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 Random Harvest (1942)


[마음의 행로]의 원작은 제임스 힐튼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소설과 영화는 이후에 나온 모든 기억상실 멜로드라마의 원조이죠. [마음의 행로]가 이 소재를 다룬 최초의 작품은 아니고, 심지어 같은 작가의 전작 [잃어버린 지평선]도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장르의 기원을 더듬어가다 보면 [마음의 행로]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또 우리나라 '추억의 영화' 팬들이 꾸준히 반복감상하며 회고하는 몇몇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죠.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존 스미스라는 가명으로 불리우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은 군인입니다. 전쟁이 끝나던 날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온 그는 유랑 연예인인 폴라라는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시골 마을에 정착합니다. 하지만 3년 뒤 그는  취직 면접을 위해 리버풀에 나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대신 이전 기억을 되찾게 되지요. 알고 봤더니 그는 이름은 찰스 레이니어였고 가족의 이름을 딴 거대한 사업체의 상속인이었죠.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소설에서는 3년 간의 기억을 잃은 찰스 레이니어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영화는 이를 곧게 펴서 연대기 순으로 이야기하지요. 이런 변형은 어쩔 수가 없는데, 그건 영화의 특성상 원작소설의 미스터리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미스터리가 무엇이냐고요. 그건 찰스 레이니어의 헌신적인 비서 마가렛이 사실은 폴라였다는 것이죠. 소설 끝부분에 마지막 퍼즐이 조립되며 완성되는 비밀이 시작부터 드러나는 셈입니다. 그 결과물은 히치콕의 [현기증]과 원작과의 관계와 비슷해요. 원작은 남자 주인공 중심이었지만 영화는 여자 주인공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집니다. 

영화는 십여 년에 걸친 끝없는 헌신과 인내의 이야기입니다. 저처럼 성미 급한 관객들은 "도대체 왜 저러냐!"라고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죠. 하지만 찰스 레이니어의 정신 상태를 고려해보면 폴라의 인내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폴라가 스미스와 보냈던 시절보다 마가렛이 찰스와 보냈던 시절이 훨씬 길어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리어 가슨과 로널드 콜먼은 제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배우들은 아닙니다만, 좋은 배우들이고 이 영화의 할리우드판 영국식 분위기에는 딱 들어맞습니다. 단지 도입부에서 콜먼은 좀 나이들어 보이긴 합니다. 1918년에 시작해서 30년대 말에 끝나는 영화인데, 콜먼은 찰스 레이니어와 거의 같은 세대거든요.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기도 했고요. 하긴 그렇기 때문에 찰스 레이니어/존 스미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12/12/04) 

★★★☆

기타등등
"왜 [마음의 행로]나 [애수]는 '추억의 영화'이고, [다크 빅토리]나 [가자, 항해자여]는 아닌가?"는 제가 늘 던지는 질문입니다.

감독: Mervyn LeRoy, 배우: Ronald Colman, Greer Garson, Philip Dorn, Susan Peters, Henry Travers, Reginald Owen, Bramwell Fletcher, Rhys Williams, Una O'Connor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523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109

    • 저희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시는 주말의 명화죠
      기타등등 답은 주말의 명화시간에 한것의 유무 차이가 아닐까요 아닌가 ^^
    •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간단합니다.
      '추억의 영화'와 '오래된 영화'에 대한 혼동에서 오는 질문이죠.
      추억이란 '옛날의 기억'을 다시 공유하는 것이죠.
      가자, 항해자여나 다크 빅토리에 대한 옛날의 기억이 있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요?

      애수나 마음의 행로는 여러번 개봉되었고, 40년대 영화지만 60년대에도
      개봉해서 히트했으니 그 영화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살아계시죠. TV에서도 여러번 방영했고.

      다크 빅토리도 1954년에 '사랑의 승리'로 개봉했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도 듀나님이 이미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듀나님 자신도 '랜덤 하베스트'가 아닌 '마음의 행로'로
      '워터루 브리지'가 아닌 '애수'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크 빅토리는 개봉제인 '사랑의 승리'가 아닌 '다크 빅토리'로
      언급하고 있죠. 개봉제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죠.
      그것만 가지고도 그 영화가 '추억의 영화'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된 것이잖아요. DVD나 토렌토시대가 되기 전에 누가 얼마나 그 영화를
      봤을까요? 즉 추억 자체가 없으니 추억의 영화가 아니죠.
    • 너무 진지하게 답변하시는군요. 무슨 의미인지 아실 텐데.

      그리고 아뇨, 거기까지는 이미 제 질문의 일부입니다. 다크 빅토리가 개봉되었다는 건 이미 스스로 말씀하셨잖아요. 게다가 개봉이 아니더라도 한국 추억의 영화 팬들은 텔레비전의 영향도 크게 받았지요. 그런데 소위 명화극장의 작품 선택만 해도 바로 옆의 AFKN의 선택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자신이 정해놓은 '추억의 영화' 카테고리의 함정에 빠져버리고 만 거죠.
    • 덤으로 제가 다크 빅토리라고 쓴 건 AFKN에서 이 영화를 접했기 때문이죠.
    • 세상에 제목도 잊어버리고 있던 영화인데 평을 보니까 구슬목걸이와 눈동자라든가 골목길 안쪽 담배가게 같은 별별 내용이 다 생각나네요. 이래서 추억의 명화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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