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아메바 소녀들 두 번째 이야기, '교생 실습' 간단 잡담입니다
- 작년에 완성됐지만 올해 개봉해서 아직 상영 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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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Bit 도트 게임 시절 디자인에서 감독님의 취향이 격하게 드러나는 느낌이죠. 실제 영화 속에도 한참 나옵니다. ㅋㅋ)
- 전작과 아무 관계 없는 이야기이고 배경도 '세영 여고'라는 다른 학교에요. 만 35세의 한선화씨가 교생으로 나오는 걸 보면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걸까요? 암튼 실습 첫 날 부터 조례 시간에 이어폰 끼고 인강 들으며 시건방 떠는 학생에게 분노의 무언가(정말로 안 나옵니다 ㅋㅋ)를 시전했다가 곧바로 출동한 학부모에게 문자 그대로 '갑질'을 당한 고딩 때 담임쌤과 교생 한선화씨는 기가 죽고요.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하고 한숨을 쉬다가 이 학교의 실세이자 친구들에겐 우상, 선생들에겐 보물 취급 받는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 소라' 멤버 3인조를 목격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추앙 받는 이유는 간단히 세 명 각각이 수능 모의고사 국, 영, 수 과목의 전국 탑이기 때문이구요. 원래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던 이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는 관심 없는 우리 한선화 교생은 '흑마술은 위험해!'라는 이유만으로 한밤에 학교에 모여 의식을 치르려는 이들을 기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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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3+1이었다면 이번엔 1+3입니다. 1이 한선화의 교생 캐릭터이고 이 분이 단독 주인공이에요.)
- 1편이 2024년 9월에 개봉을 했습니다. 흥행은 3만명 정도였다고 하고 그래서 2025년 2월에 티빙으로 전격 공개(...) 되었죠. 하지만 감독님의 열정으로 흥행이야 어쨌든! 이란 스피릿으로 곧바로 속편을 준비하게 되었... 지만 돈이 없었대요. 예상했던 제작비의 절반 밖에 투자를 받지 못해서 스탭들을 모아 놓고 '이런 사정이니 그만 두고픈 분들은 지금 떠나셔도 돼요'라고 했지만 거의 모두가 남으셨다고. 그리고 그 스탭들이 1편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구요. 그리하여 영화를 다 찍은 게 작년 9월인데 이때 1편이 넷플릭스에 올라가면서 갑자기 뜨거운 호응이 일고 팬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뭐 좋은 일이긴 한데... 문제는 이미 영화를 다 찍어 놓은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거죠. 지금 속편을 보고 와서 생각해 보니 이게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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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선화가 옛 한국 나이로 37세입니다 여러분! ㅠㅜ 교직을 꽤 늦게 시작한 것 같지만 대충 넘어가구요.)
- 일단 제작비가 모자란 게 정말 확연하게 티가 납니다. 그나마 제일 익숙한 배우 두 분은 특별 출연이셨고. 배경이 시작부터 끝까지 학교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21세기 벽두에 유행하던 수준의 플래쉬 애니메이션 같은 걸로 커버해 버리는 장면이 꽤 길게 나오기도 하고. 특수 효과도 (이미 인디 영화였던) 전편보다 훨씬 줄었어요. 화면 때깔도 좀 그렇습니다. 전편이 가난한 영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가난한 티비 영화 느낌.
전작에선 15세였던 등급이 12세로 내려간 것도 전작의 흥행 실패와 비인기(...)로 인한 감독님의 결단이 아니었을까 싶구요. 그래서 전작이 웃기는 호러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그냥 귀신 나오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작도 무서운 영화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의는 보였던 반면에 이번에는 정말 코미디에만 전념해요.
마지막으로... 캐릭터나 이야기 전개나 농담 스타일 같은 것들에서 많이 타협한 느낌이 납니다. 전작이 '뭐 어때 내 취향이다!' 라고 뻔뻔하게 들이미는 개그들로 웃겼다면 이번 작은 뭔가 다 어중간해요. 전작의 스타일이 아닌 건 아닌데 뭐든 전작만큼은 아니다... 라고나 할까요. 좋게 말하면 1편의 순한 맛인 건데, 제 생각에 1편의 그 센스는 순한 맛 버전이 존재하면 안 되는 성격의 무언가... 였습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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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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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하고 아싸스럽게 귀여운 스타일은 그대로인데 이번엔 캐릭터들에게 정 붙이기가 어렵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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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열심히 풍자를 하는데 이번엔 커버 범위가 너무 넓어서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간단히 말해서 재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ㅠㅜ
위에 적었듯이 호러는 아예 접고 개그에만 몰빵을 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 한 번도 못 웃었어요. 아니 한 번쯤 피식 웃었던가... 싶기도 한데 그게 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크게 웃기진 않았겠죠. 전편보다 좀 더 대중적인 유머를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냥 좀 썰렁했어요.
캐릭터들의 매력도 확연히 떨어집니다. 전편의 경우엔 개성 강한 4인방이 모두 주인공 격으로 서로 꽁냥거리며 관계 맺어가는 재미가 컸는데 이번 영화는 걍 한선화 원탑 주인공에 고등학생 셋은 조역이에요. 외모를 제외하면 특별히 차별화 되는 캐릭터성도 없고 자기들끼리의 관계 드라마도 아예 없구요. 그 와중에 한선화의 캐릭터는 그냥 '씩씩하고 정의로운 푼수 교생' 으로 간단히 요약되며 아무런 갈등도 고민도 겪지 않아요. 딱히 정 붙일 구석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 그 자체도 1편보다 확실히 못해요. '교권 침해'라는 소재도 정말 부담스러운 방향(...)으로 대충 쓰인 느낌이고. 이야기는 어수선하구요. '신파는 안돼!'라는 전편의 히트 대사를 재활용한 건 좋은데 그게 정말로 부담스럽게 사용돼서 말입니다. 엔딩과 크레딧에 울려 퍼지는 모 노래는 일생 들어본 버전(?)들 중에 가장 난감하고 고통스러웠어요. 정말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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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우측 분은 우주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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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프로듀스101 시즌 2 출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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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주인공이 이제 으르신 아이돌 시크릿 출신이니 아이돌 캐스팅은 1편보다 강화되었군요. ㅋㅋ)
- 아쉽습니다. 1편이 그래도 흥행이 좀 되었더라면. 최소한 넷플릭스로 얻은 인기가 2편이 준비되고 만들어지기 전이었더라면. 그래서 제작비도 더 받고 감독님도 자기가 1편에서 했던 이야기에 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더라면... 뭐가 됐든 이것보단 훨씬 재밌는 영화가 나왔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넷플릭스 덕에 현재까지 흥행은 1편보단 조금 나은 듯 하긴 한데, 손익 분기가 20만명 오버라니 현재까지 3만명 든 걸론 여전히 어림도 없겠고. 이번 영화는 나중에 OTT에 풀려도 1편만한 인기를 끌 것 같진 않아요. 이런 글 적으면서 웃기는 얘기지만... 흥행은 좀 더 됐으면 좋겠는데 어렵겠죠. 흑.
암튼 뭐 그렇게, 저는 1편을 극장에서 돈 주고 못 본 걸 이번에 갚은(?) 셈 치자고 생각하며 상영관을 나왔습니다. 끝이에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한선화 교생이 흑마술 동아리 3인방을 앉혀 놓고 적당히 갈궈서 알아낸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다이나시'라는 어둠의 존재가 있는데 이 분에게 영혼을 바치면 시험 정답을 알려준다는 거에요. 교생님은 당연히 비웃고선 양 손 훡 유를 날리는 사람 그림을 그려서 애들에겐 안 보여주고 이다이나시님에게 갖다 준 후 답을 들어 오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사색이 된 2인방이 나타나서 대체 왜 그러셨냐며, 그 분이 분노하셔서 한 명을 인질로 붙잡아 두고선 오늘 밤에 반드시 그 교생을 데려오라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자 피식 웃으며 알았다고. 함께 가자고 하는 교생쌤.
그날 밤이 되어 둘에게서 배운 주술로 함께 다른 차원의, 호러 분위기의 학교로 공간 이동을 한 교생쌤은 1층의 언어 영역, 2층의 수리 영역, 3층의 외국어 영역 귀신 + 보너스 아재 개그 귀신과 1:1 배틀을 벌여가며 이 바닥 잘 아는 학생들의 활약과 도움으로 최종 스테이지인 교무실에 도착. 이다이나시를 만납니다. 쫄지 않고 자기에게 막말을 하는 교생에게 빡친 일본 귀신 이다이나시가 칼을 빼어 들고 교생을 죽이려는 순간, '선생이 학생을 위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는 교생의 감동적인 말에 충격을 받아 잠시 스턴이 걸리고. 그 틈에 아까 아재 개그 귀신에게 '오빠앙~' 하고 아양을 떨어 알아낸 '교무실에 걸린 아이들 사진을 떼어내고 명찰을 챙기면 영혼을 되찾는다' 라는 파훼법을 시전해서 인질이었던 한 명을 구출해 현실로 귀환하는 교생쌤. 이제 3인방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지우고서 모두 착실하고 순수하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시작...
하려는데 이들이 소속된 반 아이들이 모두 주문에 걸려서 자기 책상 위에 올라가 굳어 버리는 괴현상이 벌어집니다. 알고 보니 간밤의 분을 풀고 싶었던 이다이나시가 그 반 반장을 성적으로 꼬드겨서 자기 하수인으로 만들고 나머지 애들 영혼을 다 인질로 잡아 버린 것. 그래서 뭐 어쩌겠습니까. 그날 밤에 다시 그 세계로 쳐들어가기로 하고 밤이 되길 기다리는데...
그때 교생은 담임을 통해 고급 정보(?)를 입수합니다. 사실 이 학교는 100년 전에 서당이었다고 해요. 일제의 우민화 정책에 맞서 큰 뜻을 품은 선비님께서 세운 서당이었고. 400년 묵은 요괴 이다이나시가 쳐들어와서 서당을 파괴하고 애들을 홀리려고 했는데 우리 선비님께서 거기에 맞서 감동 가득한 사랑의 매를 시전하셨고. 이것이 초래한 지나친 감동에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린 이다이나시는 수십 년에 걸쳐 회복을 하며 복수를 노렸던 것. 그리고 때는 21세기, 사교육 열풍에 피폐해진 이 학교에 나타난 이다이나시가 교장을 비롯한 다수 교사들을 포섭하여 MOU를 맺고(...) 학생들의 영혼을 대가로 수능 대박이 나게 도와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교장은 여전히 그쪽 편이지만 담임쌤은 이제 그 선택을 후회한다며 교생을 응원하며 학교 중앙 현관에 전시 되어 있던 사랑의 몽둥이를 꺼내 주며 건투를 빕니다.
그래서 다시 쳐들어간 3인방+교생쌤. 이번엔 전략을 바꿔서 네 명이 각각 과목 담당 귀신들과 각개 전투를 벌이고. 그러면서 이 귀신들을 다른 귀신 구역으로 끌고 와서 싸움을 붙여요. 말하자면 외래어 쓰면 분노하는 국어 영역 귀신에게 외국인 강사인 영어 영역 귀신을 데려와 붙인다든가... 하는 식이죠.
그렇게 빨리 빨리 영역을 클리어한 후 교무실에 가서 이다이나시를 대적하는데, 역시 계획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이다이나시를 꼬셔서 옆 교실로 데려가면 거기에서 대기하고 있던 3인조가 스승의날 케이크에 초를 붙여 들고선 '스승의 은혜'를 불러서 감동 공격으로 물리치자!! 였는데 우리 400년 묵은 영험한 요괴님께서 이 작전을 눈치 채고선 망가뜨려 버리고. 결국 몽둥이를 들고 요괴의 일본도에 맞서는 교생이지만 몽둥이는 간단히 반토막이 나 버리고 교생은 쓰러집니다. 그러자 학생 3인방을 묶어서 의식을 올리며 이들을 새로운 국어, 영어, 수학 영역 귀신으로 만들고 교생은 아재 개그 귀신으로 만들려 하는 이다이나시님입니다만. 그때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이 통하여 100년 전 서당 훈장님이 빙의한 교생 선생이 일어나 어느새 다시 합쳐진 몽둥이로 이다이나시를 공격, 간단히 무찔러 버립니다. 그러고 넷이 함께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엉엉 울고요. 이때 '잠깐, 신파는 안돼'라는 대사가 나오지만 역시 계속 웁니다.
다음 날이 되면 학교는 평화를 찾았고. 교무실에서 담임쌤과 훈훈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교생쌤에게 3인방 리더가 교실에 일이 났다며 달려와요. 후다닥 달려간 교생을 기다리고 있는 건 학급 애들 모두가 준비한 스승의날 이벤트였구요. 그렇게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스승의 은혜' 노래 속에 엔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