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트레인 Mystery Train (1989)

[미스테리 트레인]은 짐 자무시의 네 번째 영화지요. [천국보다 낯선]처럼 3부 구성이고요. 이번엔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다릅니다. 단지 모두 멤피스가 무대이고 같은 날에 일어난 일이며 다들 낡고 허름한 호텔을 거칩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최소한 한 명의 외국인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이죠. 멤피스에 성지 순례를 온 일본인 커플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관광객용
생존 영어만 간신히 하고 남자는 그것도 못합니다. 둘은 '요코하마에서 건물 60퍼센트 정도를 날린 거 같은' 황폐한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낯선 문화권에서 온 두 사람은 엘비스만 빼면 특별히 재미있을 것도 없는 이 초라한 도시를
신화적인 의미를 부여해 재해석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공항에서 일이 생겨 잠시 멤피스에 머물게 된 이탈리아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아마 남편이
죽어서 관을 로마까지 옮기는 중인가봐요. 여자는 영국인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멤피스를 떠나려는 여자와
같은 호텔방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엘비스의 유령을 보게 돼요.
세 번째 에피소드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미국 여자의 영국인 남자친구 이야기입니다. 다들 엘비스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그만 심각한 사고를 치고 주변의 두 남자도 거기에 말려들게 됩니다. 세 남자는 호텔로
도피하고 앞의 두 에피소드에서 소리만 들리는 어떤 일이 일어납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실제의 멤피스를 반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짐 자무시가 각본을 쓸 때만 해도
멤피스는 가 본 적이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고 해요. 영어가 모어인 걸 제외하면 일본인 관광객과
특별히 다를 게 없는 입장이었던 거죠. 이 영화의 멤피스는 엘비스의 유령으로 엮은 허구의 공간에
가깝습니다. 선스튜디오와 엘비스 동상을 제외하면 도시를 특징짓는 지형지물이 안 나오기도 하고.
중요한 건 구체적인 도시가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가 남긴 문화적인 무언가죠. 그건 음악일 수도, 애티튜드일 수도 있고,
그것들을 아우른 이미지와 전설일 수도 있고. 동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의 흔적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영화는 좀 귀신 영화 같기도 합니다.
[지상의 밤]과 [미스테리 트레인]을 연달아 보면 자무시 영화 속 외국인 배우들의 자연스러움에 조금 놀라게 됩니다.
자무시가 이 다양한 문화권에 대해 특별히 대단한 지식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결국 배우와 협업하는
과정에 비밀에 있을 거 같긴 합니다. 시네마라는 영토는 국경을 초월해서 존재하고 이를 남들보다 더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도.
(25/12/31)
★★★☆
기타등등
영화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 일본인 커플이 영어 고유명사를 일본식 발음으로 읊는 것을 보고 서양 관객들이 많이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감독: Jim Jarmusch,
출연:
Youki Kudoh,
Masatoshi Nagase,
Screamin' Jay Hawkins,
Cinqué Lee,
Nicoletta Braschi,
Elizabeth Bracco,
Joe Strummer,
Rick Aviles,
Steve Buscemi,
다른 제목:
IMDb https://www.imdb.com/title/tt38523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