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2021)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실린 동명 단편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 영화이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궁금해지지요. 같은 단편집에 실린 단편 두 개에서도 몇몇 재료를 가져오긴 했어요.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들은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구축을 위한 틀을 제공해줄 뿐이고,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개성입니다.

주인공은 가후쿠라는 배우 겸 무대연출자입니다. 2년 전에 시나리오 작가 아내 오토를 잃었고, 지금은 히로시마에서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연출하는 중인데, 오디션에 지원한 배우 중 한 명은 아내가 죽기 전 불륜 상대였던 코지입니다. 가후쿠는 운전하면서 준비 중인 연극의 대사를 연습하는 것이 습관인데, 주최측에서는 와타리라는 젊은 여성에게 차의 운전을 맡깁니다.

긴 러닝타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냐 아저씨]의 리허설 과정입니다. 연출자로서 가후쿠는 다양한 언어권 출신의 배우들에게 모국어로 연기를 시키는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어요. 당연히 이는 배우들에게 여분의 훈련을 요구하고 이 과정 중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텍스트에 접근하게 됩니다. 특별한 감정을 담지 않고 텍스트를 연습하게 하는 건 하마구치 류스케 자신의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이 리허설 장면은 그 장면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이기도 합니다.

리허설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자연스럽게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놓은 재료들을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후 가후쿠와 관계를 맺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이 리허설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원작에서는 좀 중년남자의 넋두리에 불과했던 것들이 이 창작 노동의 과정 속에서 깊이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가후쿠는 원작에서보다 훨씬 호감가는 인물이 돼요.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가후쿠와 와타리의 관계가 양방향으로 발전하는 건 물론이고요. 이 영화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성과 하마구치 류스케의 개성이 끊임없이 충돌하는데, 최종승리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것입니다. (21/12/29)

★★★☆

기타등등
원래 각본에서 무대는 부산이었다고 합니다. 역병 때문에 히로시마로 옮겼대요. 하지만 한국배우들의 비중은 여전히 큽니다.


감독: Ryusuke Hamaguchi, 배우: Hidetoshi Nishijima, Tōko Miura, Masaki Okada, Reika Kirishima, 박유림, 진대연, Sonia Yu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03958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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