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 (2025)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굉장히 직관적인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죠. 데몬 헌터 팀인 케이팝 아이돌 그룹 이야기입니다.
단지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권 사람들에게 '케이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이 제목이 직관적일 수 있는 시기는 비교적
최근에 찾아왔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루미, 미라, 조이로 구성된 헌트릭스라는 3인조 케이팝 그룹입니다. 조선시대부터 3인조 무당 팀이 악귀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왔는데, 그 대를 잇는 후예들인 거죠. 이들의 목적은 악귀들을 퇴치하고 그들을 영원히 인간세계로부터 차단하는 혼문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막고자 악귀들은 진우라는 악귀를 리더로 5인조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를 결성합니다. 헌트리스는 이들에
맞서려고 하는데, 여기엔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리더 루미가 사실은 절반이 악귀이고, 그 비밀을 진우만이 알고 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을 슈퍼히어로로 그린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전혀 놀랍거나 그런 게 아닙니다. 케이팝 아이돌 팀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 그건 거의 직관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선
이미 루나 스노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차 창작을 뒤지면 꽤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모릅니다만.
그래도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영화로 만든 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처음입니다. 그리고 처음은 언제나 중요하지요.
그리고 영화는 자기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도 갖고 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슈퍼 히어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귀들이 보이그룹이 되어 나타나는 설정은 나름 새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마 그들은 대부분 그 아이디어를 부끄러워 했을 것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겐 그런 수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설정은 정말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니까요.
영화의 각본은 여러 모로 짜깁기 같습니다. 예를 들어 루미는 여러 모로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겨울 왕국]의 엘사 같습니다.
루미와 진우의 로맨스는 대놓고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 속에서 진행됩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이야기는 [트와일라잇]과 같은
영어권 YA 소설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들은 모두 고정수요가 있는 것들이라 그 결합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은
건 당연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각본이 아주 좋은가,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루미의 감정 변화 묘사는 너무 성급하고
헌트리스 내부의 갈등은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해소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각본을 훌륭하게
다듬는 것보다 갖고 있는 재료를 최대한 재미있는 시청각 미디어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해가 갑니다. 수상쩍은 각본을 갖고도 명작 대접을 받고 있는 수많은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요. 물론 전
그 영화들이 보기보다 훌륭한 각본을 갖고 있다고 우길 수 있지만 여기서는 안 그러렵니다.
하여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만들어진 시청각 미디어의 힘은 상당합니다. 그리고 새롭기도 합니다. 팝 음악과
슈퍼히어로 액션을 이렇게 현란하게 결합한 예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 영화의 노래들이 일급 뮤지컬 영화 속 노래들이 그렇듯 액션과 드라마에 정교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교포영화' 중 가장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 작품일 거 같습니다. 여전히 이 영화가 그리는
한국은 좀 이상합니다. 현장조사와 공부만으로는 잡아내지 못하는 이상한 디테일들이 여기저기 보이죠.
아이돌 팬들은 이 영화 속 팬들과 미디어가 우리가 아는 케이팝 판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가뿐히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재료와 디테일도 또 많습니다. 무엇보다 주제와 스토리가 아주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국뽕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 상당수가 단순히 아는 사람들의 국뽕만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인 매력으로 연장됩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감초인 호랑이와 까치는 작호도에 대해 알고 있는 한국인들에겐 더 어필하겠지만
모르고 봐도 그냥 귀엽고 매력적입니다.
영화의 성공으로 속편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루미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미라와 조이 캐릭터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최소한 3부작은 나와야
한다는 말인데, 여기서부터는 쉬운 작업이 될 수 없습니다. 일단 2편부터는 [제국의 역습] 단계라
좋은 각본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와 기본 설정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이번 영화에서 다 했으니까요.
1편을 본 관객들의 요구는 영감을 줄 수도 있지만 방해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과연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 핸디캡들을 넘어서며 저를 놀래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25/07/06)
★★★
기타등등
아든 조가 나오는 또다른 케이팝 영화 [퍼펙트 걸]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Maggie Kang, Chris Appelhans,
출연: Arden Cho, 안효섭, May Hong, Ji-young Yoo, 김윤진, Daniel Dae Kim, Ken Jeong, 이병헌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205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