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보이 Good Boy (2025)

불치병에 걸린 남자가 한 동안 버려져 있던 할아버지의 시골 집에 들어옵니다. 몸은 글렀고 마음의 평화라도 찾으려고 그랬던 거겠죠. 하지만 그 집은 귀신 들렸고, 같이 온 개는 자기가 보지 못하는 걸 보는 거 같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귀신들린 집 영화의 도입부죠. 최근엔 비슷한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물이 수십개는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벤 레온버그의 [굿 보이]는 한 가지 면에서 아주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개입니다. 심지어 사람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아요. 영화 대부분이 개의 눈높이에서 보여지니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개는 본다’라는 익숙한 미신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영화입니다. 그 결과 영화의 스펙트럼은 지금까지 호러 영화가 건드리지 않았던 부분에 닿습니다. 대부분 호러 영화에서 이 설정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짖어대는 개의 뒷모습에서 멈추지 않습니까. 영화는 이 설정을 최대한 연장해서 호러를 넘어 찡한 멜로드라마에까지 끌고 갑니다. 이 정도면 개를 향한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가 주인공인 호러 영화는 전에도 있었습니다. 개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영화도 없지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V/H/S/2]에 실린 [Slumber Party Alien Abduction]은 개에 장착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보여지지요. 하지만 개를 공포 영화의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주인공으로 잡고 이렇게 밀도 있게 그린 장편 영화는 아마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불필요한 의인화를 하지 않고요.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개 인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진짜 같습니다.
이 경우, 촬영이 주연배우 개에게 정서적 학대가 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만들어졌을 거 같습니다. 영화에서 개가 극단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촬영 현장도 우리가 보는 것과 많이 달랐겠지요. 영화는 촬영과 편집의 산물이니까요. 무엇보다 개의 표정과 동작이 우리가 드라마 안에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PETA에서 이 영화에 ‘Great Filmmaking award‘라는 상을 주었는데 그 사람들이 조사를 대충하지는 않았겠지요.
이게 가능했던 것은 주연배우 인디(배역 명과 같습니다)가 벤 레온버그와 아내이고 프로듀서인 캐리 피셔가 실제로 기르는 반려견이어서입니다. 촬영에 400일이 넘어 걸렸고 촬영시간은 하루 3시간 미만으로 제한했다는데, 그건 기르는 개가 아니면 불가능했겠지요.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영화는 앞으로 그렇게 자주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25/10/27)
★★★
기타등등
인디의 품종은 노바 스코셔 덕 톨링 레트리버로, 레트리버 중 가장 똑똑하다는 평판이 있다고요.
감독: Ben Leonberg,
출연:
Indy,
Shane Jensen,
Arielle Friedman,
Larry Fessende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552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