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크 (2017)


열여섯 살 정애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그렇게 좋은 적도 없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나빠지는 곳이죠. 아버지는 암으로 죽어가고 있고 치료할 돈도 없습니다. 엄마랑 언니는 모두 가출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소식이 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정애는 친구 효정과 여행을 떠납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살짝 얽힙니다. 효정 역시 비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에 엄마를 버리고 떠난 친아버지를 찾는 것. 어쩌다보니 방향도 같습니다. 둘은 허탕을 치고 돌아가다 난처한 일에 말려들게 되는데, 그 때 찾아온 형사 중 한 명이 아무래도 효정의 아버지 같습니다. 우연이란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현상이지만 아무래도 이 이야기에서는 이런 우연이 지나치게 편리한 모양으로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마지막도 아니고요.

이 우연이 정애에게 좋게 작용하는 일은 없습니다. 앞에서 말했잖아요. 점점 더 나빠지는 불친절한 우주라고요. 그리고 그 불친절함은 정애 주변 사람들에게도 골고루 미칩니다. 가족은 조각조각 해체되어 가고, 이를 묶어줄 구심점 따위는 없으며, 무엇보다 경제적 빈곤이 사방에서 방벽처럼 그들을 앞길을 막고 있습니다. 정애의 선택 어디에도 장기적인 미래는 없습니다. 그나마 친구 효정과의 관계만이 이 영화에 어느 정도 빛을 더해줄 뿐이죠.

이 모노톤의 세계를 끌어가는 것은 정애의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노정의의 연기입니다. 부당하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고약하고 난처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동안에도 정애는 위엄을 잃지 않습니다. 쓸데없이 연민을 호소하지도 않고 늘 자기를 추스릴 수 있는 에너지를 스스로 끌어모으며 화면 중심에 서죠. 진정한 비극의 주인공이고 끝까지 아름답습니다. (17/12/05)

★★★

기타등등
감독의 전작 [복자]가 비슷한 테마를 다루고 있어요. http://youefo.com/film/1305


감독:정희재, 배우: 노정의, 김고은, 박희순, 김학선, 다른 제목: A Haunting Hitchhike

IMDb http://www.imdb.com/title/tt68229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8740

    • 올해 부국제에서 너무 피곤해서 못 본 영화인데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평이 좋네요.
    • 추수릴 수 있는 ☞ 추스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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