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인베이젼 Battle: Los Angeles (2011)


[월드 인베이젼]의 원제인 [Battle: Los Angeles]는 '로스 앤젤레스 전투'로 알려진 실제 사건에서 따온 것입니다. 1942년 2월 24일,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들이 로스 앤젤레스에 나타났고, 이를 일본군 공습으로 여긴 미군은 여기에 요란하게 대응했지요. 많은 UFO 신봉자들은 이를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벌어진 최초의 전투라고 믿고, 일반 역사가들은 전시의 긴장상태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소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동을 적당히 버무려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월드 인베이젼]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들의 의견은 '외계인이 로스 앤젤레스를 침공하다'라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와서 현재 배경의 전쟁 액션 영화를 만들면 근사할 거라고 생각했죠. 글쎄요, 전 별로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온 흔해빠진 외계인 공격 영화와 다른 게 뭡니까. [인디펜던스 데이]와 다를 게 뭐냐고요. 


하여간 그들은 자기네 아이디어를 밀고 나갔습니다. 전세계 12군데 대도시 근방 바다에 운석이 떨어집니다. 알고 봤더니 그 운석은 외계인들의 탈것입니다. 외계인들은 바다에서 기어나오자 지구인들을 학살하고 건물을 파괴합니다. 용감한 우리의 해병대는 민간인을 구하러 로스 앤젤레스 시내에 들어갔다가 외계인들과 한판 승부를 벌입니다.


도대체 외계인들은 왜 지구에 온 걸까요. 중간에 나오는 과학자에 따르면 외계인들의 목표는 지구의 물이랍니다. 도대체 물은 왜요. 우주에 널린 게 물인데 굳이 지구에 와야 합니까? 그리고 자기네들 행성엔 물이 없나요. 굳이 지구에 올 필요 없이 그 물을 정화해서 쓰면 안 되나요. 음, 아마 그들은 물을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과학자인가 하는 아저씨는 물을 연료로 쓰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외계인들이 기껏해야 하루 정도 머물렀을 때인데, 벌써 지구 해수면이 눈에 뜨이게 낮아졌다고 하더군요. 흠,뭐라고요? 그럼 도대체 저 외계인들이 쓰는 기계의 연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구까지는 도대체 어떻게 왔어요? 


영화는 신경 안 씁니다. 영화가 노리는 건 외계인들이 나오는 [블랙 호크 다운] 스타일의 전쟁영화니까 말이죠. 그리고 스토리와 스타일면에서, 영화는 현대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카메라는 요란하게 흔들리고 5.1 채널에서 요란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립니다. 


하지만 장르의 재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블랙 호크 다운]을 보는 관객들은 스크린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월드 인베이젼]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건들은 전혀 믿음이 안 갑니다. 그러기에 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너무 멍청하고, 그 외계인의 묘사는 한심할 정도로 고루합니다. 머나먼 외계에서 몇 백 광년은 거쳐 날아왔을 이 외계인들은 그냥 지구 장난감 회사에서 만든 로봇처럼 생겼어요. 외계 문명의 독특함은 찾아볼 수 없고... 그리고 말했잖아요. 얘들은 지구에 물 뜨러왔어요. 어떻게 이것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란 말입니까. 


외계인들을 잊는다고 해도, 이야기는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일단 [월드 인베이젼]은 철저하게 미해병대 홍보용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럴 수도 있죠. 잘 만든 홍보물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거고.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은 너무 작정하고 홍보물스러워서 충분히 가능했던 인간적 재미를 대부분 날려버립니다. 유머가 부족하고, 불필요하게 장엄한데다가, 유치한 신파예요. 


액션과 특수효과만 본다면? 뭐, 괜찮습니다. 다들 전문가답게 잘 했어요. 하지만 우린 더 이상 특수효과로 외계에서 온 우주선을 만들었다고 놀라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잖습니까. 유튜브에 가보세요. 그런 건 요새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어요. 단순히 설득력 있는 특수효과를 삽입했다고 영화가 재미있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건 액션도 마찬가지. 아무리 액션이 좋아도 그 액션이 활용될 드라마가 싱겁다면 소용이 없는 거죠.  


[월드 인베이젼]은 진부한 아이디어를 가져와 그럴싸하게 엮은 영화지만 그뿐입니다. 은근슬쩍 먼저 나온 아류작 [스카이라인]보다는 조금 낫지만 많이 낫지는 않아요. 결말만 본다면 그래도 벙찌는 맛이라도 있던 [스카이라인]이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도 들고. (11/03/09)


★★


기타등등

영화를 보고 있는데, 뒤에서 드르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총소리인 줄 알았어요. 알고봤더니 뒤에 앉은 아저씨가 코를 골며 자고 있더군요. 


감독: Jonathan Liebesman, 출연: Aaron Eckhart, Ramon Rodriguez, Cory Hardrict, Gino Anthony Pesi, Ne-Yo, James Hiroyuki Liao, Bridget Moynahan, Noel Fisher, Adetokumboh M'Cormack, Bryce Cass, Michael Peña, Michelle Rodriguez, 다른 제목: World Invasion: Battle LA


IMDb http://www.imdb.com/title/tt121761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8437

    • 물 뜨러 그 먼길을 온거예요. 으하하하. 깨알같이 웃습니다.
    • 쫌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수준을 확 낮춰야겠네요.
      해수면이 낮아졌다는 건 그들이 지구에 있는 동안 물을 연료로 써서 낮아졌다는 건가요?
      아님 가져가기 위해 길렀기 때문에 낮아졌다는 건가요? 전자라면 듀나님 말대로 연비가 꽝이지만.
    • 사실 하루 동안 해수면이 낮아진 걸 측정할 수 있었다는 거 자체가 괴상하죠. 해수면 측정이 그렇게 쉬운 건가.

      그나마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게 이치에 맞을 거 같은데, 걔들에겐 그걸 운반한 만한 탈것이 없어요. 모두 운석크기의 작은 기계를 타고 왔으니까. 솔직히 탈것이 있다고 해도 지구에서 물을 길어서 몇백 광년을 나는 광경은 많이 웃기잖아요.
    • 늘 하는 말이지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고 지구에서 저러고 날뛰는 걸 보면 외계인은 산소 호흡 동물. 그렇다면 물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라고요.
    • 이 영화는 접어야 겠군요. 웨이백만 기대됩니다.
    • 그게 먼길 정도 입니까 길은 길인데
      방금 재밌다는 글을 보고 찾아봤어요 리뷰를 새글에서 찾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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