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교복자르기

 

1

 

 상냥한 언니, 나는 전화를 끊고 결정했어.

 '하나쯤은 꼭 찢어야겠어.' 라고.
 

 난 교복치마를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으나 생각 외로 쉽게 잘리지 않아 처음엔 겉감을 자르고 그 후 안감을 처리하기로 했다. 겉감은 모양도 없이 급박하게 잘리곤 내 손으로 찢겨졌다. 그러자 그것은 세련되지 못한 뫼비우스의 띠가 되었다. 그 후엔 안감이다. 얇고 매끈하며 매우 연약한 것. 얘만큼은 나고서부터 매일같이 내 허리에서부터 내려가며 이어지는 살 찐 허벅지부터 무릎 끝까지 닿곤 했던 일을 기억할 거란 망상 속에서 나는 추억과 흉몽을 해체하였다. 어째서 로고가 박힌 끈 태그 따위가 자르는 도중 내내 무심히도 툭툭 튀어나오는 것인지. 이윽고 교복 치마는 1자가 되어, 나는 그것을 가지런하게 핀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짓거린 사냥이었다. 짐승을 잡은 자리에서 배를 째고 내장을 드러내어 가죽을 정돈하는 원시적 사냥. 날이 맑지 않아 오후의 빛은 어스름하고 불규칙했다. 를 지내고 싶어. 미친년이 말한다. 성냥 한개비로 순식간에 불타올라 더이상 태울 것이 없어 한줌의 재로 숨죽이는 모습을, 그 끝을 보고 싶어졌다며.

 

 

 

2

그래서 폐허를 열었다.

유령은 그곳에 있다.

16세는 황무지의 살집을 파낸다 18세는 상처 속에 섬을 만들고 

나는 향유로 씻어낸 제물을 

그 위에 올리었다

우리는 함께 성냥을 든다......

안녕. 

 

 

 

 

 

 

 

창작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36 [1분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2 2,826 08-02
335 귀물 시놉시스 2,529 07-30
334 내 마음 속 감옥 2,137 07-23
333 [시놉시스]굿바이 미스터김 2,194 06-27
332 [엽편] 일본 여행 2,773 08-02
331 끄적거림]가사글.. 2,089 07-18
330 [엽편] 1999년의 킹 오브 파이터즈 2,184 07-15
329 [엽편] C Through 2,019 06-19
328 지난 시간. 8 05-30
327 [엽편] 농구 좋아하세요? (15금) 2,731 07-07
326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 8 03-13
325 [엽편] summer snow 2,308 01-05
324 less snow 8 12-19
323 [단편 소설] 결행의 밤 3,730 10-08
322 [음악] 대설주의보 1 2,846 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