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 (2024)


[뒤주]라는 영화를 보고 왔어요. 그냥 코엑스 메가박스에 있다가 시간이 맞아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뒤주가 소재인 한국호러영화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영화의 뒤주는 당연히 한국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유목민들이 감옥으로 쓰던 것이라고 해요. 감독 인터뷰를 읽어보니, 정말 그런 물건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여간 주인공 아진은 이 뒤주를 갖고 기획전을 낼 기회를 잡습니다. 일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고, 뒤주를 중심으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사람은 김지운입니다. [장화, 홍련]을 만든 김지운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영화는 [장화, 홍련]에서 정말 많은 걸 가져왔습니다. 일단 벽지를 가져왔어요. 후반의 반전 역시 [장화, 홍련]에 속해 있고요. 그런데 [장화, 홍련]이 반전 아이디어 때문에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었고 종종 그 아이디어를 넘어섰기 때문에 성공한 거지.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빌려온 아이디어를 생기 없이 쓰기만 합니다. 20년전 무렵에 유행했던 사다코 클론 영화들 기억하세요? 딱 그 수준입니다. 20년전에 이미 질려버린 아이디어를 이렇게 생기없이 쓰고 있다면 이건 직무유기지요. 이 영화의 호러효과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섭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고 신기하지도 않아요.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호러와 별 관계가 없습니다. 영화는 아진을 통해 미대교수와 예술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3,40대 여성에게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상당히 꼼꼼하게 그려보이는데 이게 정보량이 꽤 많습니다. 이 묘사는 뒤에 다가올 호러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도 합니다. 일단 아진은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데, 저 남자들이 험한 일을 겪는 걸 보고 극장을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그 기대의 일부는 충족이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별 재미는 없어요.

차라리 같은 주인공을 갖고 스릴러나 블랙 코미디를 만들었다면 더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억지로 끌고 온 [장화, 홍련]의 틀이 모든 길을 막아버리니까요. 하지만 그랬어도 같은 각본가가 썼다면 결과는 비슷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잘못된 표면을 볼 수 있는 눈은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없어요. 그게 있었다면 아무리 관습적인 틀이 막고 있다고 해도 후반을 그렇게 처절하게 망쳤을 리가 없죠. (24/03/29)

★☆

기타등등
아진을 연기하는 배우는 김인서인데, 단독주연은 이 영화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감독: 김지운, 배우: 김인서 , 박예리 , 신기환 , 정상훈, 다른 제목: Dwiju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6204

    • 두 번째 문단의 '일은 생각만큼 잘 풀이지 않고' 에서 '풀이지'는 '풀리지'... 겠죠.

      iptv나 ott에 올라오는 신작들 매주 체크하다 보면 한국 호러도 인디든 그냥 저예산이든 의외로 꾸준히 뭐가 나오더라구요. 볼만한 게 거의 없어서 그렇지...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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