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소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은혼 기념으로 호주로 여행을 떠났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집에 돌아온 건 그로부터 이틀 후 였다. 어머니는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끌고 들어온 여행가방을 짜증난다는 듯이 마루 한복판에 동댕이쳤다.

"아빠는요?"

"가방 안에 있다."

휴우. 한숨을 쉬며 가방을 열자 예상대로 토막난 아버지가 큰 비닐 지퍼백 여러개에 담겨 들어있었다.

"...세관은 어떻게 통과하셨어요?"

"너는 니 에미를 아직도 모르니?"

그 시간에 마약소지자라도 같이 통과했으면 어쩌시려구요. 란 말은 하려다 말았다. 화났을 때의 어머니는 이것저것 따지는 분이 아니니까. 지퍼백을 열어 조각난 아버지를 마루에 펼쳐놓고 이리저리 모양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없는데요."

"뭐? 응... 그거?"  

방에서 옷갈아입고 마루로 나오신 어머니가 이쪽을 쳐다보더니,

"없으면 없는대로 해." 

"예?"

"하도 열받아서, 호텔 쓰레기통에다 버렸다."

"엄마아~!"

“아~ 없는대로 조립하라니까! 있어봤자 네 아빠 바람피우는 거 현장 적발하는 것도 지겨워 죽겠어. 평생 기저귀차며 살라고 해."

영 좋지 않은 곳이 없어진 아버지가 조립 후에 깨어나면 '내가 고자라니!'를 외치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아무도 신경 안쓰는 집안의 경제를 꾸려가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무시무시한 액수의 기저귀값을 부담하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에 나는 거기도 장기기증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창작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36 [1분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2 2,826 08-02
335 귀물 시놉시스 2,529 07-30
334 내 마음 속 감옥 2,137 07-23
333 [시놉시스]굿바이 미스터김 2,194 06-27
332 [엽편] 일본 여행 2,773 08-02
331 끄적거림]가사글.. 2,089 07-18
330 [엽편] 1999년의 킹 오브 파이터즈 2,184 07-15
329 [엽편] C Through 2,019 06-19
328 지난 시간. 8 05-30
327 [엽편] 농구 좋아하세요? (15금) 2,731 07-07
326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 8 03-13
325 [엽편] summer snow 2,308 01-05
324 less snow 8 12-19
323 [단편 소설] 결행의 밤 3,730 10-08
322 [음악] 대설주의보 1 2,846 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