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Reflet dans un diamant mort (2025)

[리플렉션]은 엘렌 카테와 브루노 포르자니 커플의 신작입니다. 번역제는 좀 게으르고 무책임하죠. 1960년대 이탈리아 영화
제목의 어처구니 없음을 정교하게 모방해 제목을 지었는데 그 느낌을 다 날려버리다니. 원제는 [Reflet dans un diamant mort]. 그러니까
[Reflection in a Dead Diamond]예요. 프랑스어지만 이탈리아어로도 읽고 싶어지는 그런 제목입니다.
존 D.라는 늙은 스파이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입니다. 이 사람은 젊은 시절에 세르펜틱이라는 얼굴 없는 여자
악당을 추적한 적 있어요. 카테와 포르자니가 이 소재를 갖고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 리가 없습니다. 영화는
느슨한 꿈의 논리로 연결된 이미지의 다발이에요. 단지 영화가 정신이 그렇게 온전하다고 할 수 없는
노인네의 회상으로 전개되니, 이 정신사나움은 의외로 사실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파이 물, 정확히 말하면 [007] 영화의 히트 이후 유럽에서 많이 나온 스파이 스릴러의 아류작들을 흉내낸
영화입니다. [모데스티 블레이스], [디아볼릭]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물론 영화의 감수성은 철저하게
이탈리아스럽습니다. 스파이 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호러 감수성이 지배하고 있고요.
여성에 대한 폭력 묘사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게 그냥 나온 것인지, 60년대 스파이 영화에 대한 일종의
비평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경계선을 찾는 게 가능한 것 같지도 않고요. 그냥 둘 다일 수도 있겠죠. 단지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이런 장면들은 나중에 조금씩 레이어가 쌓이면서 정당성을 얻습니다. [리플렉션]은
스파이물이기도 하지만 스파이물을 만드는 유럽 영화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역시
내용보다는 스타일이 더 중요한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스타일이 내용인 영화지요.
(25/08/02)
★★★
기타등등
늙은 존 D.로 나온 파비오 테스티는 [핀치 콘티니가의 정원]에서 말나테로 나온 사람인데. 몰라봤죠. 이 영화에서는
늙은 숀 코너리처럼 보이게 분장했더군요.
감독: Hélène Cattet,
Bruno Forzani
출연:
Fabio Testi,
Yannick Renier,
Koen De Bouw,
Maria de Medeiros,
다른 제목: Reflection in a Dead Diamond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263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