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명장 관우 Guan yun chang (2011)


[삼국지: 명장 관우]는 관우의 죽음으로 시작하지만, 내용 대부분은 그의 유명한 오관돌파 에피소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 동안 조조 밑에 있던 관우는 유비가 원소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자, 형수들을 끌고 형을 찾아가는데, 그러는 동안 그를 막는 조조의 부하들을 한 명씩 죽이죠. 아마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닐 겁니다. 만에 하나 비슷한 일이 정말 있었어도 뻥의 비중이 더 크겠죠. [삼국지연의]의 내용을 역사로 착각하면 곤란해요.


영화의 이야기는 [삼국지연의]와도 또 다릅니다. 오관돌파의 기본구성은 그대로 갖추되, 내용과 의미를 많이 바꾸었어요. 오관돌파를 소재로 삼은 것도 기본 기둥만 지키면 이야기를 자유롭게 짤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새로 만든 몇몇 이야기들은 그리 성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관우는 형수들 대신 유비의 후처 대기생이라는 젊은 여자를 한 명 데리고 다니는데, 영화는 여기다가 둘의 러브라인도 넣습니다. 별로 좋은 생각이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손려의 캐스팅도 어색하고.


하지만 다른 것들은 꽤 재미있습니다. 관우와 맞서는 조조의 장수들은 나관중의 원작 속 인물들과는 달리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인물은 악당이고, 어떤 인물은 자신의 의무에 충실한 군인이며,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맞서는 관우의 대결도 '길을 막는 자는 모두 죽인다!'라는 단순함을 넘어섭니다. 그런 단순함을 지키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해요. 그렇기 때문에 관우의 단순한 충정이 오히려 연쇄살인마의 범죄처럼 섬뜩해질 때도 있어요.


영화가 가장 공을 들여 재구축한 인물은 조조입니다. 이 영화의 조조는 혼란한 천하를 통일하고 바로 잡으려는 영웅입니다. 결코 성인은 아니지만 현실을 이해하고 백성들을 우선으로 하며 능력있는 정치가인데다가 비전도 크니 존경할 만한 인물이죠. 이 초상이 실제 조조와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낯설지는 않습니다. 나관중의 버전에 익숙한 [삼국지연의] 독자들도 조조라는 인물의 거대함은 인정하죠. 고우영의 [삼국지]부터가 '싸나이 조조'와 '쪼다 유비'를 그리지 않았던 가요.


조조를 이렇게 놓고 보니, 익숙한 오관돌파 일화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영화의 태도는 '이게 너희가 아는 오관돌파 일화의 진짜 이야기야'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조조는 종종 나관중이라는 인간이 미래에 태어나 실제 사건을 왜곡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해요. 그리고 그는 그렇게 만들어질 허구를 깨트릴 생각이 없습니다. 하나는 그가 그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게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조조와 관우의 이야기는 상당히 끈끈합니다. 원작소설에도 그런 구석이 있었지만, 영화는 작정하고 멜로죠. 이 영화에서 조조는 마치 옛 남자친구에게 돌아가겠다는 애인을 바라보는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인공 같습니다. 관우도 그런 조조의 태도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게 보여요. [삼국지: 명장 관우]의 관우가 우리가 아는 관우보다 훨씬 혼란스러워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끝까지 확신을 할 수 없어요.


액션의 측면에서 보면, 오관돌파는 다양한 결투 장면의 모음집과 같습니다. [무간도]의 맥조휘와 장문강 콤비는 여기서 다양한 스타일 실험을 하고 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종종 그들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결정적인 장면을 삭제하기도 하고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은근슬쩍 빠져나갔다가 결과만 보여주기도 하죠. 이들 장면들은 상대 캐릭터에 의해 차별화되어 있어서 드라마와도 잘 섞입니다. 단지 이 장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삼국지연의] 전투 장면보다 현대 중국어권 액션 영화의 화려한 안무에 가깝다는 건 이해하셔야 할 겁니다. (11/05/15)


★★★


기타등등

영화 중간에 청룡도가 부러지던데,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긴 이것도 신화 깨트리기 작업의 일부인 건지도.

 

감독: Alan Mak, Felix Chong, 출연: Donnie Yen, Wen Jiang, Betty Sun, Alex Fong, Siu-hou Chin, Yong Dong, Zi Hei, Zonghan Li, Yuan Nie, 다른 제목: 관운장, The Lost Blades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164809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794

    • '달리'가 두 번 들어갔네요. ^^;
    • 설마 듀나님이 이 영화의 리뷰를 해주실줄은 몰랐습니다.삼국지연의의 팬으로서 정말 반가운 리뷰네요
    • 전 들어갈때 금강경 문구가 좀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인연이 번개와 이슬과 같다. 한 바탕 싸움은 누구를 위함인가??? 하는 삼국지연의와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유교적 감수성인 의에 충실했던 관우의 일대기에 허무주의 감수성은 좀 안 어울리는듯...
    • 조조의 관우사랑은 참 눈물겨워서.. 드라마 버전에서도 어찌나 짠하던지 말입니다ㅠㅠ
      조조 역의 강문이란 배우가 워낙 대단한 분이어서, 보기 전부터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나 보군요.
      전 손려가 맡은 기란이란 캐릭터가 왜 들어갔는지 좀 뜬금없다 싶어서 내용엔 별 기대 안했는데, 그 부분 빼면 조조-관우 부분도 좋고, 오관참장 부분도 괜찮은가 봅니다.
      이렇게 되면 기대치가 더 올라가는걸요?^^
    • 삼국지연의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중 하나였는데 영화로 나오다니^^
    • 기란과 관우 로맨스(?)만 빼면 조금 더 담백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끝나고 '천하'와 '평화'라는 말이 남았습니다.
      심한 비약이지만, 현 중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해결책이 이 두가지 말에 들어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텐샤'안에 제가 사는 지역도 들어있을텐데 현실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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