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파벨만스] 감상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릴 적 모습은? 영화 '파벨만스' 22일 개봉



[파벨만스]  2022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가브리엘 라벨,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할리우드의 제왕,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의 연출인생 여정의 종착지에 다가가면서, 카메라를 돌려 자기 자신을 피사체로 삼았습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어머니의 외도와 가족의 해체를 담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올리는 일은 아무리 스필버그라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필버그는 평생을 바쳐온 예술을 향해 따뜻하고 솔직한 헌사를 바치며, 영화를 만드는 인간의 예술적 각성과 내면의 성장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파벨만스]는 단순한 자전적 연대기를 넘어, 한 소년이 어떻게 영화라는 매체에 매료되고 사로잡혔는지를 보여주는 내밀한 고백입니다. 

이야기는 유년 시절 주인공 새미가 극장에서 마주한 [지상 최대의 쇼]의 기차 충돌 장면에서 출발합니다. 

기차 충돌 장면에 매혹된 새미는 장난감 기차로 영화 장면을 재현하고, 친구들과 홈무비를 찍으며 영화의 세계에 매료되어 갑니다.


하지만 영화에 매료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그것에 사로잡힌 영혼이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음을 스필버그는 숨기지 않습니다. 

영화에 사로잡힌 새미는 가족 안에서도, 학교에서도, 인간관계 안에서도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렌즈 뒤에 설때만 세상을 통제할 수 있게 되죠. 

영화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은 동시에 한 인간의 고독한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새미가 가족 캠핑의 영상을 편집하다가 어머니 미치와 아버지의 친구 베니 사이의 은밀한 감정적 기류를 발견하는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카메라는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진실을 폭로하고 들추어내는 잔인한 거울로 기능하기도 하죠.

샘은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보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실을 너무 일찍, 너무 또렷하게 보게 됩니다. 


또 하나의 명장면은 졸업 파티에 상영될 기록 영화를 만드는 에피소드입니다.

새미는 영화속에서 유대인인 자신을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두 친구 중 한 명은 영웅적인 주인공으로, 한 명은 찌질한 못난이로 그려냅니다.

영웅이 된 친구는 자기와 다른 모습을 감당할 수 없다며 좌절하고, 찌질한 민낯이 드러난 친구는 분노를 참지 못합니다. 

카메라가 만들어 낸 영상이 관객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배우는 장면을 통해, 프레임 뒤에 숨은 창작자가 마주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와 숙명적인 고독을 절감하죠.



79세인 스필버그는 여전히 제작자로 끊임없이 왕성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감독한 작품으로서는 이 작품이 최근작이죠. 

제작도 좋지만 감독으로서의 활동도 계속해주시길 기대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디스클로저 데이]가 어서 나오길 바랍니다.

스필버그의 오랜 파트너 야누스 카민스키의 촬영과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아날로그 질감의 향수를 공유하게 만듭니다.


어머니 미치를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는 이번에도 위태롭고 흔들리는 인물을 기막히게 연기합니다.

재능 있고 감수성 넘치지만 평범한 가정 안에서 서서히 질식해가는 여자. 사실은 자신의 것이기도 한 예술적 재능을 아들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여자. 

미쉘 윌리암스는 그 복잡한 내면을 안타깝도록 훌륭하게 그려냈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죠.

이쯤 되면 '불행한 아내' 역할의 장인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네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블루 발렌타인], [브로크백 마운틴], [우리도 사랑일까]... 

새미를 연기한 가브리엘 라벨은 거장의 어린 시절이라는 짐을 지고도, 영화에 사로잡힌 영혼의 열정과 불안을 섬세한 눈빛으로 연기했습니다.

폴 다노와 세스 로건의 안정적인 연기도 좋았습니다.



요즘 영화들은 [애프터썬]의 파편화된 기억의 재구성이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다중우주처럼 다층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죠,

[파벨만스]는 복잡한 구조적 장치 없이 정공법으로 관객의 마음을 관통하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서사를 풀어냅니다.

스필버그 특유의 친근하고 편안한 연출 방식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단순하고 정직하게 전달합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감독 존 포드를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의 지평선을 조정하는 재기발랄한 엔딩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짜릿한 전율을 선사합니다. 


감독은 창작이라는 찬란한 매혹 뒤에 감춰진, 비루한 현실을 외면하고 화려한 스크린 속으로 도피하는 예술가의 그늘진 면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이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영화계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관객들은 한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게 되죠.

그렇게 소년은 영화감독이 됩니다.



넷플릭스에서 5월 26일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다른 OTT에서는 계속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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