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셀프 - 사쿠 유키조

 

 

여성의 심리를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했었던 [백마 탄 왕자님]의 사쿠 유키조가 이번에는 생각만 해도 얼굴을 붉어지게 만드는 매우 도발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돌아왔다. 신작 [셀프]에서 사쿠 유키조는 바로 남성에게 있어서 영원한 테마라고 할 수가 있는 자위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꽤 진지한 자세로 접근해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시작부터 인간은 쾌락을 얻기 위해서 개구리 같은 미련한 자세가 된다는 발칙한 문장을 들려준다.

 

미나미구의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쿠니키다 요이치는 매우 준수한 외모를 소유한 24살의 평범한 남성이다. 훈남인 요이치는 주변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현재 유카라는 예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옆집 여성과의 첫 경험을 통해서 너무나 일찍 성에 눈을 뜨게 되고, 이후로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져왔지만 섹스는 여자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성과의 성행위에서 별다른 감정이나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이성과의 관계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던 요이치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를 통해 자위행위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위행위를 해본 적이 없었던 요이치에게 자위행위는 그야말로 무한하게 펼쳐진 미지의 세계였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을 위한 성의 입구를 알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으로 인해서 요이치는 점점 자위행위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사쿠 유키조의 [셀프]는 자위행위라는 혼자만의 성에 눈을 뜨게 되고, 그 자위행위를 통해서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락을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와 그 상황을 무척 리얼하면서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자위행위는 일상에서도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꽤 민감한 소재라서 아마도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작품이 국내에서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었다.

 

작가는 자위행위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매우 영리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요이치가 자위행위에 빠져드는 과정을 억지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전개하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질문들을 던져준다. 또한 요이치가 자위행위를 위해서 늘임봉과 곤약, 로션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진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상황들이 웃음을 선사해준다.

 

요이치가 자위행위를 하면서 창문에 비친 자신의 흉한 모습에 잠시 주춤하다가, 곧 결코 멈출 수가 없는 본능적인 욕구를 따라 몸과 마음이 가는대로 쾌락의 세계에 다시 빠져드는 장면은 이 작품의 진정한 깊이와 묘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쿠 유키조의 [셀프]는 남성의 자위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비단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 독자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의 가랑이에 붙어있는 그 것을 탐닉하고 있을 모든 성기의 노예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글 잘봤습니다^^
      감상글이나 작품에 대해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만화를 진지하게 받아드리는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BL물이 아무리 리얼하게 그려도 결국은 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게이판타지지 않습니까?
      이만화속의 자위행위 역시 자위에 대한 판타지일 뿐입니다.
      슬램덩크에서 리얼한 묘사로 고교생들이 NBA수준의 덩크를 너도나도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_-
      그냥 재밌게 보는 걸로 끝내야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아울러 '어디선가 자신의 가랑이에 붙어있는 그 것을 탐닉하고 있을 모든 성기의 노예들'
      이란 표현은 원래 그렇게 말씀하시는건지 이 책을 보고 감정과잉이 되신 상태에서 쓰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위나 섹스를 폄하하는 듯 해서 썩 보기 좋은 표현은 아니군요.
    • 24살된 남자애가 자위를 한 번도 안 했다고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 thomas / 전 그냥 만화를 읽고서 제가 느낀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작품에 등장한 성기의 노예라는 표현이 꽤 마음에
      들어서 마지막 문장에 인용을 했는데 그 문장을 쓰면서 절대로 자위나 섹스를 폄하하거나, 혹은 그렇게 보일꺼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감정 과잉이 되지도 않았었고요. 그런데 만화를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닐까요?

      DJUNA / 자주 다뤄지는 동정남 보다 흥미로운 설정 같아요.
    • 보쿠리고 / 제 표현이 좀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보네요^^;
      작품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건 그건 당연히 개인의 자유 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한건 이 만화에서 묘사된 자위행위와 그 심리가 아무리 리얼하다해도
      독자와 작가의 만족을 위한 환타지일뿐이니 진지하게 받아드릴 필요 없다는 겁니다.
    • thomas / 네, 저도 만화에서 그려진 판타지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런 판타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현실에서 정말로 도피하고 싶은 아주 급박한 상황이 오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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