분은 오로지 전쟁, 전쟁, 전쟁입니다. 톨킨이 몇 줄로 간단히 묘사한 부분에도 온갖 액션이 들어갑니다. 남의 이야기에 괜히 들어가 고생하는 레골라스의 경우는 거의 닌텐도 게임 주인공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피터 잭슨이 꼭 톨킨의 길을 충실하게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자체도 톨킨의 비전에서 많이 어긋난 영화였죠. 하지만 그 영화에서는 적어도 잭슨의 톨킨 해석을 받쳐줄 서사의 기반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게 없어요. 심지어 앞에 나온 [호빗] 시리즈 영화들과만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결과물이 거의 마이클 베이 식으로 부풀린 할리우드 액션 영화처럼 보이는 거죠. 비교적 독립적인 이 작은 이야기를 죽어라 [반지의 제왕]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요새 마블 히어로 영화스럽고.

전쟁 장면은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특수효과의 극한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반지의 제왕] 때보다 훨씬 발전했지요.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반지의 제왕]에서 느꼈던 아련한 아쉬움의 정취 같은 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차갑고요. 그럭저럭 불만없이 보긴 했지만 [호빗] 시리즈는 진짜 세계에 나가기 두려워 다니던 학교에 주저앉은 대학원생처럼 보입니다. 그냥 델 토로가 자기 개성 살려서 조촐한 소품으로 만들었다면 다들 좋았을 텐데. (14/12/22)

★★☆

기타등등
지금까지 나온 영화 세 편을 2시간 짜리로 압축한 팬 편집본이 곧 나올 거 같지 않습니까?


감독: Peter Jackson, 배우: Ian McKellen, Martin Freeman, Richard Armitage, Ken Stott, Graham McTavish, William Kircher, James Nesbitt, Stephen Hunter, Orlando Bloom, Evangeline Lilly, Lee Pace

IMDb http://www.imdb.com/title/tt231033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816

    • 이 영화의 기반을 이야기가 -> 이 영화의 기반인 이야기가

      그러게요, 한 편으로도 충분할 영화를 굳이 세 편으로 늘려서.
      • 기예르모 델 토로가 2부작으로 하려는걸 피터 잭슨이 3부작으로 만들었죠.

        톨킨 세계관 위에 뭔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많았던듯...주로 액션이요ㅋ
    •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제 학사 과정과 함께 끝났고 [호빗] 시리즈가 제 대학원 과정과 함께 끝난 걸 고려하면 마지막 문단이 특히 가깝게 다가오는군요. (취직해야 하는데.....)
      • 반지 시리즈가 시작될 때 전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호빗이 끝나면서 직장을 접어버렸네요;;
    • 남의 이야기에 괜히 들어가 고생하는 레골라스...ㅋ

      레골라스가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죠. 호빗에서 잭슨 감독과 각본가 필리파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요. 그래서 스란두일의 과거사와 그의 죽은 아내 이야기, 거기에 바르드의 민주화 운동까지....^^;;


      그런 한편으로 요정과 난쟁이의 동맹을 상징하는 타우리엘이라는 순수 오리지날 케릭터도 만들어지고...여튼 저는 잭슨 감독과 각본가 필리파가 만들고 싶어하는 얘기들 잘 감상했네요ㅋ
    • 사실 호빗 원작은 아이들 동화라...이야기 구조도 단순하고 케릭터들도 그닥 복잡하지 않은 평면적 구도로 되어있는데, 잭슨 감독과 필리파는 그런 단순함이 싫었는지 원한과 복수, 사랑과 질투라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넣어 장대한 영웅 서사시로 방향을 잡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방향에 찬성입니다ㅋ 원작의 팬들은 설정파괴라고 비난이 자자하지만 저는 톨킨의 원작에 어떤 부분에서는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영화의 방향이 썩 마음에 들었죠^^
    •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케릭터는 호수 마을의 바르드입니다.

      용을 잡은 영웅이지만 그는 원작과 달리 영주가 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2편에도 암시가 있었지만, 그는 영주제도를 폐지하고 선거를 해서 호수마을의 정치체제를 바꾸자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었죠. 여차하면 무장봉기까지 할 계획이었든지 무기도 숨겨놓았고...-.,-
    •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다 보니 호빗도 다 챙겨 보았죠. 그리고 저도 확실히 반지의 제왕이 더 땡겨요. 그래서 이상하게 호빗을 한 편씩 보고 날 때마다 반지의 제왕을 다시 한 번씩 봤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톨킨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쓴 편지를 펴낸 책이 있는데 한 번 기회되시면 보시죠. 반지의 제왕보다 더 땡겨요.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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