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 Sirāt (2025)

올리베르 라세의 [시라트]를 보았어요. 작년 칸 영화 중 [시크리트 에이전트]랑 이 영화가 가장 궁금했었지요. [시크리트 에이전트]도 개봉 소식이 들립니다.
어린 아들과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실종된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애는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 같이 다니는 개를 보면 더 불안하죠. 딸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실종되었을 때 성인이었으니 그냥 자기 길을 간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그걸 그냥 넘기겠어요.
배경은 모로코의 사막이에요. 거기서 커다란 스피커를 틀어놓고 레이브 파티를 하는 부류들이 있는데, 아마 그런 파티에서 딸이 실종되었나 보죠. 영화의 상당부분은 여기에 속한 사람들의 인류학적인 묘사입니다. 다들 나이가 꽤 들었고, 돈도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그냥 그런 파티를 따라다니는 게 삶의 목표인 거 같은 사람들이에요.
주인공 루이스는 아들 에스테판과 함께 다음 파티 장소로 가는 사람들 뒤를 따라가는데, 거긴 정말 경험없는 사람들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이 영화에서 루이스는 즉흥적으로 또는 무심하게 끔찍한 길로 이어지는 여러 번 해요. 이게 그 첫 번째죠.
영화를 보다 보면 우린 이게 딸을 찾아 스페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아무래도 전쟁이 난 모양입니다. 심지어 제3차세계대전일 수도 있는. 이 영화에는 탈출구가 없습니다. 그냥 앞에 놓인 끔찍한 길을 갈 수밖에 없어요. 제목의 시라트는 심판의 날에 천국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지옥 위에 떠 있는 다리라고요.
연상되는 작품들이 있지요. 최근작으로는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가 생각날 수밖에 없고 중반 부터는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공포의 보수] 또는 그 영화의 리메이크인 윌리엄 프리드킨의 [소서러]가 떠오르지요. 단지 상황을 다루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어진 목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죠. 여정 자체가 더 중요한데. 그렇다고 이게 주어진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느냐. 그것도 아니고.
영화가 끔찍한 것만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에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괴상하고 지저분하지만 기본적으로 선량합니다. 주인공과 이들 사이의 유대감도 긍정적으로 그려지고요. 단지 그게 긍정적인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그냥 끔찍하고 인간에 관심없으며 재앙은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요.
(26/01/22)
★★★☆
기타등등
대부분은 모로코에서 찍었는데 일부는 스페인이라고 합니다. 스페인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그래야 했다나.
감독: Óliver Laxe, 출연:
Sergi López,
Bruno Núñez Arjona,
Richard Bellamy,
Stefania Gadda,
Joshua Liam Henderson,
Tonin Janvier,
Jade Oukid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298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