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스탠드 The Last Stand (2013)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가 얼마 전에 개봉되었습니다. 흥행은? 꽝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저렇게 망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했지요. 영화 질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썩토지수가 60%를 오락가락할 정도였으니 그 정도면 평은 심하게 나쁘지 않죠. 질을 따지기엔 흥행 결과가 워낙 비정상적이었고요. 그보다는 최근에 추락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이미지와 연달아 발생한 총기 사고의 후유증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런 걸 극복할만한 무언가가 있는 대작도 아니었고. 여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나와 있는지 모르겠군요.

이야기는 전통적인 하워드 혹스식 서부극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FBI가 호송하던 범죄자 가브리엘 코르테스가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는 얼마 전에 그의 부하들이 훔친 최첨단 스포츠카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미 국경에는 그를 잡으려는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약간의 편법을 이용할 생각인데, 그 계획의 중심에는 서머튼이라는 뉴 멕시코의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왕년에 LA 경찰이었던 서머튼의 보안관 레이 오웬스입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인근 마을에 축구 응원하러 가 버렸고, 그에게 남은 것은 부하 세 명과 유치장에 감금되어 있는  마을 총각 그리고 마을 근방에 무기 박물관을 열고 있는 총기광 루이스 딩컴입니다. 

설정이 서부극스럽다면 액션과 이야기는 80년대식입니다. 거의 레이건 시대 향수가 팍팍 돋을 정도로 우파성향인 이야기입니다. 총기광 딩컴 덕택에 엄청난 양의 총알이 발사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여기에서 코미디의 레이어를 찾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도 결국 80년대 액션영화 공식 안에 통합될 겁니다. 네, 타이밍을 잘못 잡은 영화입니다. 여름이었다면 흥행이 조금 나았을까요.

아마 김지운이 만든 영화들 중 가장 쌈마이일 겁니다. 제작비와 배우값만 따진다면 정반대겠죠. 하지만 제작비를 얼마나 썼건 이 영화는 가장 싸구려처럼 보이는 김지운 영화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각본이죠. 설정은 황당하고, 들어가는 농담이나 대사의 질이 정말 유치하거든요. 이 모두에 '의도한 B급 정서' 핑계를 댈 수는 없습니다. 감독이 얼마나 상황을 통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토리 진행이나 영화의 흐름이 많이 덜컹거리고요. 무엇보다 이전에 우리가 쉽게 구별할 수 있었던 김지운의 개성을 찾아내려면 노력을 좀 해야 합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오락영화입니다. 일단 A급으로 잘 만들려는 노력을 벗어내자 유치하면서도 신나게 깽판을 치는 게 보이거든요. 옥수수밭의 카체이스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 액션신도 있고, 아까 구별하려면 노력을 좀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지운 특유의 엇박자 유머가 계속 나오는 건 분명하거든요. 주지사 영감의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를 놀려대면서 이를 액션과 드라마에 삽입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막판 액션을 보면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액션 찍으면서 이렇게 온 몸을 바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김지운의 앞으로 할리우드 계획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라스트 스탠드]의 흥행성적이 결코 좋은 뉴스는 아니죠. 지금 영화가 만들어진 모양으로는, 그가 앞으로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계속 의미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추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라스트 스탠드]가 낄낄거리면서 신나게 볼 수 있는 팝콘 영화라는 것입니다. 물론 주지사 스캔들과 총기 사고를 적당히 잊을 수 있는 관객들에게는.  (13/02/15)

★★☆

기타등등
탈출을 위해 저런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라면, 국경을 넘는 더 쉬운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각본의 설정은 진지하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감독: 김지운, 배우: Arnold Schwarzenegger, Forest Whitaker, Peter Stormare, Eduardo Noriega, Luis Guzmán, Jaimie Alexander, Johnny Knoxville, Christiana Leucas, 

IMDb http://www.imdb.com/title/tt154992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780

    • 옥수수밭의 '차체이스'는 좀 어색하네요. '카체이스'나 '카체이싱'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 오타입니다. 반영했습니다.
    •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경험과' ->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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