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위험한 열정 Passion (2012)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패션: 위험한 열정]의 원작은 알랭 코르노의 마지막 영화인 [러브 크라임].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와 뤼디빈 사니에가 직장 상사와 부하로 나오는 스릴러 영화죠.

이야기 자체는 비슷합니다. 노미 라파스가 연기하는 이자벨은 독일에 있는 다국적 회사에 일하는데,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하는 상사인 크리스틴은 지옥에서 온 악마죠. 눌려지내던 이자벨은 크리스틴에게 맞서지만... 음, 여러분은 혹시 [러브 크라임]을 보셨습니까? 안 보셨다면 제가 저번에 쓴 리뷰는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드 팔마는 원작에서는 대놓고 드러냈던 진상을 후반까지 감추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크리스티 소설처럼 뜻밖의 반전을 숨겨놓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도대체 드 팔마는 왜 이 원작을 리메이크했던 걸까?"라는 궁금증은 영화 중반에 풀립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직장내의 권력관계가 어긋나고 범죄로 발전하는 순간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것처럼 보였던 리메이크 영화가 갑자기 '드 팔마' 영화로 바뀝니다. 이자벨이 [목신의 오후] 발레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면서 영화의 화면이 둘로 갈라지는 거예요. 그 이후 벌어지는 범죄 장면은 드 팔마의 80년대 영화에서 그대로 따온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번 영화의 음악을 맡은 사람은 피노 도나지오.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야기나 주제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직장내의 성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죠. 단지 드 팔마는 이를 조금 더 변태스럽게 바꾸고 있습니다. 우선 극중 인물 한 명을 여자로 바꾸어서 동성애의 비중을 늘렸어요. 그리고 이것을 섹스와 권력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원작에는 없었던 장황한 코다를 넣었는데, 이 역시 [드레스드 투 킬]과 같은 옛날 드 팔마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원작과 비교하면 어떠냐. 코르노의 원작은 무개성적이지만 작고 사악한 재미가 있는 소품이었습니다.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와 뤼디빈 사니에의 캐스팅은 완벽했고요. 그와 비교하면 [패션: 위험한 열정]은 여러 모로 느슨한 편입니다. 논리도 허술하고요. 레이첼 맥아담스와 노미 라파스는 모두 매력적인 배우들이지만 전 원작의 캐스팅이 더 좋습니다. 단지 완성도나 논리 따위는 접고 오래간만에 '드 팔마 영화'의 변태성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반가운 디저트입니다. [팜므 파탈] 때처럼 "아, 드 팔마, 이 변태 영감탱이야, 좋아좋아좋아..." 같은 소리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13/08/06)

★★★

기타등등
아무리 기기가 좋고 그 때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섹스 비디오 같은 건 찍는 게 아닙니다.


감독: Brian De Palma, 배우: Noomi Rapace, Rachel McAdams, Karoline Herfurth, Paul Anderson, Rainer Bock, Benjamin Sadler, Michael Rotschopf, Max Urlach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82901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502

    • 다음주 시사회에서 볼 예정인데 별점을 보니 안심이 되네요.
    • 의외로 본격적인 드팔마 영화가 되기 전이 더 재밌더군요. 되고나서는... 조금이라도 차별을 두려고 해보지 너무 똑같았어요. 원작 영화를 전혀 모르는 데도 결말을 다 맞출 수 있겠던데요 시스터즈나 드레스드 투 킬 땜에 ㅋㅋㅋㅋ 음악도 그렇고 옛날 고전 영화 스크린에서 보는 기분이라 그게 좋긴 했어요. ^^
    • 조용히 들어와서 기대를 낮추려고 했지만 드팔마 이름값은 못한 영화같아요.후반의 서스펜스는 좋았지만 설정이 너무 익숙하고 디테일도 성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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