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남친 Nu Peng You Nan Peng You (2012)


여자애 한 명과 남자애 두 명이 있습니다. 남자애 왕신렌/아론은 여자애 린메이바오/메이블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린메이바오는 다른 남자애 첸쭌량/리암을 좋아해요. 그런데 첸쭌량은 알고 봤더니 왕신렌을 좋아하고 있었네요. 무한회전하는 영구기관 삼각관계의 탄생입니다.

이들은 모두 하얀 여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이 정도면 우리는 대만에서 종종 만들어지는 성정체성 모호한 청춘 로맨스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중 두 명은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삼각관계의 영화에 나온 적 있죠. 첸쭌량 역의 장효전은 [영원한 여름]에, 린메이바오로 나오는 계륜미는 데뷔작인 [남색대문]에. 그리고 [남색대문]은 이 영화 [여친남친]의 감독 양아체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것이기도 합니다.

단지 [여친남친]은 두 가지 면에서 앞의 영화들과 다릅니다. 우선 계륜미와 장효전은 모두 20대 후반이라, 영화 전체를 고등학생으로 나오긴 좀 어렵습니다. 둘째로 이들이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시대는 1985년. 대만에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때입니다. 고로 이들의 이야기는 [영원한 여름]이나 [남색대문]보다 훨씬 넓은 캔버스에 그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8,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만현대사와 한국현대사의 유사점 때문에 공감하는 점이 많을 겁니다. 민주화 운동의 결과 대만에서 계엄령이 끝난 것이 1987년. 우리와 비슷한 때죠. 정치적 억압과 그 반발의 성격도 비슷하고요. 운동권 학생이었다가 유력인사의 사위로 들어가 서서히 사회 안에서 시들어가는 왕신렌 캐릭터는 우리에게도 지나치게 익숙해서 지겨울 지경입니다.

1985년, 1990년, 1997년으로 이어지는 세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초반의 상큼함을 잃어버립니다. 이런 종류의 연애 이야기에서 가능한 길들 중 가장 구질구질한 것만 택해요. 세속적 야심과 욕망의 엇갈림 때문에 결국 모조리 불륜으로 빠져버리는 거죠. 그리고 (현대에서 시작되는 오프닝만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과격한 관계 정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비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개인적인 비극과 대만현대사의 연결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현대 파트의 낙천성에도 불구하고, 전 [여친남친]을 젊은 시절의 로맨스와 열정을 조금씩 잡아먹는 시간과 엔트로피와 구더기에 대한 컴컴한 영화로 봤습니다. 물론 21세기 초의 젊은 사람들은 이들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허무한 것인지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13/01/22)

★★★

기타등등
계륜미의 남성팬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상영회 소식을 들어보니 제가 짐작했던 것보다 많은 모양입니다. 작정하고 만든 퀴어 영화인데도 이성애자 남성관객들 비중이 높다면 그 때문일 듯.

감독: Ya-che Yang, 배우: Gwei Lun-Mei, Rhydian Vaughan, Hsiao-chuan Chang, Bryan Shu-Hao Chang,  다른 제목: Girlfriend, Boyfriend, Gf*Bf

IMDb http://www.imdb.com/title/tt23197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650

    • 첫문단의 '남자애는 왕신렌/아론은' 부분은 오타인것 같네요.
    • 남자애 왕신렌/아론은 여자애 린메이바오/메이블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린메이바오는 다른 남자애 첸쭌량/리암을 좋아해요. 그런데 첸쭌량은 알고 봤더니 왕신렌을 좋아하고 있었네요.
      이 문장에서 무한회전하면서 빠져나가질 못하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 멀대/

      왕신렌/아론 등의 표기는 중국이름/영어이름 순인거 같아요.

      즉, 아론(남자1)은 메이블(여자)을 좋아해요. 하지만 메이블은 리암(남자2)을 좋아하죠.
      리암은 아론을 좋아하고요.

      정리하면, 남자1->여자->남자2->남자1의 이성애/동성애의 삼각관계 완성이죠.

      참고로 전 이 영화를 안봐서 제 설명이 틀린걸수도 있어요.
    • 유력인사의 사위로 들어가 서서히 사회 안에서 시들어가는 첸쭌량 캐릭터->왕신렌(아론)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789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6 21,913 02-02
788 파라노만 ParaNorman (2012) 5 9,671 02-02
787 남쪽으로 튀어 (2013) 4 17,330 01-28
786 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2012) 3 16,209 01-27
열람 여친남친 Nu Peng You Nan Peng You (2012) 5 14,161 01-22
784 베를린 (2013) 8 28,148 01-22
783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 6 11,802 01-20
782 마마 Mama (2013) 1 15,346 01-16
781 7번방의 선물 (2013) 6 22,966 01-14
780 더 헌트 Jagten (2012) 5 19,062 01-10
779 잭 리처 Jack Reacher (2012) 5 19,127 01-10
778 몬스터 호텔 Hotel Transylvania (2012) 4 13,746 01-09
777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 6 17,328 01-05
776 로봇 앤 프랭크 Robot & Frank (2012) 2 10,715 01-04
775 노바디 엘스 - 마릴린의 편지 Poupoupidou (2011) 1 9,066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