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탄 Leviathan (1989)


종종 비슷한 소재나 주제의 영화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해가 있는데, 1989년이 그런 해였습니다. 자그마치 여섯 편이나 되는 심해 액션 영화가 나왔죠.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 세 편이 소개되었습니다. [어비스], [딥 식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레비아탄]. 이들 중 아주 성공작은 없어요. 전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가 부당하게 무시당하는 수작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제목의 레비아탄은 침몰된 소련 선박 이름입니다. 해저 기지에서 은광 개발 임무를 맡고 있던 팀이 근처의 침몰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 있던 금고를 꺼내와요.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보드카를 몰래 마신 두 팀원이 죽는데, 그 시체가 점점 살인 괴물로 변해갑니다.

척 봐도 몇 년 전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가 거둔 성공에 자극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죠. 내용은 리들리 스코트의 1편에 더 가깝지만요. 사실 더 가까운 건 존 카펜터의 [괴물]이겠지만요. 스탠 윈스턴이 공들여 묘사한 인체 변형의 묘사는 [괴물]에서 이미 롭 보틴이 훨씬 거창하게 했었지요.

있을 건 다 있는 영화입니다. 스탠 윈스턴이 만든 괴물도 그럴싸하고 캐스팅도 괜찮습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쓴 작가는 [블레이드 런너]의 데이빗 피플즈. 음악은 제리 골드스미스가 맡았으니 이 정도면 믿을만한 전문가들이 꽤 많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잡기 쉽지 않은 선례가 있지만 원래 장르라는 것이 선례로 이루어지는 것이고요.

하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은 참 무난하기만 합니다. 있을 건 다 있는데, 그건 있을 것만 간신히 있다는 뜻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무리 스탠 윈스턴이 괴물을 예쁘게 뽑아도 영화가 이걸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영화 내내 제가 보았던 건 끝없이 이어지는 데자뷔의 행렬이었습니다. 설정에서부터 괴물의 격파 방식까지 모두 다른 영화에서 봤는데 지금 스크린에 뜨는 건 그 이전에 본 것의 열화 버전인 것이죠.

고백하지만 [레비아탄]은 제가 어렸을 때 극장에서 본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페노미나]였죠. 세월이 흐르면서 둘 다 약발이 닳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로 남아있는 [페노미나]와는 달리 오늘 다시 본 [레비아탄]은 그냥 싱겁기만 하더군요. 당시 이 영화가 그렇게 무서웠던 건 제 영화 감상의 경험이 부족했다는 증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 영화로 그런 공포체험을 했던 당시의 제가 종종 부럽기도 해요. (15/04/06)

★★

기타등등
2천원짜리 DVD로 봤는데 자막 번역이 정말 형편없더군요. 그냥 영어자막으로 볼 걸. 얼마 전에 블루레이가 나왔다던데 굳이 챙겨볼 생각은 안 듭니다.


감독: George P. Cosmatos, 배우: Peter Weller, Richard Crenna, Amanda Pays, Daniel Stern, Ernie Hudson, Michael Carmine, Lisa Eilbacher, Hector Elizondo

IMDb http://www.imdb.com/title/tt009773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411

    • 전 제목 보고 2007년작 레비아탄인줄 알았습니다. 듀나님이 이런 괴작도 보시는구나 했는데... 엇 찾아보니 원제가 레비아탄이 아니군요;; http://www.imdb.com/title/tt0489279/?ref_=fn_al_tt_1
      눈이 초롱초롱한 괴물이 나오는데 귀여워요...
    • 짜집기이지만 전 여전히 즐거운 기분으로 보더군요. (생물학과 전공이라서 꽤 많이 킬킬거렸답니다).

      참고로 평은 안 쓰셨지만 이버트 옹은 TV 쇼에서 시스켈과 달리 엄지손가락 올렸습니다. ([어비스]는 둘 다 Thumbs up).
    • 저도 어릴때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 영화입니다. 무난해서 더 그랬을지도요..
      어비스, 레비아탄, 딥식스를 다 봤는데 내용이 섞여서 기억 나는게 난감하네요.
    • 어비스 내용은 확실하게 기억나는데 레비아탄과 딥식스는 하나도 모르겠네요.
      등장인물 하나가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손바닥이 갈라지며 땡글땡글한 눈알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게 레비아탄이었나요?
        • 어릴 때 신문의 티비 편성표에서 그날의 영화를 소개하는 란에 딱 그 장면이 사진으로 올라와 있어서 "으핫, 이건 꼭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었죠.
    •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관람 갔었는데, 주인공이 영화 막판에 그 ㅆㄴ에게 주먹을 날리자 다들 기립박수를...!! ㅎ
    • 추억 돋는 이름입니다. 조지 P 코스마토스.. 람보2, 코브라, 카산드라크로싱, 에스케이프 아테네...
    • 아마 한국에 이 영화 재밌게 본 사람들 꽤 많을 겁니다. 특정 연령대에 몰려 있긴 하겠지만요. 하하.
      저도 어렸을 때 극장 가서 정말 재밌게 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생각해 볼 수록 쌈마이틱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실 지금은 당시 국내 티비에 방영 중이던 '맥스 헤드룸'의 아만다 페이스가 예쁘게 나와서 좋았었다는 기억만...;
      • 연식이 나오는 글이네요. ^^
        맥스 헤드룸... 89년에 방영했던 것 같은데 제 주변엔 특이한 친구들만 봤었죠.
        저도 재미있게 봤었는데 특히 아만다 페이스가 예쁜 것도 한 몫했죠.
    • 아만다 페이스는 당시엔 드물게 근육질이어서 신기했는데, 요샌 그런 식으로 몸 만드는 배우들이 많아서...
    • 개봉당시 보고나오면서 재미있었는지 재미없었는지 헷갈렸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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