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조반니 Io, Don Giovanni (2009)


[돈 조반니]라는 국내 제목만 본 사람들이라면, 카를로스 사우라의 이 영화가 오페라 각색물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돈 조반니]가 아니에요. 원제는 [Io, Don Giovanni]. 그러니까 자신을 돈 조반니라고 부르는 남자의 이야기죠. 


그 남자는 리브레토 작가인 로렌조 다 폰테입니다. 모차르트를 위해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시 판 투테]의 리브레토를 써주었던 사람이죠. 사우라는 그의 인생과 돈 조반니를 결합시켜보면 꽤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긴 그는 꽤 재미있는 삶을 살았어요. 유태인이지만 개종한 뒤에 가톨릭 사제가 되었고, 그러다가 그의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방탕한 삶을 살다가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추방되었죠. 게다가 영화가 그리는 것처럼 카사노바의 친구이기도 했으니, 오페라의 돈 조반니가 로렌조 다 폰테의 초상화라고 우기는 것도 시도해볼만한 게임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시도는 대부분 아이디어일 때 가장 재미있는 법입니다. [돈 조반니]도 마찬가지예요. 로렌조 다 폰테의 이야기는 그냥 그렸다면 활발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 조반니] 오페라와 억지로 연결시키자, 캐릭터의 생명력이 많이 날아가버렸어요. 살아 숨쉬는 진짜 사람이 오페라의 부속물이 되어 버린 거죠. 여긴 다른 문제도 있으니, 아무리 로렌조 다 폰테에 집중하려고 해도 모차르트의 존재감이 너무 커요. 그리고 영화가 그리는 모차르트를 보면서 [아마데우스]를 무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단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이야기나 배우가 아니라 세트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현실세계를 충실하게 모방할 생각이 없어요. 영화에 나오는 집의 내부나 외부는 모두 집이나 벽이 인쇄된 반투명한 막으로 통일됩니다. 주인공이 자거나 앉거나 사용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가구들도 그림이에요. 그 때문에 종종 조명만으로 화면 변환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보면 스튜디오 벽에 그림을 그려놓고 외계 행성이라고 우기던 미니 시리즈 [듄]이 생각나요. 둘 다 촬영감독이 비토리오 스토라로였지요. [듄]에서 그랬던 것처럼 [돈 조반니]의 시도도 아이디어가 더 재미있는 수준입니다. 이런 잔재주들은 가끔 재미있고, 영화와 연극이라는 매체를 연결시키는 기능도 있지만, 시각적 인상이 초라해지는 단점 역시 만만치 않거든요. (10/10/04)



기타등등

종종 배우들의 연기에 외국어 더빙이 입혀진 게 너무 티가 나더군요. 이탈리아어에 능숙한 독일어권 사람들이 잔뜩 나오는 영화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감독: Carlos Saura, 출연: Lorenzo Balducci, Lino Guanciale, Emilia Verginelli, Tobias Moretti, Ennio Fantastichini, Ketevan Kemoklidze, 다른 제목: I, Don Giovanni

 

IMDb http://www.imdb.com/title/tt045851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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