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프랑스, 영국. 2024. ☆☆☆★★★  


A Working Title Films/A Good Story/Blacksmith Film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MUBI. 2시간 20분, 화면비 2.39:1. 


Director & Screenplay: Coralie Fargeat. 

Cinematography: Benjamin Kracun. 

Production Design: Gladys Garot, Stanislas Reydellet. 

Music: Raffertie. 

Costume Design: Emmanuelle Youchnoski.

Special Makeup Effects: Pierre Olivier Persin, Olivier Alfonso, Frederic Balmer, Marison De, Sandrine Denis, Brian Kinney. 


CAST: Demi Moore (엘리자베스 스파크), Margaret Qualley (수), Dennis Quaid (하비), Gore Abrams (올리버), Robin Greer (남자 간호사), Oscar Lesage (트로이), Edward Hamilton-Clark (프레드), Christian Erickson (식당의 노인), Daniel Knight (캐스팅 디렉터), Jonathan Carley (캐스팅 디렉터 조수). 


THE SUBSTANCE POSTER- HOLLYWOOD STAR VERSION 


영어판 리뷰를 이미 썼습니다만, 한국판 리뷰도 올리기로 했습니다. 보통 이맘때쯤 되면 정신이 쑥 나갈 정도로 바빠지는데, 요번에는 모든 메이저 데드라인들이 11월말에 완결되었고 (물론 문제가 다 해소된 것은 아니고 내년 초에 나올 각종 결과 여부에 따라 정신없는 상황이 재개되겠지만서도), 최소한 영화에 대한 글쓰기라는 측면에서는 상황이 여러가지로 나아졌습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지금 한국의 상황이 지극히 비정상이라서 한국의 여러분들께서는 이런 글을 읽으시고 영화를 즐기실 마음의 여유가 없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현 사태의 후유증은 몇 년이고 지속될 것입니다만, 내가 이미 영어글로 제시했듯이 이것은 오히려 배심제도에 의해 심판받은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두번째 선출하고 이제 그 인간쓰레기가 헌정질서를 파괴하기를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내구성과 역동성을 온 세상에 증명해 보일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낙관적인 심정으로 계속 영화글을 써 나아가려고 합니다. 


정치나 사회를 제외한 “사무적” 인 측면에 있어서도, 여혐 꼴통 쓰레기통으로 변하고 있는 트위터 (X) 의 내 계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듀게 및 내 영화리뷰를 읽으시는 분들과도 무관하지 않은 여러 좋지 못한 상황 및 조건들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1월이 되면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고요. 잠시 2024년 최애의 블루 레이/4K UHD 리스트 티저 예고편을 돌리자면, 12월 10일 시점에서 이미 작년 (2023년)의 총 개수보다 50점이 넘는 (디스크 수로 따지면 70장을 초과하는) 블루 레이와 4K UHD 를 구매했고요, 요번의 리스트는 지난 4-5년의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한 경합전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코랄리 파르제트의 [서브스턴스] 는 [리벤지] 의 후속작품입니다만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제작중에도 몇번인가 엎어질 뻔 하고 (데니스 퀘이드 역은 최근에 유명을 달리하신 레이 리오타가 맡기로 되어 있었는데 촬영 시작한 다음에 급사하셨다고 합니다. 그건 몰랐었네요), 원래 유니버설에서 배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임직원들이 시사회를 참관하고는 대노하면서 영화를 뺏어가서 대폭 재편집하려고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파르제트의 계약서는 그가 백퍼센트 파이널 컷을 가져갈 것을 명시하고 있어서, 유니버설은 온라인 영화보기 앱인 MUBI 에 천2백5십만불에 배급권을 팔아버렸어요. 결과적으로는 칸느 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시사 도중 퇴장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등 구설수는 계속되긴 했지만), 보도에 의하면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7천만달러가 조금 넘는다고 하니, MUBI에는 확실히 이득이 되는 장사였을 거라고 여겨지네요. 


파르제트의 전 작품 [리벤지] 가 성폭행 희생자의 복수극이라는 착취성 오락영화 장르의 토양에 뿌리를 내린 한편이라면, [서브스턴스] 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 작품이 그 전형으로 간주되는 “바디 호러” 장르의 정통적인 계보에 속한 한편입니다. 솔직히 파르제트와 크선생님은 스타일이나 철학적인 주제 의식에 있어서는 닮은 점이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스턴스] 는 초기의 크선생님 작품이 지닌 강렬한 즉물성과 직설적인 표현 방식— 웬만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을 추수(追隨)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또하나 닮은 점이라고 하자면, 이러한 착취성이고 익스트림한 제재 및 장르적 정체성을 표방한 한편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글로벌 스타들이 문자 그대로 몸을 내던지는 과격한 연기를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죠. [비데오드롬] 의 데보라 해리, 배에 생긴 여성 성기를 닮은 기관에 자기 손을 집어넣는 제임스 우즈, 점액질의 파리 인간으로 변신하는 [플라이] 의 제프 골드블럼 등을 연상시키는, 그런 보통 헐리웃 영화의 “적정수준” 을 까마득하게 초월하는 수준의 과격한 연기를 이 한편에서는 데미 무어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막가파고 육감적이고 하위장르적인 양태와 우리가 흔히 “예술영화” 적이라고 파악하는 미장센, 스타일과 미적 감각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존한다는 점에서 70년대 뉴 어메리칸 시네마와 이천년 대의 뉴 코리언 시네마와도 공통항이 있는 듯 합니다. 


많은 이런 종류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내용” 타령은 이 한편을 감상하는 데 일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한편의 기본적 설정이나 아이디어는 뭐 한국영화나 웹툰에서도 얼마든지 이미 나온 거고요 (대표적인 예가 [기기괴괴 성형수]). 한국 작품들에 비해서 각본상에서 정교하게 셋업이 된 것도 아닙니다. [서브스턴스] 가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이런 작품들이— 문학이건 영화이건— “변신” 을 통한 “또다른 인격” 과의 갈등-길항이라는 주제에 바탕을 두고 진행되는 데에 비해, 여기서는 “변신” 이라기 보다는 “분신” 이라는 형태로 자기 자신의 “이상화된 버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을 “소비” 하는 관객이라는 존재에 맞추어져 만들어진 존재와의 갈등-길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파르제트 감독은 애초부터 데미 무어가 연기하는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등으로부터 “출산” 하는 젊고 섹시한 분신인 수 (마가레트 퀄리) 사이의 유전적인 “유사성” 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합니다. 


이 점에서는 유전적으로도 동일하고 거의 하나의 인격을 공유하는 듯이 보이는 쌍둥이 형제의 갈등을 그린 크선생님의 [데드 링어스] 와도 현격하게 차별됩니다.  분신을 가능케 하는 묘약 “서브스턴스” 를 제공한 “회사” 에서는 이 두사람은 “하나의 인격” 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둘 사이의 점차 격화되는 증오와 질시의 역학관계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라” 는 모범답안을 제시할 따름입니다. 내 제자 마롱군이 지적했듯이, 엘리자베스와 수의 관계는 한 인격의 연장선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딸의 자유분방함과 무책임함 때문에 피해를 보는) 어머니를 어쩔 수 없이 “모셔야” 하는 (어머니와 닮았다는 것이 짜증스럽고 힘든) 딸과의 관계를 묘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수가 PD 하비한테 일주일 건너서 쇼를 촬영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때 “노모를 돌봐주어야 한다” 라는 핑계를 댑니다) 


파르제트의 전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의 정말 생리적인 불쾌감을 유발하는 극단적인 클로스업-- 특히 피부를 꿰뚫고 들어가는 주사바늘의 접사!-- 과 뺨다구를 후려 갈기는 것 같은 폭력적이다시피 한 에디팅 등의 기법 등에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강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으실 텐데, 이 한편에서는 그 날카로움과 “폭력성” 에 있어서는 정도가 더해지고, 반면 [리벤지] 의 머리 폭발 악몽 신 같은 오타쿠적인 레퍼런스는 줄어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서브스턴스” 를 배급하는 “회사” 인지 “비밀조직” 인지 (외계인의 인체 실험 필드워크 팀?) 가 “CF” 용으로 만든 “사용설명서 비데오” 같은 영상들은 군더더기가 싹 빠져있으면서 장르적인 색채도 표백되어 있어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고 판매 (실험) 대상은 누구인지 이런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일체 주지 않습니다. 서브스턴스가 실제로는 누가 뭘 어떻게 하는데 쓰이고 있고, 그런 식의 서사의 퍼즐을 채워나가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설명적인 방식으로 “내용이 충실한”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불만이실 수 있을 겁니다. 


나한테는 [서브스턴스]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관람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역사상의 명작들의 영향권에 의식적으로 배속되어 있었다는 감을 떨치지 못했던 전작 [리벤지] 와는 달리,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눈 팔지 않고, 욕 먹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 나가는 강렬한 박력이 있습니다. 한끗만 실수하면 통제를 잃은 과잉이나 헛웃음을 불러일으키는 키치의 구렁텅이로 굴러들어갈 수 있을 종류의 과격한 아이디어와 표현을 조금도 마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그런 종류의 “작가의식” 이 전편을 통해 배어 있지요. 그리고 크선생님의 초기 작품이나 미이케 타카시의 훌륭한 작품들 (예를 들자면 [오디션] 등) 에서 볼 수 있는, 과격하고 잔혹하고 끔직하지만 동시에 일종의 “아름다움” 과 “멋짐” 을 구현하는 그런 종류의 경험을 할 수 있는 한편이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의 “헐리웃 명성의 보도 (walk of fame)” 별의 변천을 부감샷과 몽타주로 보여주고, 또 그의 마지막 운명과 연결시키는 시퀜스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이러한 장면들은 파르제트가 여느 착취성 장르영화 감독들과는 달리 엘리자베스와 수의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잃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이 한편의 성취를 위해 가장 중요했던 존재는 말할 필요도 없이 데미 무어고요. 이제 60이 넘은 나이신데, 그야말로 구석구석까지 왼통 발가벗은 몸 그리고 성형수술의 흔적도 보이는 얼굴을 노출 시킬뿐만 아니라, 보고만 있어도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익스트림한 노쇠하고 비틀어지고 문드러지는 특수메이크업을 마다하지 않고 그야말로 몸을 던지는 열연 (이라는 표현으로도 한참 부족합니다) 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같은 나이 또래로 노년에 진입을 앞두고 있는 남성의 입장에서 보고 있노라면 무어의 압도적인 연기에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입니다. 끔직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특수 메이크업을 뒤집어 쓴 채 뛰어다니고 피갑칠을 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무어 여사의 모습에서 연기자 자신의 일종의 해방감마저 감지했다면 나의 억측일까요? 최소한 아카데미상 후보에라도 오르셔서 지금까지 연기력을 무시하고 했던 쪼다놈들에게 설욕을 하실 수 있길 빕니다. 


이 한편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별로 미국스럽지 않고 프랑스적으로 꾸민 TV 스페셜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특수메이크업 난장판 클라이맥스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장면의 무차별적으로 변이하는 신체의 묘사를 보면, 이 부분까지는 잘 유지해온 파르제트의 밸런스 감각이 약간 흐트러지면서 트로마 영화나 프랭크 헤넨로터 작품같은 식의 “망가지는” 유머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상황에 대한 접근 방식은 수미일관하게 절제되어 있는 크선생님의 그것에 비하면 조금 통제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장르적 재미의 버튼을 능숙하게 눌러 주는데에서 끝나지 않고, 더 큰 야심을 지니고 여성 중심의 바디 호러 장르의 외연을 넓히고, 그 와중에 데미 무어의 강렬한 연기를 중심으로 예상치 않은 방향의 페미니즘적인 사상적인 개입까지도 가능케 해준 수작으로 평가하겠습니다. [리벤지] 를 보고 별로였다는 분들이 어떻게 보실 지는 잘 모르겠는데, 최소한 그 영화에서 지적된 “개연성” 적인 “문제점” 들은 이 한편에는 적용이 안 될 터이니, 일단은 마음을 열고 감상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거꾸로 이 영화를 여혐이다, 안티 페미니스트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께선 어떤 사고회로를 작동시키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고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적 과잉 또는 키치스럽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면 이해는 갑니다만 (찬성은 할 수 없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뭐가 문젤까요? 마가렛 퀄리의 엉덩이를 여성 감독이 너무 자주 화면에 비춰서? 나는 어쨌든 [서브스턴스] 는 제니퍼 켄트의 [나이팅게일] 이나 로즈 글라스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 과 같은 맥락에서 “주류적 페미니즘” 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여성의 신체와 용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 을 후벼파는 페미니즘 영화라고 결론 내리겠습니다.

    •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극장에서 보고, 여러 필자들의 평까지 읽다 보니 정말 흥미로운 한편이었습니다. 영화 볼 때도 좋았지만, 영화를 보고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한 다면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난장판 클라이막스의 망가지는 유머가 오히려 좀 늘어지는 후반에 근사한 마무리를 넣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내달리는 막가파적 접근이 좀 뒤뚱대던 영화에 훌륭한 스퍼트를 만들었달까요.
    • 리뷰 잘 읽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올해 한국에 공개된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 혹은 올해 한국에 공개된 잔드라 휠러의 두 영화중 뭐든 리뷰 요청드려봅니다.
      • [클로즈 유어 아이즈] 및 [추락의 해부], [존 오브 인터레스트] 리퀘스트 받았습니다. 다 다루지는 못해도 쓸터이니 느긋하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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