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공모자들 Spiklenci slasti (1996)


얀 츠반크마이어의 [쾌락의 공모자들]은 체코에 사는 여섯 명의 변태들 이야기입니다. 후반 몇 분을 제외하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안 나옵니다. 아, 그리고 대사가 없어요. 중간에 잡지 제목을 잘라 붙여 만든 편지가 하나 나오긴 하는데, 그것을 제외하면 자막도 필요 없습니다. 거의 무성영화죠.

영화가 시작되면 우린 동네 신문가게에 들어와 야한 잡지를 사가지고 가는 남자를 보게 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고약한 변태예요. 하지만 야한 잡지를 사서 보다가 매트리스 속에 숨겨 놓는 것을 그의 '변태행각'으로 보면 곤란합니다. 그건 이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일들 중 가장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가 그 잡지로 하는 행동은 보통 남자들과 많이 다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여섯 명의 사람들은 모두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이웃이거나 고객이거나 그렇습니다. 여자 아나운서처럼 특정 주인공의 노골적인 욕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의미있는 인간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죠.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필요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판타지가 더 중요하죠. 단지 인간들이 맺지 못하는 관계를 각각의 판타지들이 맺고 있긴 해요. 사람들보다 판타지가 더 센 거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이들의 판타지 속에 점점 깊이 들어갑니다. 처음에 그들은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조금 깊이 들어가면 그들은 꽤 변태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그들은 점점 심해져서 도대체 변태라는 단어가 어울리긴 하는 건지, 이보다 더 센 다른 단어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아마 그 다른 단어는 '예술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판타지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고도로 복잡하고 창의적인 중간 과정을 통해 그 판타지에 다가가야 합니다. 그 과정을 예술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죠.

중반을 넘어서면 영화는 많이 자애로워져서 이들에게 판타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거의 완벽한 자유를 줍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 개입되는 것도 여기서부터죠. 어설픈 기계, 초라한 인형,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을 넘어서는 그들의 내면의 판타지를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도 여기서부터입니다.

에로틱한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들이 에로틱하다고 생각하는 판타지 대부분은 관객들에게 그냥 역겹거나 이해할 수 없는 기행처럼 보입니다. 그도 당연한 것이,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변태라고 불러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포르노 중 가장 변태스러운 포르노는 그냥 예술작품인 것입니다. (15/04/26)

★★★☆

기타등등
편지 내용은 "On Sunday"라고 하더군요. DVD엔 자막이 안 나옵니다.


감독: Jan Svankmajer, 배우: Petr Meissel, Gabriela Wilhelmová, Barbora Hrzánová, Anna Wetlinská, Jirí Lábus, Pavel Nový, 다른 제목: Conspirators of Pleasure

IMDb http://www.imdb.com/title/tt011771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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