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 데일 Vs 이블 Tucker and Dale vs Evil (2010)


단짝 친구인 터커와 데일은 돈을 탈탈 털어 숲 속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집을 하나 샀습니다.  둘은 오두막을 수리하고 시간이 남으면 낚시나 하고 맥주나 마시면서 여름 휴가를 보낼 생각이죠.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바로 그 날,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여름 방학을 즐기기 위해 오두막 바로 옆의 별장으로 놀러옵니다. 터커와 데일은 모르고 대학생들은 조금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 오두막은 20년 전 메모리얼 데이 대학살이라는 집단 살육이 벌어졌던 곳이라는 것이죠.

시작부터 이들의 관계는 꼬이기 시작합니다. 장르의 충돌이라고 할까요. 터커와 데일은 자기네들이 잘 하면 로맨스로 이어질 수도 있는 통속 코미디에 출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옆 집 대학생들은 자기네들이 [13일의 금요일] 스타일의 슬래셔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터커와 데일은 바로 그런 영화의 살인범에 딱 맞아 떨어지는 힐빌리들입니다. 

장르가 충돌하자 오해가 발생합니다. 밤낚시를 하던 터커와 데일은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하려다가 그들을 보고 놀라 떨어진 대학생 앨리슨을 구해주고, 앨리슨의 친구들은 두 사람이 앨리슨을 납치했다고 믿어버립니다. 다음 날 앨리슨을 구하러 오두막에 온 이들은 전기톱을 휘두르는 터커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는데, 그러다 그들 중 한 명이 나무가지에 찔려 숨지고 맙니다. 이제 대학생들은 두 사람이 연쇄 살인범이라고 믿어버리고, 두 사람은 이들 대학생들이 일종의 자살 컬트라고 생각해버립니다. 

이건 정말 멍청한 아이디어입니다. 억지스럽고 촌스럽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라이 크레이그의 [터커 & 데일 Vs 이블]에서 이 유치함은 예상 외로 단점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그래도 됩니다. 딱 그 정도 수준의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거든요.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은 이 유치한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단 1초도 진지함을 잃지 않습니다. 더 놀라운 건 심지어 영화도 그런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1차 코미디는 터커와 데일을 살인마로 착각한 대학생들이 허둥대다가 사고로 한 명씩 죽어가고 그러는 동안 공포와 혼란이 증폭되는 과정입니다. 이는 온갖 장르 클리셰와 도구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장르 코미디로, 그것만 해도 썩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진지하게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이 불운한 사고들은 모두 힐빌리들과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편견 때문이고, 일종의 인종주의와 계급 편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고로 시골 출신의 대학생인 앨리슨은 양쪽 사람들을 테이블로 불러들여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려 합니다. 아마 슬래셔 영화 사상 최초일 것입니다. 물론 좋게 끝날 리가 없습니다만.

[터커 & 데일 Vs 이블]은 '착한' 영화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영화 내내 벌어지는 피투성이 살육을 가리키며 그를 부정하려 할 것입니다.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무참하게 죽어가는 걸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을 이처럼 말갛고 즐거운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하는 영화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12/09/22) 

★★★

기타등등
[터커 & 데일 Vs 이블]과 [캐빈 인 더 우드] 이후로도, 숲 속 오두막집에 대학생들이 놀러간다는 내용의 진지한 호러 영화가 이전처럼 나올 수 있으려나요. 

감독: Eli Craig, 출연: Tyler Labine, Alan Tudyk, Katrina Bowden, Jesse Moss, Philip Granger, Brandon Jay McLaren, Christie Laing, Chelan Simmons, Travis Nelson, Alex Arsenault, Adam Beauchesne, Joseph Allan Sutherland

IMDb http://www.imdb.com/title/tt146552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900

    • 영화 리뷰만 읽고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니 놀라운 영화인듯...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새 너무 시간이 애매해서리..ㅠ
    • 세브란스와 함께 제 생애 젤 웃긴 호러 영화 중 한 편이죠 ㅋㅋ 근데 전 후반부는 별로였어요 ^^
    • 이미 다운로드로 풀렸습니다.
    • 극장개봉없이 작년말에 dvd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이전에 이미 토렌트 등을 통해 풀렸었고요.
    • 영화 중반까지는 수없이 킬킬대며 정말 유쾌하게 본 영화였죠. 후반부는 텐션이 떨어지며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 영화에서 목재 분쇄기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기도 했지만 정말 미친듯이 웃었던 장면이었습니다.
    • '아마'가 두번 들어가는 문장이 있네요.
      [아마 아마 슬래셔 영화 사상 최초일 것입니다.]

      꽤 오래전에 봐서(..) 디테일한 건 다 까먹었지만 엄청 유쾌하고 배꼽뺏던 영화였습죠.
      한국드라마에서나 봄직한 출생의 비밀 같은것도 나오지 않았나요?
    • 반영했습니다.

      후반부가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아요. 일회용 농담인데, 여기까지 끌어온 것만 해도 대단하죠.
    • 기타등등 - 그래도 이블 데드 리메이크가 요란하게 나왔는데.. 보셨으려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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