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만세 (2022)


[지옥만세]는 임오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1982년생이니 마흔이 되어서 첫 장편이 나온 셈이죠. 많이 늦었다는 느낌이지만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제가 말할 입장이 못 됩니다.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자들의 관계에 대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나미와 선우라는 시골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두 사람 모두 학교에서 심각한 집단 따돌림을 겪고 있어요. 어처구니 없는 자살 시도 이후, 이들은 지금 서울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한 때 자기네들을 가장 잔인하게 괴롭혔던 채린을 찾아가 복수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만난 채린은 오히려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진심으로 참회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밀양] 시추에이션인 거죠. 거기에 학교 폭력을 곁들인. "정말 싫다!"라는 말이 절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줄거리 설명에도 트리거 워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하지만 [지옥만세]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보기 힘든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영화가 의도적으로 학교 폭력 장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의외로 신나는 청소년 모험담이에요. 어쩌다 보니 엉뚱한 사건에 말려든 아이들 이야기 말이죠. 임오정 감독은 [톰 소여의 모험]과 같은 고전 소설들을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합니다. 전 스콜세지의 [특근] 생각도 좀 나고 그랬어요. 무엇보다 영화는 [밀양]처럼 주인공들을 답없는 상황에 집어넣지 않습니다. 이 영화엔 출구가 있어요.

교회 이야기입니다. 소위 이단이라고 불리는 개신교 계열 소수 교단이 배경입니다. 처음에 이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묘사되지만, 관객들은 믿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작은 종교 공동체가 어디로 흘러갈 지 보이기 때문이죠. 척 봐도 이단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종교란 다 비슷한 건데. 하여간 영화는 한국 사람들이 이런 집단에 말려들면 어떤 사단이 일어나는지 아주 믿음직하게 그려 보입니다.

임오정의 전작들이 그런 것처럼 캐릭터들이 무지 잘 잡혀 있습니다. 특별히 귀여움을 강조하거나 싫어할만한 부분을 제거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모두 뒤틀려 있고 한심하고 바보 같고 그렇죠. 하지만 결점투성이인 개성적인 여자들을 묘사하고 이들을 엮어가며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임오정의 장기는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합니다. 여기에 정말 딱 떨어지는 캐스팅이 더해졌으니 더 좋을 수가 없지요. (22/12/31)

★★★☆

기타등등
제목의 '지옥만세'는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들이 외쳤던 구호입니다. 여기저기 다른 작품의 제목으로도 쓰였는데, 바타이유도 한 번 썼고 검색해 보니 다른 국내 소설도 몇 권 있더군요.


감독: 임오정, 배우: 오우리, 방효림, 정이주, 다른 제목: Hail to Hell,

IMDb https://www.imdb.com/title/tt2217189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20804

    • 제일 아래 주연배우 정보에서 오타가 있어요. 방효린 배우이십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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