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스 코드"가 재미난 대목은 긴박한 싸움과 첨단 기술이 중심이 되는 박진감 넘치는 영화이고, 수수께끼 풀이와 이리저리
굽이치는 줄거리가 계속 호기심을 이끄는 이야기면서도 영화가 다루는 배경은 통근열차를 타고 가는 보통 사람들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이 영화의 멋으로 잘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위해서, 영화는 "중간에서 막바로 시작하기(in
medias res)" 수법으로 꾸민 이야기를 정석으로 밀고가고 있습니다. 즉 영화가 시작하면, 주인공이 평범한 통근 열차에 타고
있는데, 갑자기 다짜고짜 이 사람은 자기가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자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헬리콥터를 조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무슨 순간이동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도대체 무슨
사연일지, 궁금해하면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왜 내가 이 열차안에 있는거야?)
이
렇게 수수께끼 같은 장면을 대뜸 들이대면서 시작하는 영화인만큼, 이 영화를 제맛 그대로 보는 방법은 도대체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어떻게 흘러가는 이야기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가서, 그 자리에서 놀라고 궁금해 하며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제목 "소스 코드" 조차 이 영화 내용에 대해 알려주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아예 그렇게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 영화는 "소스 코드"하면 떠오르는 컴퓨터 프로그램, 해킹, 저작권 뭐 이런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 "중간에서 막바로 시작하기" 수법은 이 영화에서는 무척 잘 쓰여서, 한 가지 이상한
상황을 보여주고, 이 상황을 풀이해 줄 것 같은 다른 상황을 보여 주면서, 더 궁금한 정체불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또 다음
상황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중반 이후가 되면, 드디어 관객은 이게 다 뭐하자는 것인지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껏 궁금해하면서 봤던
상황이 정리가 되고, 이제는 "그래서 이런 복잡한 상황이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까?"를 계속 궁금해 하면서 결말을 지켜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결국 이 영화는, 장중하고 우울한 분위기와 웃음이 서린 즐겁고 밝은 분위기를 잘 섞어 나가는 빠르고 재미난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 중에 처음으로 이야기 해 보고 싶은 것은, 전성기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50년대 고전 영화의 요소 입니다. 평범한 남자가 갑자기 엄청난 사건에 말려 들고,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오해하는 정체불명의
무리들 때문에 일은 더 꼬이고, 이 이상한 상황의 진상이 무엇인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그 사이에 열심히 뛰어다니며
활극을 펼치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 "나는 비밀을 안다", "나는 결백하다", 같은 영화들을 꼽을만 할 것입니다.
긴박하고 흡인력 있는 시작에 비하면 좀 느릿느릿한 면이 있지만, 화면이 보기 좋고 음악이 듣기 재밌어서 버틸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 약간 "과하다 싶게" 하는 게 또 의의가 있다 싶은 것이, 영화 내내 시카고에 도착하지 못하고 계속 폭파되어서 망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영화 맨 마지막 결말에(스포일러)
드디어 시카고에 도착하는 게 대단원의 결말 장면으로 되어 있다보니, 본격적인 시작 전에 좀 과하게 "목적지"를 나타내는 것도 결말의 무게를 더하는 데 머릿속에 인상을 남기기 좋은 배치가 되어 주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곱씹어 보면 오프닝의 시카고 전경은 거의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구도로 촬영되어 있지요 (물위에 떠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도시더군요) 그러다가 호수(강?)의 수면위로 (물의 이미지) 내달리며 철로위의 기차로 다다르는 연결은 마치 '영혼'이 부유하며 숀의 몸을 찾아가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히치콕을 떠올렸는데 아주 상세하게 분석해 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