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블루 Rainy Blue (2025)


야나기 아수나의 [레이니 블루]는 막 시네필이 된 여자고등학생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아오이는 처음엔 그런 게 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선생이 동네 시네마테크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보라는 벌을 내렸습니다. 같이 벌을 받은 친구들은 안 갔어요. 하지만 아오니는 동생과 함께 노인 관객들만 있는 그 극장을 찾아갔습니다.

여기서부터 이 친구가 오즈 야스지로의 팬이 되는 과정을 상상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조금 길이 다릅니다. 아오이는 오즈 야스지로의 단골 배우인 류 치슈의 팬이 돼요. 이게 아주 이상한 길은 아닌데, 아오이가 다니는 학교가 하필이면 류 치슈의 모교이고 근처엔 생가인 사찰도 있거든요. 선생이 오즈의 영화를 보라는 벌을 내린 것도 모교의 자부심 때문이었고요.

아오이는 그냥 혼자 쓰는 학교 영화 동아리 방에서 선배가 남긴 [레이니 블루]라는 영화 각본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어 자신의 각본을 쓰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인생의 발동이 걸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당연히 반대하고, 그 동안 잘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새 목표가 생긴 뒤로는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척 봐도 자서전적인 이야기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야나기 아수나는 실제로 류 치슈가 다니던 학교를 다녔고 그 나이에 시네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류 치슈와 나이가 딱 100살 차이가 난다고 해요. 음? 여기서 여러분은 잠시 생각을 멈추고 계산을 하게 됩니다. 야나기 아수나는 2004년생이에요.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화면 위에서 보았던 아오이 역을 연기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아오이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영화로 만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아오이의 방은 실제로 감독의 방이고 아오이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는 류 치슈의 손자인 류 겐조라고요. 야나기 아수나는 20살이 되기 전에 영화감독이 된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걸 정말로 실현한 모양인데, 그 추진력은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영화는 모범적으로 만들어진 성장물입니다. 깔끔하고 예쁘며 유머가 풍부합니다. 야나기 아수나는 배우로서 매력도 상당한 사람이고요. 원래는 배우 일을 먼저 하면서 영화 제작을 도와줄 인맥을 쌓았대요. 기술적으로 상당히 훌륭하고 영화적 영감이 풍부한 장면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노련한 어른 감독이라면 이야기를 이렇게 풀거나 편집하지는 않을 텐데. 우선 순위를 이렇게 배치하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런 것들 때문에 이 영화는 진짜 틴에이저 영화처럼 보입니다. 정말로 진짜 틴에이저가 자신의 경험이 몸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그걸 그러잡고 영화에 쑤셔넣은 거 같달까요. 아마 감독에겐 단 한 번만 가능한 경험이겠죠. (25/09/15)

★★★

기타등등
영화제 상영관 앞에서 영화 전단지를 받았습니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구마모토의 지도가 꼼꼼하게 그려져 있더군요.


감독: Asuna Yanagi, 출연: Asuna Yanagi,Kengo Kôra, Kenzo Ryu, Ami Chon, Hirobumi Watanabe, Runa Nakashima, Maju Ozawa.,

IMDb https://www.imdb.com/title/tt37542644/

    • 영화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좋지만 이건 특히 설정이 좋네요. 20살에 꿈을 이룬 배우 겸 감독님이라니 이 작품도 특별하게 남겠지만 앞으로도 활약하시길 응원하게 됩니다. 아직 보지도 못했지만 하하;
    • Asuna는 아수나라기보다는 아스나..라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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