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사라 제인 I Love Sarah Jane (2008)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우울한 얼굴의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흔해 빠진 광경처럼 들리지만, 두 가지가 걸립니다. 하나는 소년이 짊어진 화살통과 활이고, 다른 하나는 길가에 버려진 시체들이죠.  


[아이 러브 사라 제인]이 그리는 세계는 [파리 대왕]의 세계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좀비 전염병 때문에 어른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오로지 소수의 청소년들만이 살아남아 마을을 독점하고 있지요. 어른들의 방해가 사라지자 이들은 작은 야만인 무리로 탈바꿈했습니다. 아니, 원래 그런 녀석들인 건데, 좀비와 부모의 부재를 핑계삼아 폭력성이 조금 더 심해진 거겠죠.


불쾌한 폭력과 언어(그래요. 얘들은 F로 시작되는 욕을 넣지 않으면 더 이상 문장을 맺을 수가 없나 봅니다)에도 불구하고 [아이 러브 사라 제인]은 청소년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기둥을 이루는 건 아이들의 생존담이 아니라, 우리의 주인공 소년 짐보의 첫사랑입니다. 짐보는 이웃집에 사는 누나 사라 제인에게 푹 빠져 있지요. 


영화는 대부분 짐보의 시점에서 전개되고, 우리는 그가, 심술맞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노려 보는 이 십대소녀에게 왜 그렇게 푹 빠져 있는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 아가씨가 미아 바시코프스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쉽겠지만, 정말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요. 이 영화에는 흐름이 있습니다. 관객들은 처음엔 그냥 예쁘고 심술맞은 소녀를 봅니다. 하지만 사라 제인과 짐보가, 새로 붙인 좀비 고문 취미에 몰두해 있는 멍청한 사내애들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거치면, 관객들 대부분은 짐보처럼 사라 제인이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동네 누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과 짐보의 관점이 일치하는 그 찰칵하는 순간에 영화의 드라마는 완성됩니다. 


감독 스펜서 수서는 미국인이지만,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활동해왔고, [아이 러브 사라 제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공동각본가인 데이빗 미코드와 제작 총지휘를 맡은 내시 에저턴은 [스파이더]라는 단편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죠. (10/12/31) 


★★★


기타등등

여기서 보세요.


감독: Spencer Susser, 출연: Brad Ashby, Mia Wasikowska, Vladimir Matovic, Beau South, Peter Yacoub, Richard Mueck, Anton Enus


IMDb http://www.imdb.com/title/tt115765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6246

    • 첫줄에 '가로지는'->'가로지르는' 입니당.

      앨리스 언니 나온다니 보고싶네요 +_+
    • 반영했습니다.

      클릭만 하시면 보실 수 있는 걸요. 14분짜리입니다.
    • 앗...못봤어요 ㅎㅎ 좀있다 봐야지;;
    • 좀비가 참 안쓰럽네요. 뭔가 조악한 느낌 때문에 더. 영화는 깔끔한데 저는 심란하군요.
    • 아니, 그러니까 좀비들을 고문하지 않고 그냥 죽이기 때문에 쿨하고 멋진 여자아이라는 건가요? 그 사내아이들은 좀비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던가 뭔가 원한이 있어서 그냥 죽이는 걸로는 시원치 않았던 것일 수도 있는데...
    • <스포일러 경고>-----------------


      그 좀비는 사라 제인의 아빠이고, 키 멀대같이 큰 녀석은 그냥 born to be a bully..
      사라 제인은 좀비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시정잡배들이 아빠의 시체를 난도질하는 와중에도 평정을 잃지 않고 있으니 쿨한 것 맞죠.
    • 재밌네요.
      이 아가씨, 이름은 좀 발음하기 어려운데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새 잘나가겠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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