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수들의 세계 [검우강호]


‘사라진 라마의 시신을 갖게 되면 무림 최고수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사연이 소개되고 곧장 흑석파의 습격 장면이 시작되면, 바로 알 수 있다. 당신이 이 영화 [검우강호]를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 전자에 속한다면 당신은 아마 이 영화를 그냥 조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열광하게 될 것이다.


다시 흑석파의 습격장면으로 돌아가보자. 흑석파 최고의 암살자들인 세우(양자경), 레이빈(여문락), 마법사(대립인)는 각자의 무기를 앞세워 라마의 시신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를 순식간에 궁지로 몰아넣는다. 재밌는 건 동작 하나 하나가 정지화면을 포함해 각각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한 동작 안에서도 상이한 속도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배합은 정지상태에서 2,3초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는 스포츠카의 질주를 떠올리게 한다.


리듬뿐만 아니라 무림 최고수들의 초식이 빚어내는 검법 역시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세우의 벽수검법은 굉장히 강할 뿐만 아니라 매우 아름답다. 검법 고수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초식 역시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어디서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멈춰야 곳에서 명쾌하게 잘라낸다. 가슴이 뛰는 액션은 가끔 이야기보다 힘이 셀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이야기가 약한 것도 아니다. 얼굴을 바꾼 채 평범한 여인 정징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세우와 신발이 헤질 정도로 달려다니는 순진한 택배원 지앙(정우성)의 러브스토리는 귀엽고 애틋하다. 중반을 넘어서면 라마의 시신을 둘러싼 검객들의 욕망과 음모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새로운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최고의 고수들이 평범한 혹은 그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아이러니를 이끌어 낸다. 어쩌면 최고의 고수일수록 실력을 잘 숨기는 것일지도. 


그러면서도 이 영화가 잊지 않는 건 무협영화 특유의 기품있는 정조다. 지앙이 칼을 가는 장면은 최고의 서스펜스와 함께 장르의 품위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는 소소한 유머들도 오락영화로서 미덕을 보여준다. 가장 관능적인 장면들에서 순식간에 코미디를 이끌어내는 솜씨가 배꼽을 잡게 한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지앙과 정징의 감정묘사는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교의 교리를 끌어오는 것도 영화의 결말을 생각할 때는 조금 무리수였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나 그런 것쯤은 모두 잊게 할 만큼 충분히 멋진 최후의 액션신이 대부분의 단점을 상쇄한다.


정우성과 양자경을 비롯한 아시아 각 국의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을 간직하면서도 영화 속 무협 세계의 톤을 놓치지 않는다. ‘미친 여자’ 암살자 옥을 연기한 대만판 ‘꽃보다 남자’의 서희원과 흑석파 우두머리 왕륜을 연기한 중국의 국민배우 왕학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양자경의 액션 연기는 기립박수감이다. 


오랜만에 깔끔하고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무협영화의 귀환이다. ‘와호장룡’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킬빌’만큼은 재밌다. 특히 무협영화팬들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화. 


    •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 꺅 킬빌만큼 재밌다면 무슨말이 더 필요할까요~
    • 링귀네/음 킬빌만큼 재밌다기보단 킬빌을 떠올리게 할만큼 재밌다로 수정할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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