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2012)


[이웃사람]의 원작은 강풀의 동명 웹툰. 재개발을 앞둔 다세대 주택에 연쇄 살인마가 살면서 열흘마다 사람들을 한 명씩 감금했다가 살해하는데, 그 사실을 조금씩 눈치챈 이웃 사람들이 대응에 나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릴러와 호러, 멜로드라마가 강풀 특유의 비율로 섞여 있고, 선량한 사람들의 연대에 대한 기대와 믿음도 여전합니다.

많은 강풀의 웹툰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영화화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합니다. 단순하지만 선명한 캐릭터, 자극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스토리, 적절한 리듬감 그리고 척 봐도 영화적이어서 그냥 옮기기만 해도 영화가 될 것 같은 연출과 같은 걸 보면 말이죠. 물론 정말 그런 기대를 충족시킨 영화들은 거의 없지만 말이죠.

이번 영화는 어떨까. 슬프게도 이전의 데자뷔가 반복됩니다. "이 정도 소스로, 이 정도 배우를 기용해 영화를 만들었으면 이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영화입니다.

망작은 아닙니다. 기본은 하는 영화죠. 여전히 강풀의 스토리는 그대로 남아 있고, 김윤진, 마동석, 김새론, 장영남, 천호진과 같은 자기 몫을 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그냥 이들을 엮기만 해도 중간은 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기본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해요. 아니, 조금 뒷걸음질을 칩니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등한 비중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선구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원작과 비슷한 이야기를 비슷한 속도로 하고 있는데, 정작 같은 효과가 안 나와요. 그건 분절된 에피소드들의 배분과 순서, 리듬이 계속 잘못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로 놀던 개별 스토리가 중반 이후 하나의 리듬으로 통합되어 클라이맥스로 연결되는 그 효과가 안 삽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도입부의 구조는 계산 잘못으로 공포효과와 연민의 기회를 반쯤 날려버리고요. 살인마의 마지막 목표물을 둘러싼 이웃 사람들의 액션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서스펜스가 안 나와요. 이건 단순히 기교의 부족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책임감과 연대'라는 주제가 망가져 버려요.

'웹툰으로 봤을 때는 영화로 옮기면 진짜로 좋을 거 같은데, 정작 영화로 보니 그게 아니네'라는 말을 들을 장면들도 여전히 보입니다. 가장 예로 들기 쉬운 건 도입부에 나오는 소녀 귀신 장면이지요. 원작 웹툰에서는 영화적이어서 효과적이었던 것이 영화 속에서는 그냥 평범한 영화적 장치로 흡수되어 버리는 거죠. 그렇다고 그걸 극복할만한 뭔가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요. 아니, 오히려 자세히 이야기하기 싫다는 듯 싹 줄여버렸죠.

새로 추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무해하거나 나쁩니다. 살인마와 수위 아저씨의 인물 정보가 변형된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고쳐도 그만, 안 고쳐도 그만. 나쁜 건 결말입니다. 아마 제 기대가 가장 컸기 때문에 그랬겠죠. 원작 웹툰 말미엔 다리오 아르젠토에 맞먹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보면서도 제대로 영화화되면 근사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화는 설명하기 귀찮은지, 보다 손쉬운 다른 아이디어로 대체하는데, 이게 참 싱겁습니다. 그래놨으니 결말은 거의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맥이 풀리고.

연기 역시 이 정도 캐스팅에서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배우들 탓은 아니고, 소스와 연기 지도 문제가 있습니다. 말풍선에 박혀 있는 대사와 실제 영화의 대사는 다르죠. 만화에서는 자연스러워도 실제로 배우의 입을 통해서 나왔을 때는 어색한 것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보정이 필요한데, 그 노력의 흔적이 안 보입니다. 스토리 설명용 독백과 같은 것들이 지나치게 많기도 하고. 소스도 그렇지만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 질감과 앙상블에 큰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사람들이 많으니까 무조건 단순명쾌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강풀 웹툰 원작의 각색물들의 문제점들은 대충 두 가지입니다. 멀쩡한 소스를 멋대로 바꾸다가 망가지거나(안병기의 [아파트]가 대표적이죠), 이미 원작이 해줄 건 다해주었다고 믿고 방심하거나. [이웃사람]은 제가 보기에 후자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의미있는 각색물이 되기엔, 지나치게 안이하거나 겁이 많아요. (12/08/14) 

★★☆

기타등등
강풀의 카메오가 있습니다.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김새론, 김성균, 임하룡, 도지한, 장영남, 천호진,  다른 제목: The Neighbors

IMDb http://www.imdb.com/title/tt219549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090

    • 웹툰팬으로써 참 아쉽네요 그래도 그렇게 최악은 아닌거 같아 다행 ^^
    • 이번에도 좋은 건 원작에 거의 다 있나 보군요.
      배우들 말고 또 건질만한 게 있을까요.
    • 다리아 아르젠토에 맞먹는 아이디어라는 것은 혹시 쿠폰 말씀인가요?
    • 그래도 재미있는 편이었어요. 말씀하신대로 교통정리가 잘 안된 면이 아쉽기는 했지만. 마동석이 발군이던데요.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유일한 캐릭터였습니다. 엔딩곡 김새론의 '귀가'는 상당히 섬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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