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해안 La baie des anges (1963)


장 푸르니에는 건실한 삶을 사는 은행 직원입니다.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버는 돈은 얼마 없지요. 어느 날 그는 친한 친구가 새로 산 시트로엥 승용차를 보고 어떻게 그걸 살 돈을 벌 수 있었냐고 묻습니다. 친구는 카지노에서 딴 돈으로 차를 샀다고 하며 언젠가 같이 가자고 말합니다.

윙윙윙! 사이렌 경고가 울립니다. 한참 거절하다가 결국 친구를 따라 카지노에 간 장이 정말로 상당한 돈을 땄을 때, 우리는 이미 붕괴의 징조를 봅니다. 도박꾼의 말로라는 것이 다 이렇게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우리가 예외인 척 굴어도 결말은 언제나 같습니다. 그러게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단 말입니다.

하여간 안 그런 척하면서도 도박에 단단히 빠진 장은 한 밑천을 잡기 위해 니스로 갑니다. 그리고 거기도 우연히 동네 카지노에서 쫓겨나는 걸 보았던 도박 중독자 재키를 만나죠. 둘은 사랑에 빠지고 도박을 하고 다시 사랑을 나누고 도박을 합니다.

자크 드미의 [천사들의 해안]를 구성하는 주제와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도박은 위험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매혹적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사랑 역시 그럴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대와 실망, 흥분 속에서 장과 재키는 몇십만 프랑의 돈을 땄다가 잃다가를 반복하고 그 과정 중 발생하는 서스펜스는 그 즉시 그들을 엮어주는 감정에 영향을 끼칩니다. [천사들의 해안]의 이야기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음악적이며, 그렇게 많은 음악이 쓰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나 발레처럼 보입니다.

[천사들의 해안]이라는 영화를 진정으로 지배하는 것은 재키로 나오는 잔느 모로의 존재감입니다. 머리를 하얗게 탈색하고 심술맞은 얼굴로 나와 자기파괴적인 필름 느와르 여자주인공의 모든 매너리즘들을 폭발시키는 이 배우의 모습은 위험하면서도 유혹적입니다. 지중해 해안을 떠도는 도박의 여신인 거죠. 다행히도 스크린 너머의 잔느 모로를 감상하는 것은 진짜 도박을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경험입니다... 그럴 겁니다. 아마도. (10/08/31)

★★★

기타등등
저에게 2010 시네바캉스는 이 영화로 끝. 아슬아슬하게 끄트머리를 챙기긴 했어요.


감독: Jacques Demy, 출연: Jeanne Moreau, Claude Mann, Paul Guers, Henri Nassiet, André Certes, Nicole Chollet, 다른 제목: Bay of Angels

IMDb http://www.imdb.com/title/tt2155321/

    • 스틸 샷이 너무 멋지군요. 영화를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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