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레전드 무비 스타의 멋진 퇴장, '미스터 스마일' 잡담입니다
- 2018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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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과 성격을 종합적으로 간결하게 잘 표현한 가운데 보기도 좋은 멋진 포스터네요.)
- 때는 1981년, 텍사스의 어느 은행입니다. 우아하게 업무를 보고 출금을 해 나가는 노인의 뒷모습이 보이는데... 강도였네요. 비상벨이 울리고 경찰이 출동하고 노인은 미리 준비한 탈출 루트를 따라 신나게 도망을 치구요. 그러다 경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길가에 고장난 차를 두고 난감해하고 있던 또래 여인에게 수작을 걸다가... 그대로 사랑에 빠져요. 하지만 이 노인의 정체는 15살 때부터 경찰서와 교도소를 숨 쉬듯이 드나들며 강도질 외엔 다른 직업을 가질 생각 조차 해 본 적이 없는 내추럴 본 범죄자! 그리고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근래의 이런저런 은행 강도들이 모두 동일범의 소행임을 눈치 챈 열정 형사!!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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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늙으셨죠. 아주 자연스럽게 늙었는데 그게 또 멋지시다는 게 포인트!)
- 로버트 레드포드의 은퇴작입니다. 사실은 이후에도 몇 편에 더 출연하긴 했어요. 하지만 카메오거나 짧은 목소리 출연이거나... 하는 식이었고 극장용 장편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내내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연기를 보여준 건 이게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본인 스스로가 은퇴작이라고 얘기 했다고 하니 은퇴작이 맞는 걸로 해야겠죠. 게다가 레드포드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니까요. 남의 돈 투자 받아 자화자찬 무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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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은 양반들이 실은 레드포드보다 10살씩 어린 꼬마들입니다... ㅋㅋ 더 더 장수하세요 으르신들.)
- 실화 &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깁니다. '포레스트 터커'라는 이 남자에 대해 검색을 해 보니 '왜 이때까지 영화로 안 만들어졌지?' 싶은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1920년생에 15살에 처음으로 감옥에 갔고 일생 동안 30회의 탈옥 시도를 해서 18번을 성공했다 하구요. 그렇게 일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내고선 풀려 나오면 늘 언제나 은행 강도로 돈을 벌어 살았는데 그 때마다 폭력은 거의 쓰지 않고 젠틀하게, 상냥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했다고 해요. 입가엔 매우 신사적인 미소를 띄고 말이죠. 그래서 직접 털린 은행 직원들 입에서 '아주 예의바르고 근사한 사람이었다'라는 증언이 나올 정도였다지요. 그리고 그의 마지막은... 얘기 안 하는 게 맞겠네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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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가 몇 살이든 나는 멋지고 내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다들 멋지다고 생각하겠지. 라는 우주대스타님의 자신감!)
-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실존 인물의 기록을 영화로 만든 거란 생각이 거의 안 듭니다. 왜냐면 우리 주연 배우 겸 제작자님께서 정말로 근사하게 그 캐릭터를 자기 식으로 표현해 버리셔서요. 각본 역시 그런 방향으로 쓰여져 있어서 실화라는 걸 생각 안 하고 본다면 레드포드의 유명한 영화 속 캐릭터들을 가져다가 이리저리 조합해서 하나의 인물로 빚어낸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그의 일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 그래서 실존 인물이고 뭐고 그냥 레드포드만 보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이게 이 영화의 문제는 절대 아니죠. 어차피 실제 주인공이 무슨 대단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람도 아닌 데다가 이 작품은 기획 의도부터 본인 헌정 영화잖아요. 그리고 뭣보다 그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고 폼이 나며 영화도 재밌단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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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그림이 너무 멋지고 보기 좋지 않습니까? 젊었을 때 저 두 배우님처럼 잘 생기고 예쁘지 못했어도 이렇게 멋지게 늙을 방법이 있다면 좀 알고 싶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 제작자와 감독의 의도가 저렇다 보니 영화가 옛날 영화. 그러니까 레드포드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70년대 영화들 느낌이 가득합니다. 다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일부러 그 시절에 많이 쓰던 필름 카메라를 가져다 찍었다구요. 왠지 색감이 요즘 영화들 같지 않다 했더니만... ㅋㅋ
다만 굳이 티나게 '어때? 진짜 그 시절 영화 같지??' 라고 손을 흔드는 그런 연출은 거의 없구요. 그냥 영화의 정서와 감성이 그렇습니다. 일생을 단 한 번의 후회도 뉘우침도 없이 지 멋대로 살며 남에게 민폐 끼치는 (폭력은 거의 안 썼다지만 그래봤자 결국 강도잖아요?) 전업 범죄자 '자유로운 영혼'이란 식으로 낭만적으로 포장하는 것부터가 요즘 스타일은 절대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걸 '내일을 향해 쏴라'의 레드포드가 자신의 전매 특허인 그 살인 미소를 장착하고 멋지게 연기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영화가 의도적으로 그 시절 그 정서에 대한 향수를 팍팍 뿌려대고 있으니 어색함이나 낡음 같은 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좋아요. 와 이런 영화 정말 오랜만이네. 그래 저게 멋이었지...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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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만들어진 필름 카메라에 코닥 필름 넣어서 찍었다고 합니다. 영화 컨셉에도 맞고, 결과물에도 아주 보람차게 반영되어 있어요.)
- 당연히 긴장감 같은 건 없습니다. 수많은 강도 장면, 추격전 장면이 나오고 그 과정에 이런저런 사람이 다치기도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거의 내내 밝고 아련하며 낭만적이에요. 보다 보면 실존 범죄자를 두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훈훈하기 그지 없어서 정말 이 정도라고? 라는 생각에 현실 이야기들을 검색해 봐도 큰 차이가 없으니 뭐 할 말이 없구요. 딱 하나, 이 남자의 가족사 관련해서 어두운 분위기가 잠시 조성되긴 하지만 의무 방어전 느낌으로 금방 넘어갑니다.
그냥 그렇게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편안한 기분으로 보라고 만든 영화이고 그런 방향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어요. 코미디는 아닌데도 자꾸 씩 웃게 되는 그런 영화 있잖습니까. 이 영화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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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에선 그냥 두 헐리웃 역사님들께서 과거 회고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서 재밌었구요.)
- 씨시 스파이섹, 대니 글로버, 탐 웨이츠, 엘리자베스 모스에 케이시 애플렉... 등 배우들 면면도 가볍지 않은 영화지만 어차피 레드포드를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비중이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케이시 애플렉 때문에 관람을 주저할 분들도 없지 않을 텐데, 이런 영화에서 주인공을 쫓는 형사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비중이 작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라서 큰 걱정 안 하셔도 되구요. 엘리자베스 모스는 역할이 너무 작아서 특별 출연인가? 했더니 본격적으로 뜨기 전에 찍은 영화라서 그랬던 듯 하네요. 그래서 혼자 다 해먹는 우주 대스타 레드포드 각하를 제외하면 그래도 비중도 충분히 부여 받고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건 씨시 스파이섹이었습니다. 아니 이분도 참 곱게 나이 먹으셨네... 싶게 매력적으로 나오셔서 주인공의 마지막 로맨스 상대역을 멋지게 소화해 주셨어요. '캐리'가 올해로 딱 50년 된 영화인데 아직도 현역으로 꾸준히 활동 중이시니 참 대단하고 멋지시단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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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국엔 레드포드가 짱입니다. 그런 영화이고 그런 배우님이니까요.)
- 암튼 뭐 그래서... 로버트 레드포드를 좋아하시거나, 팬까진 아니어도 이 분 전성기 영화들에 좋은 추억들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배우 팬들이 가장 즐기실 수 있겠죠. 정말로 매력적으로 나오시는 데다가 영화는 주인공의 과거 회상이랍시고 레드포드의 예전 영화 클립을 갖다 쓰는 식으로 열심히 팬질을 해주니까요. ㅋㅋ
또 이도 저도 아니어도 대략 70년대 헐리웃 영화들 느낌, 스타일을 오랜만에 느끼고 싶은데 본 영화 또 보고 싶진 않네... 라는 분들에게도 추천드려요. 저도 그래서 더 재밌게 봤거든요.
뭐 우주 명작 같은 영화는 전혀 아닙니다. 그저 소소하게 재밌고 소소하게 좋은 시간 보낼만한 수작 정도입니다만. 어쨌든 우주 대스타님이 스스로 자신의 은퇴작으로 골라서 본인에게 헌정을 한 그런 영화 아니겠습니까. 워낙 시대를 풍미하신 큰 배우님이시니 한 번 틀어 보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네요 레드포드 할배' 같은 식으로 짧게 추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전 기대 이상으로 아주 잘 봤어요. 끝입니다.
+ 그래서 이제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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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범죄자 미화 끝판왕 영화인 것 같긴 하지만요. ㅋㅋㅋ
++ 제작비가 1580만 달러가 들었대요. 얼굴 비치신 분들, 그리고 시대극이란 걸 생각하면 정말 저렴하게 찍었네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의 존재를 깨닫고 홀로 열심히 추적하는 젊은 형사 하나가 나오지만 보통 이런 이야기의 이런 캐릭터들과는 행적이 아주 다릅니다. 처음엔 본인이 잡겠다고 열심히 뛰지만 점점 자기 직장 분위기에 회의도 느끼고, 주인공 캐릭터가 사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하다가 나중엔 잡을 수 있지만 안 잡아 버려요. 그러고 좀 더 자유롭게, 인간적으로 살아 보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이 캐릭터의 끝이고 결국 클라이막스와 엔딩 즈음엔 거의 나오지도 않게 됩니다. ㅋㅋ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터커는 도망가다 인연을 맺은 여인 주얼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데요. 처음 주얼이 직업을 물어봤을 땐 태연하게 은행강도라고 설명을 하지만 주얼이 에이 설마 농담이겠지... 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자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고선 데이트를 계속 합니다.
하지만 이 터커의 은행털이란 게 사실 되게 단순 무식하거든요. 침착하게 들어가서 최소한의 직원에게만 총을 슬쩍 보여준 후 그 직원에게서 털 수 있는 만큼만 적당히 턴 후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기 전에 최대한 신속하게 은행을 나가서 차를 타고 튄다. 그냥 이게 다예요. 그래서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위기에 처하고, 결국 동료가 체포되어 다 털어 놓는 바람에 터커도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자 바로 주얼에게 달려간 터커는 죽기 전 소망이었다는 말 타기를 한 번 해 보고는 경찰에 체포되어 교도소로 가구요.
하지만 터커를 버리지 않고 찾아온 주얼에게 터커는 자신의 탈옥 경력을 자랑하며 '최고는 마지막을 위해 남겨놨지!' 라고 폼을 잡지만 주얼은 '이번엔 그냥 여기 있으면 안될까요?' 라고 부탁을 하고, 터커는 바로 받아들이고 탈옥을 포기해서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기다려 준 주얼과 함께 주얼의 농장으로 가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시내에 가서 뭐 사올게.' 라며 나간 터커는 그날 하루 동안 은행 넷을 털고는 경찰에 체포됩니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체포될 때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라는 자막과 함께 엔딩이에요.
++++ 실존 인물 이야기를 살짝 덧붙이면, 이 마지막 체포로 옥살이를 하다가 3년 후에 감옥 안에서 죽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