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The Host (2013)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원작자 스테프니 마이어의 동명 SF 소설을 각색한 [호스트]를 보고 [트와일라잇] 판 [바디 스내처]라고 부른다면, 여러분은 제가 날로 먹으려고 한다고 항의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고 넘어간다면 아쉽지 않겠습니까?

영화 속 외계인은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종족입니다. 우주를 날아다니면서 생명이 있는 행성을 발견하면 그곳 지배생물을 숙주로 삼죠. 영화가 시작하면 지구는 이미 그들에게 정복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정복이 가능했는지 모르겠어요. 소울은 외과수술을 통해서만 숙주의 몸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소울이 들어간 인간은 눈 색깔이 이상하게 변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뜨이고요. 눈 색깔이 다양한 서양에서도 튀는데, 동양이나 아프리카는 어떻겠습니까. 물론 영화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하여간, 그들이 정복한 뒤로 지구는 유토피아로 변했습니다. 전쟁은 사라졌고, 환경은 복구되었어요. 소울이 들어간 인간 숙주들은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이해심이 풍부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네들이 멸종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감염되지 않은 인간들은 이 상황이 싫을 수밖에 없죠.

이야기는 '완더러'라는 소울이 멜라니라는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멜라니는 완더러가 들어가 있는 동안에도 맹렬하게 저항하고, 멜라니에게 말려든 완더러는 어쩌다보니 탈출해서 젭이라는 과학자가 이끄는 지구인 저항세력의 본부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긴 하지만, 물이 풍부해서 위생엔 별 문제가 없고 근육질 젊은 남자애들이 부글부글한 곳이죠. 이상하게 젊은 여자는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완더러/멜라니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거겠지만.

여기서부터 영화는 사각관계로 빠집니다. 저항세력 중에는 멜라니의 남자친구 재러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완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완더러는 이언이라는 젊은이에게 끌립니다. 하나의 몸을 쓰고 있는 두 여자가 각각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상황이죠. 이게 말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소울에게는 자기만의 취향이 없나요? 그리고 왜 천 년이나 살아온 외계인이 지구 틴에이저 여자애처럼 행동하고 생각하죠?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 스타일의 외계인 섬멸엔 관심이 없습니다. 좋은 일이죠. 영화는 파괴보다 공존과 화합, 이해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이 역시 좋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주제는 발전이 없고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앞날이 빤한 사각관계 로맨스에 섞여 맥없이 반복되니, 이야기는 그냥 지루합니다. 무엇보다 SF의 장르 도구들이 너무 건성으로 쓰여서 화가 나더군요.

배우들은 괜찮은 편입니다. 시어샤 로넌과 윌리엄 허트, 다이안 크루거는 모두 그럴싸하게 캐스팅되었고 그 캐릭터 안에서 어울립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에게 배우로서 설득력있는 연기를 보여줄 기회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이 시작부터 반쯤 죽어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들 주변을 도는 남자 배우들은... 아, 다른 종류의 영화에서는 다들 낫겠죠. 

[호스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비웃고 놀리면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유치하게 웃기는 대신 무난하게 지루한 영화예요.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그냥 비웃고 야유하며 영화를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답니다. (13/03/28)

★★

기타등등
후반에 꽤 큰 비중의 배우 한 명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어떤 역인지는 말할 수 없고.

감독: Andrew Niccol, 배우: Saoirse Ronan, Diane Kruger, Chandler Canterbury, Max Irons, William Hurt, Jake Abel, Frances Fisher, Scott Lawrence

IMDb http://www.imdb.com/title/tt15172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9729

    • 오 감독이 앤드류 니콜이네요! 재미는 좀 덜해도 배우들 보러 가야겠어요
    • '근육질 젊은 남자애들이 부글부글'이라...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젊은 남자들을 자주 이런 식으로 지칭하시는데, 별로 듣기 좋은 표현은 아니지 싶군요.
    • 왜 어떤 사람이 듣기 싫을꺼라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면서 리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정확히 어느 부분이 듣기 좋지 않은지 말씀을 하셔야 할 듯.
    • 그럼 '날씬한 젊은 여자애들이 부글부글'은 괜찮나요?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 근육질 젊은 남자애들을 눈요기거리로 제공하는 영화니까 그런 표현을 쓰신 거겠죠. 불만있으신 분들은 피라냐 3D 리뷰를 읽어보세요.
    • 댓글달고 한동안 잊고 있었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네요.
      일단 제 댓글에 초점이 불투명했던 건 인정합니다. 그것 때문에 혼란스러우셨던 분들은 사과드리죠.

      제가 불만있는 건 예전부터 듀나님 리뷰에서 젊은 남자들을 '남자애들'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젊은 남자들을 너무 쉽게 '애들'이라고 지칭해서 생각없고 몰지각한 수컷들 집단으로 타자화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잦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도 이견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긴 하지만 더 얘기는 말죠. 제 개인적인 감상이니까.

      아니 님, 전 듀나님에게 어떠한 강요도 한 바 없습니다. 듀나님이 표현을 바꾸건 말건 그건 듀나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죠. 저 정도 코멘트에 맘 바꾸실 분도 아니잖아요? 그냥 리뷰를 읽고 느낀 바를 이야기한 거 뿐입니다. 제가 뭔 쌍욕을 쓴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의견개진도 못 합니까?

      그리고...iello님. 도대체 뭘 어떻게 읽으면 제 댓글을 '젊은 남자들 부글부글 어쩌구는 기분나쁘니 쓰지 마라. 여자한테는 저런 표현 써도 괜찮지만.'이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하실 수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만사를 그렇게 딱 절반으로 나눠 받아들이면 편하십니까? 하긴 속편한 방법이긴 하겠죠. 현명하다고는 못 하겠지만.

      일단 제가 할 말은 다 했습니다.
      제 댓글때문에 잠시나마 속 불편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대댓글도 안 달리는 리뷰게시판에서 싸우기 싫으니 혹시나 이 덧글 읽고 더 하실 말 있으신 분들은 쪽지라도 보내세요.
      • 죄송해요. 저는 국사무쌍 님이 그런 이분법적인 의미로 말씀하신 줄 알았어요.

        제가 오해했네요.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34 러스트 앤 본 De rouille et d'os (2012) 4 12,510 04-30
833 전국노래자랑 (2013) 4 13,671 04-29
832 아이언맨 3 Iron Man 3 (2013) 8 23,264 04-26
831 파리 5구의 여인 The Woman in the Fifth (2011) 6 14,672 04-18
830 새 구두를 사야해 Atarashii kutsu wo kawanakucha (2012) 4 11,214 04-17
829 키스 미 Kyss mig (2011) 4 9,117 04-17
828 월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1 14,223 04-17
827 테이크다운 Welcome to the Punch (2013) 9,641 04-13
826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8 17,151 04-13
825 이차노출 Erci puguang (2012) 1 9,032 04-10
824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 3 16,726 04-03
823 웨스트월드 Westworld (1973) 10 9,702 04-03
822 공정사회 (2012) 2 12,098 04-02
821 브로큰 시티 Broken City (2013) 8,447 04-01
열람 호스트 The Host (2013) 7 14,810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