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분노 Wrath of the Titans (2012)


전 여전히 [타이탄]이 지나치게 구박받는 영화라고 생각하지요. 성급하게 추가한 3D 효과가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고, 나름 사랑받는 원작과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영화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스 신화와 신에 대한 영화의 냉소적인 접근법은 재미있었고, 소문에 따르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한 번쯤 할 만한 이야기였다는 거죠.

속편이 나왔습니다. [타이탄의 분노]라는 제목을 달고요. 이 속편은 전편의 핸디캡 모두에서 해방되어 있어요.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3D 효과도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투여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맥스 영화랍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고향에 돌아가 평범한 어부로 살아가던 페르세우스는 어느 새 아들 하나를 둔 홀아비가 되어 있습니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자, 기도로 먹고 사는 신들은 힘을 잃고 있었고요. 이 틈을 이용해 지금까지 땅 속 깊은 곳에 감금되어 있던 크로노스는 하데스와 아레스를 유혹해 다시 지상으로 기어나가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온갖 괴물들이 튀어나오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페르세우스 뿐.

전편이 신의 존재나 종교에 대해 냉소적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신들의 세계를 박살냅니다. 영원불멸할 줄 알았던 그리스 신들이 마구 죽어나가요. 타셈 싱의 [신들의 전쟁]에서도 그러더니, 이것도 유행인가요? 하여간 이 영화의 신들은 불사의 전능자가 아니에요. 죽을 수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존재들이죠. 하는 짓 보면 우리가 아는 신보다는 제다이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네, 리암 니슨이 제우스 연기하는 거 보고 하는 말 맞습니다.

나름 엄청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드라마는 그렇게 깊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신들의 막장 드라마는 거대하게 시작되지만 싱겁게 봉합되지요. 저에겐 페르세우스에 대한 아레스의 질투 같은 건 동기로서 너무 약해보입니다. 그래도 아레스는 신이잖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우스가 바람피우고 겁탈해서 낳은 애들이 몇인데. 아, 정말 정이 안 가는 무리들이라니까.

간촐한 드라마가 남긴 자리에 채우는 건 3D 아이맥스로 보여주는 신화 속 괴물들과 신들과 반신들과 인간들의 난장판 전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화끈합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을 맡은 조나단 리브스만은 외계인 침략물인 [월드 인베이션]을 만든 사람인데, 현대 전쟁물의 스타일을 그럴싸하게 신화 속 세계에 이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키메라가 마을을 습격하는 영화 초반 장면의 생생함은 인상적입니다. 3D 효과도 전편에 비해 상당한 발전이 있었고요. 여기에 아이맥스까지 첨가한다면 스펙터클이 모자란다고 불평할 관객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12/03/29) 

★★★

기타등등
1. 그리스 신화를 엄격하게 따진다면 이 이야기는 그리 앞뒤가 맞지 않지요. 이 영화에서 죽어가는 신들은 트로이 전쟁까지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2.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제우스는 막내입니다. 하데스, 포세이돈 모두 형이라고요. 자막 만들 때 신경 좀 쓰지.  

3. 이 영화에도 부보가 나옵니다. 참 끈질긴 새입니다. 

감독: Jonathan Liebesman, 출연: Sam Worthington, Liam Neeson, Ralph Fiennes, Édgar Ramírez, Toby Kebbell, Rosamund Pike, Bill Nighy, Danny Huston, John Bell, Lily James

IMDb http://www.imdb.com/title/tt164698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799

    • 2. 크로노스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형제서열이 뒤바뀐 거아닌가요?
    • 이를 막을 수 있는 검 페르세우스 뿐.->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페르세우스 뿐. 아닌가요?
    • 고쳤습니다.

      그래도 막내는 여전히 막내.
    • 안드로메다는 비중이 작나보네요

      1편의 알렉사 다바로스가 좋았는데 정작 1편에서는 이오에 밀려서 찬밥신세이고ㅠ
    • 비중 상당히 커요. 단지 배우가 바뀌었죠.
    • 가끔 어떤 감독들은 자신이 놀던 장르를 벗어나면 이전작품들보다 꽤 근사한 작품들이 나올때가 있는데 이작품도 그런 케이스같군요.언더월드의 감독이 갑자기 다이하드4같은 근사한 액션작품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죠.
    • 여기에는 올빼미 이름이 보보라고 되어 있는데 2010년 타이탄 리뷰를 다시 보니 부보라고 쓰여 있네요. 어느 이름이 맞는 건가요?
    • 부보bubo가 맞죠.
      전 트로이가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전의 트로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신들이 팍팍 죽어나가는 이야기의 배경으로는 그때가 그럴싸하지 않을까요?
    • 고쳤습니다.

      음... 엄격하게 따지면 아이네이스 파트까지 신이 살아남았다고 우겨야 하겠죠. 하지만 신이 인간들에게 간섭한 것이 트로이 때까지라고 하는 게 정설이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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