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재탄생 Birth/Rebirth (2022)


실리 모랄레스는 브롱크스에 있는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정자기증 받아 낳은 다섯 살 딸 라일라를 혼자 키우고 있지요. 어느 날, 라일라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고 시체가 수상쩍은 상황에서 사라집니다. 범인은 같은 병원의 병리학자이고 누가 봐도 미친 과학자인 로즈 캐스퍼입니다. 실리가 로즈의 아파트로 찾아가 보니 라일라가 살아서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입니다.메리 셸리의 이 소설은 [탄생/재탄생]의 감독 로라 모스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책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만큼 재해석이 엄청나게 많이 이루어진 작품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정공법의 SF입니다. 물론 시체를 살려내는 과정의 묘사에는 융통성이 개입됩니다. [프랑켄슈타인] 영화의 대부분은 18세기, 19세기의 과학을 마법처럼 다루고 있지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최대한 현대 SF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 존재가 괴물이 되고 그걸 수습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관습이 완전히 안 쓰인 건 아니지만 영화는 그보다 죽은 여자아이를 살려내고 생명을 유지하는 두 사람의 노력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21세기 바디 호러이다보니 크로넨버그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고요.

[프랑켄슈타인]은 여자 없이 생명을 만들어내려는 남자 이야기였습니다. [탄생/재탄생]은 남자 없이 생명을 만들어내는 여자들 이야기입니다. 라일라의 탄생과 재탄생에서 남자들의 역할은 아주 미미합니다. 일단 실리는 남편이 없이 혼자서 딸을 낳았죠. 로즈의 과학자 혈통도 어머니 뮤리엘로부터 왔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두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성적지향성은 정말 티끌만큼도 중요하지 않지만, 두 사람이 이성애자라는 단서가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언급해야겠군요.

결국 이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익숙한 소재를 습관적으로 미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실리를 통해서 하는 '자기 아기를 지키기 위해 뭐든 지 하는 어미'의 이야기는 당연히 들어가고 이건 영화 관객들도 익숙하지요. 하지만 로즈는 그런 관객들에게도 조금 낯선 존재입니다. 일단 이 사람은 술집에서 만난 아무 남자의 정액을 채취해 임신하고 그 태아를 자기 실험재료로 쓰는 사람이에요. 진정한 미친과학자랄까. 하여간 '생명을 창조하는 어머니'라는 주제를 극한으로 연장하고 이런 소재에 여성 캐릭터가 개입될 때 달라붙는 선입견을 최대한 깨려고 한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3/10/20)

★★★

기타등등
제작사 이름이 '뮤리엘은 아직 살아있다'입니다. 뮤리엘은 로즈의 엄마 이름이기도 하지만 로즈의 실험용 돼지 이름이기도 합니다.


감독: Laura Moss, 배우: Marin Ireland, Judy Reyes, A.J. Lister, Breeda Wool, LaChanze,

IMDb https://www.imdb.com/title/tt904880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6841

    • 마지막 문단에 로즈 캐릭터 설명을 읽다가 절로 비명이 나오네요.
    • [탄생/재탄생]의 감독 메리 셸리의 이 소설은 로라 모스가 <- 어순이 꼬인 듯 합니다.
    • 라일라의 탄생과 재탄생에서 남자들의 역할"을" 아주 미미합니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성"정"지향성은 정말 티끌만큼도 중요하지 않지만,
    • 누가 봐도 미친 과학자인.. 까지 읽고 또 과학자를 남자로 상상했군요. 저는 아직도 멀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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