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멜랑콜리아 (2011)



안녕하세요. 듀게님들~ 신입회원 입니다. 꾸벅~ 블로그에 올린 리뷴데, 등업되고 첨 올리는 글이네요.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멜랑콜리아'를 보고 왔다. 상영관이 없어서 부산 센텀 롯데시네마 아르떼관 까지 가야만 했다.

오는 길에는 막차를 놓쳐서 심야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다. 마음의 술렁거림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미친 파도처럼 심장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머릿속에서는 '멜랑콜리아'의 장면들이 리플레이 상영되었다.

마음이 돌덩이에 짓눌린듯 무거운데도, "끝"을 본후 느껴지는 이상한 시원함을 오래도록 느꼈다. "밤"의 차가움이었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멜랑콜리아'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커스틴 던스트'에게 빛나는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작품이다.

현지 평론가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혹자는 이 작품은 여우주연상 보다도 '그랑프리'를 받았 어야 했다고 말하지만 뭐,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는 세간에 거론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작품를 본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잊혀지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생생하게 각인될 것이다.

 

 

 

 지구멸망 시나리오. 거대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첨단 과학과 휴머니즘이 합세하여

인간의 힘으로 우주의 순리를 거스르려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마치 '보그'의 몽환적 화보와 같은, 또는 낭만 주의에 유행했던 화려함과 죽음의 음울함이 버무려진 유화 그림같은 신들로 시작한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완전히 본뜬 장면도 있는데 지독히 아름다웠다. 깨알같이 별이 만연한 밤에,

연못위에 드레스를 입은채로 누워서 수풀이 무성한 수면위를 천천히 떠다니는 장면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일련의 일들을 예고 하는듯한 오프닝이 끝나고 나면 본 식(式)이 기다리고 있다.

커스틴 던스트가 분한 '저스틴'의 결혼식 말이다. 18홀 골프코스와 거대한 프랑스식 정원을 소유한 저스틴의 언니,

샬롯 갱스부르가 분한 '클레어' 는 남편과 함께 호화로운 결혼식을 준비했다.

양가 가족들과 친지들,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해야할 '저스틴'은

 멜랑콜리아(우울증)에서 발을 뺄 수가 없다. 자꾸 변덕을 부린다. 행복한데 불안해하고 행복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엄습한다.

 

가족들은 그녀를 이해할수가 없다. 원래도 결혼에 대해 시니컬한, 지금은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는 결혼제도에 대한 냉소적인 말들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저스틴 어머니의 방을 찾아가 결혼뿐만이 아닌

어쩌면 그보다 더 근원적인 무언가에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모성에 기대보고자 하지만 어머니는 "당장 나가" 라고 한다.

일견 바람둥이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 역시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그녀가 할말이 있다고 붙들기만 하면 회피해 버린다. 

위트로 위장한 아버지는 사실 부서질 것처럼 나약한 인간이다. 딸이 불행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차마 직시할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돌려 순간적인 즐거움에만 두하고 싶어한다. 언니 클레어는 클레어대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결혼식에서

또다시 멜랑콜리의 늪속으로 자꾸만 걸음을 옮기는 동생에게 화가 치솟는다. '저스틴'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그녀의 사랑스런 피앙세 역시 결국 타인일 뿐이다. 온몸을 짓누르는 그녀의 우울을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는 달콤한 말로 없애주고

싶어하지만 타인의 우울을 함께 짊어질수는없다.

그녀는 그녀만의 멜랑콜리아에 갇혀있다. 그곳은 한번 발을 들이면 계속 나아가는 수 밖에는 없는 외로운 길이다.

 

 

결혼식은 실패한다. 피앙세를 잃고 결혼식에 참석한 상사에게 미움만 산 그녀는, 다 잃고만 그녀는 이제 숟가락 들 힘조차 없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서 그녀의 언니 집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찾아온다.

 


 

 

 

'멜랑콜리아'는 거대한 행성이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지구에 근접통과할 것이며 지구와 충돌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늘에는 세개의 달이 뜬다. 인간들은 직감한다. 곤충들과 새와 동물들도 직감한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것을.

 언니 '클레어'는 불안해 미칠 것만 같다. 그녀는 이제 겨우 일곱살이나 될까 말까한 아들까지 었다.

죽음은 호러다.  "무"로 사라져 버릴때의 그 고통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견뎌내지 못다.

 

한편, 얼마전까지 다 죽어가던 '저스틴'은 오히려 당장 그것이 지구를 덮치더라도 두려워지 않을 사람처럼 의연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저스틴은 마치 죽음을 앞둔 지구의 긴장을 즐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만이 속해있었던 멜랑콜리아의 세계는 이제 전 지구로 확대되

다. 필사적으로 믿지 않으려는 언니 클레어에게 그녀는 마치 여사제처럼 지구의 죽음을 예견다.

 

 

 멜랑콜리아(우울증)'는 결국 찾아온다. 그리고 인간들은 승산없는 게임에 나서야만 한다.

 

 

 영화에서 두번 클레어는 저스틴에게 "가끔, 나는 네가 죽도록 미워" 라고 한다. 저스틴은 그 자체로 멜랑콜리아(우울증)의 현신이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클레어에게 감당못할 대한 '우울'은 처음에는 우울의 현신이자 우울의 여신인 저스틴을 통해서, 

나중에는 행성 멜랑콜리아로 그녀앞에 거대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인간들을 자꾸 자신 앞에 세우고자 한다.

'거부'란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다.

 

 

 

 감전되는 것처럼 전율스러운 엔딩을 보았다. 슬픈데 울수도 없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멜랑리아의 세계가 그대로 내 가슴 속에도 들어온것 같다.

 

 지구를 삼킨 멜랑콜리아는 지금도 우주의 푸른빛 속을 여행하고 있을까.

어쩌면 블랙홀 근처회전하며 언젠가는 깊고 검은, 어두운 터널속으로 빨려들어 갈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하나의 세계를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블홀과 멜랑콜리아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처음과 마지막 부분은 '압도적으로' 훌륭하고 좋았는데, 본 편은 지루했어요.
      저스틴과 클레어에 공감했지만 진부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전작인 'Antichrist'는 '압도적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본편까지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멜랑콜리아'의 클레어로 나온 샬롯 갱스부르가 여주인공이고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저스틴의 커스틴 던스트보다 더 좋았거든요. 개인적으로 '이터널 선샤인'의 커스틴 던스트가 더 좋아요.

      'Antichrist'의 프롤로그 링크합니다. http://youtu.be/uhLXUeg1bLE
      누구라도 댓글창에서 바로 열리게 하는 법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직접 올려주셔도 좋고요.
    • 저에게는 대체로 매우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구조에서의 어떤 부분과 캐릭터 한 둘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들에서 기능적인 역할만을 하는, 무심하게 창조 된 듯한 몇몇의 등장인물과 편한 작법을 택하는 이야기구조의 결점이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전작들에서도 아쉬웠어요.
      그리고 커스틴 던스트의 캐스팅은 저도 중반 까지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거든요. '할리웃 공주'의 이미지가 계속 겹쳐지고...
      그런데 중반을 지나면서 부터는 오히려 '저스틴'이란 캐릭터에 최적의 캐스팅이 아니라서 더 괜찮게 느껴지더라구요.
      우울증을 앓는 분들 보면, 뭐랄까, 딱 봐도 어둡고 쓸쓸한 인상이라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의 느낌을 주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행동거지나 표정들에서 전혀 우울해 보이지 않는데도 사실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 있기도 하고요.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는 섬세하지 않고 조금 뭉툭한 느낌을 주었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정교하거나 가는, 예민한 느낌을 주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 당연하게 주위로부터 사랑을 받는 '할리웃 공주' 타입의 사람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갑자기 우울에 빠진다면 저런 느낌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감독의 나치 어쩌고 하는 발언만 아니었다면 여우주연상 대신 정말로 그랑프리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올려주신 안티 크라이스트의 프롤로그를 봤는데 상당히 강력하네요. 멜랑콜리아의 오프닝 보다도 더 인상 깊어요.
      정말 압도당했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무슨 일을 한답시고 이 영화를 놓쳤는지 모르겠네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dvd 얼른 구매해야 할듯...
    • 커스틴 던스트가 '할리웃 공주' 타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스틴에 대한 다른 말씀들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개인적인 호감은 그다지 없지만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결혼식 장면에서 파혼하고 심신이 황폐해지고 멜랑콜리아(소행성)로 멜랑콜리아(우울증)를 치유해서 새로운 모습까지 저스틴의 극적인 변화가 어색하지 않았거든요.
    • 네. 말씀 하신대로 그런 극적인 변화도 어색하지 않았던 듯 해요.
      평소엔 커스틴 던스트에 대해서 팔짱끼고 좀 냉정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선 괜찮은 인상을 준 거 같아요.
      원래 저스틴 역 내정 배우는 '페넬로페 크루즈' 였다는데 만약 페넬로페가 출연했더라면 어땠을지... 뭔가 좀 상상이 안되긴 하네요.
    • 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달이 세 개나 떴나요?
      하나는 진짜 달이고 하나는 멜랑콜리아고 하나는...?
    • 나머지 하나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저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제 생각일 뿐 이지만, 마지막에 세명만이 남잖아요. 꼭 세계에 그들 세명만이 존재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하나의 세계속에
      뜬 세개의 달 처럼 표현한게 아닐까,싶기도 하더라구요. 엄밀히 말해 모두가 달은 아닌데 달을 좋아하는 제게는 달 처럼 느껴졌다는..
      전혀 설명이 안되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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