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 (2025)


전 신준의 첫 장편인 [용순]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게 2017년 영화이니 벌써 8년 전 작품이네요. 두 번째 장편인 [구원자]가 얼마 전에 나왔습니다. 이 영화도 재미있어요. 페이스 좋고 긴장감 넘치고 적절하게 캐스팅된 배우들이 잘 쓰였습니다. 단지 아주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는데.

영화는 주인공은 막 시골 마을에 온 3인가족이에요. 아버지는 의사이고 개신교 집안입니다. 얼마 전에 엄마와 아들이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엄마는 시각장애를 겪고 있고 아들은 다리를 쓰지 못합니다. 아들은 심지어 사고 전엔 농구선수였다는데 말이죠.

이들이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보통 뺑소니로 이어지고 이 영화에서도 아버지가 그러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 걱정이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러지는 않습니다. 아버지는 자기가 친 남자 노인을 집으로 데려와 응급 조치를 합니다. 노인은 살아나고, 나중에 CCTV를 확인한 아버지는 노인이 달랴오는 차에 일부러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온몸이 암이 번져서 아직 살아있는 게 신기한 사람이니 동기는 이해가 됩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어쩌다 보니 노인은 가족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노인은 집에 딸린 창고에서 지내는데,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아들이 다시 걷게 된 거죠. 앞에서 이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들이라고 말했잖아요. 당연히 이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으로 여깁니다. 특히 어머니는요.

이건 기적이긴 합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니까요. 하지만 이게 기독교적인 기적일까요? 이 영화 속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선한 행동도 아니에요. 이 기적의 중심에는 죽어가는 노인이 있습니다. 노인은 기적을 일으킬 때마다 몸이 망가져요. 그리고 누군가가 그 기적의 혜택을 입으면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입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여러 모로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같은 사고 실험입니다. 내가 이익을 얻으면 잘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가는데, 그 이익을 취할 것인가. 그리고 평범한 개신교도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는 이들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등장인물들을 아주 극단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을 주고 그걸 잘 놀리고 있으니까요. 그 상황은 의미있는 비판과 질문으로 이어지고요. 단지 영화가 이것을 밀고 가는 길이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결말이 이미 정해졌고 어떤 인물을 그 길에 던지면서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고 끝까지 보면 정말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할 이야기들을 가볍게 넘기고 좀 쉬운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인단 말이죠. (25/11/18)

★★☆

기타등등
김히어라의 첫 장편영화인 모양이고. 이 영화에서는 아들 대신 다리를 못 쓰게 된 아이의 엄마로 나와요. 언제나처럼 잘하는데.


감독: 신준, 출연: 김병철, 송지효, 김히어라, 다른 제목: Savior

IMDb https://www.imdb.com/title/tt36795341/

    • '용순'이 벌써 8년 전 영화인데 감독님 바로 다음 작품이 이거라구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것인지...
      설정이 제 취향으로 흥미로워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 이 영화는 평이 나쁜 편이던데 듀나님이 유독 평을 좋게 써주셔서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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