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컴페티션 Competencia oficial (2021)


80살 생일을 맞은 억만장자 움베르토 수아레스는 죽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멋지게 세상에 남기고 싶습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굴리다가 영화를 하나 제작하자고 결정해요. 물론 움베르토는 영화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비싼 물건을 쇼핑하듯 노벨상 수상작가가 쓴 소설 판권을 구입하고 잘 나가는 감독 롤라 쿠에바스와 저명한 배우인 이반 토레스와 펠릭스 리베로를 고용합니다. 전 이게 좀 뻘짓 같았습니다. 누가 제작자 이름을 기억하나요. 제작자가 유명해지려면 한 편만으로는 모자랍니다. 수십 편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죠. 소피아 로렌과 결혼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건 좀 늦었죠.

마리아노 콘과 가스통 뒤프라가 공동감독한 [크레이지 컴페티션]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영화 촬영 이전의 리허설입니다. 괴짜이고 타협을 모르는 롤라는 온갖 괴상한 방법으로 배우들을 괴롭힙니다. 예술성과 메소드 연기에 집착하는 이반과 인기스타인 펠릭스는 당연히 사이가 안 좋고요. 이 두 남자가 그나마 공유하는 건 두 사람 모두 롤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갈등은 리허설이 끝난 뒤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무지 얄팍한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표면만 있는 영화예요. 캐릭터 발전이나 주제의 깊이 같은 건 없습니다. 끊임 없이 소동이 벌어지지만 그것들이 누적되어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생각도 안 듭니다. 이 영화의 농담 상당 부분은 거의 [개그 콘서트] 콩트처럼 뻔뻔하고 유치합니다.

그런데 그게 단점이거나 실패인 건 아닙니다. 원래 그렇게 설계된 영화예요. 모든 게 표면적이어서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일반적인 영화의 설정을 성전환한 구조가 특별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두 남자들은 모두 자기보다 한참 젊은 여자가 감독이 되어 군림하는 걸 진저리치고 그들 앞에서 롤라는 웬만한 괴짜 명감독 뺨치는 진상질로 일관하는데 정말 보고 있으면 장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페넬로페 크루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오스카르 마르티네스의 시치미 뚝 뗀 명연이 없었다면 이 장관은 나올 수 없었겠죠. 다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상관 없어요. 어차피 다들 스크린 저편에 있으니까요. (22/12/31)

★★★

기타등등
영화 속 영화의 원작이 되는 [라이벌]이라는 소설 자체가 농담입니다. 콘과 뒤프라는 2016년에 [우등시민]이라는, 허구의 노벨상 수상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고, [라이벌]은 바로 그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반을 연기한 오스카르 마르티네스가 그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고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탔어요.


감독: Mariano Cohn, Gastón Duprat, 배우: Penélope Cruz, Antonio Banderas, Oscar Martínez, José Luis Gómez, Irene Escolar, Manolo Solo, Nagore Aranburu, Pilar Castro, Koldo Olabarri, 다른 제목: Official Competit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70026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7926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109 공작새 (2022) 1 1,601 12-31
열람 크레이지 컴페티션 Competencia oficial (2021) 1,610 12-31
2107 퀸 크랩 Queen Crab (2015) 1,681 12-31
2106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2022) 5,548 12-31
2105 가가린 Gagarine (2020) 1 2,148 12-24
2104 동감 (2022) 1 3,217 11-25
2103 올빼미 (2021) 3,663 11-24
2102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2021) 2,955 11-01
2101 귀못 (2022) 2,250 10-30
2100 낮과 달 (2021) 1,939 10-30
2099 미혹 (2022) 1,977 10-30
2098 마담 신 Madame Sin (1972) 2,101 09-30
2097 인생은 아름다워 (2020) 3,874 09-29
2096 이웍: 엔도 전쟁 Ewoks: The Battle for Endor (1985) 1,877 09-28
2095 존 414 Zone 414 (2022) 1 1,973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