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죽음의 땅 Predator: Badlands (2025)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래도 프레데터가 나오는 영화들을 다 쑤셔놓고 보면 댄 트랙턴버그의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프레데터] 시리즈의 아홉번째 영화입니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시리즈를 제외하고 센다면 일곱 번째 영화고요. 사실 이 영화도 [에일리언]과 크로스오버이긴 한데, 그건 다음 문단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아, 댄 트랙턴버그의 세 번째 [프레데터]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이 영화 직전에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킬러 오브 킬러스]를 포함한다면요. 아, 전 이 영화는 아직 못 봤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아주 먼 미래. 트랙턴버그는 [에일리언], [프레데터] 시리즈에 속한 어느 영화보다 뒤가 배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관객들은 [에일리언 4]가 나오기 전에 웨일랜드-유타니사가 월마트에 팔렸다는 설정을 언급하며 이 영화보다 배경이 전이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전 그래도 이 영화가 [에일리언 4]보다 뒤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회사가 부활했을 수도 있죠. 아니면 회사 매각 소식이 아주 느리게 퍼졌거나. 지금도 한국에 토이저러스 가게들이 남아 있는 것처럼 웨일랜드-유타니 전체가 없어진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네, 웨일랜드-유타니가 나옵니다. 이게 이 영화와 [에일리언] 시리즈를 연결하는 고리지요. 이게 나오는 이유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엮어보려는 시도 때문이 아니라 이 회사가 우주 개발을 위해 인조인간을 제조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인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로봇과 외계 괴물만 나오죠.

더 놀라운 것은 프레데터, 그러니까 야우차가 영화의 공동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프레데터는 에일리언처럼 오직 인간주인공들이 맞서는 괴물로 존재했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와 이름이 있는 주인공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선택인가? 그렇지는 않아요. 에일리언과는 달리 야우차는 문명과 언어가 있는 종족입니다. 그 문명이 제 맘에 드는 종류가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종족의 일원은 충분히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도 덱이라는 이 야우차가 주인공인 영화는 의외로 청소년 성장물입니다. 그것도 아주 정파예요. 무리와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통과제의의 모험을 떠나는 청소년이 주인공인데, 얘는 중간중간에 아름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친구들을 만납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의 상당부분은 그 익숙한 신화적 구조에 있습니다.

덱의 통과제의는 무시무시한 모 행성에 있는 칼리스크라는 최상위 포식자인 괴물을 사냥하는 것입니다. 덱은 다른 야우차보다 절실합니다. 척 봐도 무리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뭔가 모자란 애인데다가, 형인 콰이가 덱을 죽이려는 아버지를 막다가 대신 죽었습니다. (제가 말했죠. 맘에 안 드는 무리라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입증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하겠죠,

덱이 만난 첫 번째 이상한 친구는 티아라고 하는 웨일랜드-유타니사의 인조인간입니다. 사고로 하반신을 잃었어요. 그 때문에 영화는 장애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합니다. 단지 티아는 먼 미래의 로봇이기 때문에 이 장애는 훨씬 극복하기 쉬운 무언가입니다. 영화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티아는 임무를 위해 인간적 감정을 주입받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티아와 같은 모델인 테사도 역시 감정을 갖고 있는 존재인데 단지 그 성격이 다릅니다. 덱이 만난 두 번째 친구는 버드라는 외계종족으로, 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속 귀여운 동물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이 친구도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하여간 이 영화에서는 티아와 테사를 연기하는 엘 패닝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는 배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그 피투성이 난장판 안에서 일인 이역을 정말 잘하기도 하고. 초반 등장 장면의 그 환한 미소를 누가 그냥 지나치겠어요.

통과제의 이야기가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단순한 길이죠. 영화는 그보다는 더 복잡한 길을 갑니다. 덱은 처음엔 칼리스크를 사냥한다는 미션에 집착하지만 티아와 버드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자신에겐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모험은 더 입체적이 됩니다. 티아 역시 성장을 거칩니다. 자신에게 주입된 인간성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두 주인공은 여기서 모두 윤리적인 선택을 하고 이것은 환경주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네, 의외로 교훈이 많은 영화입니다.

성장물로서 영화가 먹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덱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고 생각이 폭이 넓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덱은 베우고 성장합니다. 초반의 어리바리한 덱과 후반의 전사 덱은 많이 다른데, 우린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중간의 성장과 교육 과정을 봤고 그게 말이 되거든요, 영화는 버디물이기도 하지만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티아는 덱을 보면서 무지 자랑스러울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프레데터] 팬들은 이 작품이 시리즈의 성격에서 벗어났다며 싫어하는데, 그냥 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원래 [프레데터] 시리즈는 성공작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댄 트랙턴버그의 [프레이]와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시리즈 전체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합니다. 그 이유는 이 사람이 늘 오리지널 [프레데터]와 다른 무언가를 해왔기 때문이고요. 아니, [프레데터]의 원류를 그렇게 보고 싶으면 주지사 나오는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되지, 아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말은 많아가지고. (25/11/23)

★★★

기타등등
1. 덱이 못생겼다고 다들 구박하는데, 못생긴 건 1편부터 프레데터의 정체성이고요. 그 나이의 왕따 당하는 청소년은 그냥 그런 얼굴이 어울려요. 그 나이 때는 다들 그렇지. 그리고 그 외모의 일부는 덱을 연기한 디미트리어스 슈스터-콜로아마탕기의 얼굴에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장을 벗으면 멀쩡하게 잘생긴 얼굴인데, 아무래도 두상이 길어서 거기에 프레데터 분장을 입히면 좀 엉성한 얼굴이 나오겠더라고요.

2. 엘 패닝 말고 얼굴을 보여주는 베우는 카메론 브라운이라는 스턴드 배우인데요. 정말 스톰트루퍼나 다름 없는 존재입니다. 똑같은 얼굴의 인조인간들이 수없이 쏟아지면서 죽어가요.


감독: Dan Trachtenberg, 출연: Elle Fanning, Dimitrius Schuster-Koloamatangi,

IMDb https://www.imdb.com/title/tt3122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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