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을 보고


안녕하세요,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자랑인 50대 중년 DAIN_입니다. 


토요일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마이클]을 보고 왔습니다. 보기는 토요일 오전에 봤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술을 엄청 먹고 꽐라가 되서 집에 들어왔고 일요일도 숙취로 고생했기 때문에 글을 올리는게 많이 늦어졌습니다. 

일단 어머니는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마잭 노래를 들으셨지만 정작 마잭 솔로 3집 이후로는 별 관심이 없으신 편이었는데…(뭐 그럼에도 This is it은 아들이 블루레이를 사왔기 때문에 보셨지만요), 어쨌든 어머니는 [보헤미안 랩소니]는 좋게 보셨고 이 영화도 당연히 보시겠다고 하시는지라 주말 되자마자 어머니를 모시고 극장 행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실망하는 사람도, 마음에 안들어 하는 사람도, 한편으론 그래도 노래를 다시 듣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사람도 전부 이해는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분명히 아주 못 만든 건 아닌데 동시에 너무나 공허해 보일 정도로 어딘가 빼먹은 부분이 숭숭 보이고, 시대적 디테일이나 복잡한 인간관계나 이런저런 부분에서 정말 대충 넘어가긴 하는데 그런 대충대충 넘기는 행보가 나중에는 나름 의도가 있었다~라는 식으로 작중에서 슬퍼도 웃는 표정 밖에 안 나오는 소심한 마잭 나름의 복수였음을 내세울 정도는 되고요. 하지만 제게는 이 영화가 그리 좋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즐기지 못한 건 아니지만 기대와도 다르고 기대 안한 부분에서 더 처절하게 깎여나간 지라,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던 허수아비도 아니고 그냥 수수깡 인형 직전이 된 마이클 잭슨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평가에 대해서는 유투브 등에서도 입이 있는 자들은 다 한마디씩 지껄이는 사람들 뿐이고, SNS에서는 즐기지도 못하고 까기만 바쁜 비평가들은 불쌍하다 어쩐다 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기도 합니다. ㄹㄹ웹이었던가 어딘가에서 "칭찬하면 리뷰, 까면 비평"이라는 초SUPER한 개소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까기 위해 비평을 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대한 감상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작품과의 비교 기준을 스스로 세우기 위해서 비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팬들을 위한 축제인데 그걸 꼭 비평이랍시고 초쳐야 하겠냐 라는 가벼운 시선이 은근히 많습니다만…, 아니 아닙니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 대부분이 튀는 점이나 개성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전에, 그냥 영화로는 나쁜 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다들 수긍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를 떠나서, 그냥 전기적 측면이나 다큐멘터리적 측면에서 사실 구현이나 정보적 정확성에 대해서 언급하기 보다는, 조카나 아역이 연기하는 마이클의 정통성 어쩌고 운운이 나오는 시점에서 이 영화가 닮은 사람을 내새운 흉내내기 서커스라고 놀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임을 칭찬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수 밖에 없더군요.


  어떤 사람은 이런 까는 쪽 중심인 비평쪽 분위기에 대해서 "비평가들이 그렇게 많이 알고 이상적인 안을 내놓을 수 있는데 그냥 비평가나 하고 있냐?"~라는 불평도 보입니다만 뭐 궁극의 비평은 자신의 창작으로 대답하는 거라는 말도 있을 정도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평론가를 공격하는 머리라니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기준에서 음악이나 음악가 소재의 영화 중에서는 안타깝게도 마이클은 '라 밤바'보다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난 김에 라밤바나 페임을 다시 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만 Btv에는 라 밤바가 없더군요 OTL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 오프닝부터 은근히 버튼 눌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유명한 하이라이트 조명 밑에서 걸어가는 발만 보이다가 발끝서기 자세로 바뀌는 마잭을 상징하는 그 로고가 나올 때 '본래는 그 곡이 나와서는 안된다'~라는 개인적 선입관에는 좀 걸리는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주마간산 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뭐 중간중간에 삽입곡들 레퍼토리는 꽤 많았습니다만, 마잭 솔로 독립 이후보다는 이전 시대에 중심이 좀 쏠려 있다는 기분이었고 일단 잭슨 파이브 시대부터 즐길 수 있는 (저보다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나 아예 레트로 뮤직이니 하는 거 쫓기 시작한 마잭을 잘 모르지만 예고편 등으로 관심이 갔던 20대들에게 누가누군지 몰라도 일단 볼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인물은 대충 넘기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마이클 잭슨 체험에 대해서는 80년대 초반 오락실에서 세가의 바이크 레이싱 게임 [행온]이 국내에서도 들어왔는데,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동전을 넣으면 카세트가 돌아가면서 게임의 원래 음악이 아니라 엉뚱한 가수의 음악인 윤수일의 '아파트'가 나오는 [행온]이 국내에 꽤 많이 존재했습니다만, 제가 가던 동부제강 사원 아파트 근처의 오락실에서는 윤수일의 '아파트'가 아니라 무려 'Beat it'이 나오는 [행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삐레~ 삐레~하는 행온인거지요. 물론 [행온]의 원곡은 어지간한 팝송 급의 가치가 있는 명곡이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당시 반도국 오락실에 다닐 일반인들이 아는 노래는 '아파트'냐 'Beat it'이었던 거죠. 


일단 저희 어머니는 보고 나오시며 "저 사람도 피해자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고요, 아버지 조셉 보고 피해자라고 하시진 않았겠죠.

이 영화에서 짧게 표현된 아동 학대에 대해서 사람마다 받아 들이는게 다르겠지만, 소위 맞고 자란 세대의 한국인이라면 나름 트라우마 버튼을 눌리는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어두운 부분, 아니 잭슨 집안의 어두운 부분은 아버지 조셉에게 다 몰빵해서 묘사하고 있긴 합니다. 사소한 일로 아들을 때리고 연습해야 한다고 잠 못자게 하고 그랬지만 그럼에도 모 방송국 다큐에서 말했던 식으로 좀 엄한 아버지였다는 식의 분칠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지나간 일이니 그런 분칠도 가능한 것이지 당시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세상의 부조리 그 자체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테니까요.  

결국 이 영화는 가부장주의 뇌에 찌든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야, 적당히 다른 가족들 덜 망신스럽게 가족 간의 어두운 부분은 아버지가 다 뒤집어쓰는 식으로 '가족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끝까지 위계를 고수하던 아버지에게 마잭이 소심한 반항을 하고 어머니가 씩 웃는 걸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뭐 가죽 혁대로 맞은 사람 앞에서 대나무 등긁개로 맞은 사람이 썰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요, 어쨌든 자식들을 돈벌이에 이용했다고 욕먹을 수 밖에 없는 아버지 조셉에게 잭슨즈의 마지막 콘서트 선언을 하면서 발을 빼는 소심한 복수를 던지는 것이 이 영화의 사실상 결말인데 잭슨스 노래 대신 스릴러 앨범으로 굴린 빅토리 투어 막판에의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황제에게 인간적 묘사를 덧붙인다고 소심한 복수를 시키는 쪼잔함을 까는게 아니라, 그런 행동이 나온 것에도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 브랭카나 여러가지 상업적+기업적인 고려나 최소한의 인간적 부분과 공존하는 여러 내면적 외면적 이유가 단순화를 넘어서 그냥 구색에 지나지 않는 데 그 부족함을 음악만으로 채우기에 급급한 것을 영화적으로 볼만하다고 말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음악만 보는 뮤직 비디오를 본거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일단은 영화랍시고 시작했는데 영화로는 결국 미흡할 수 밖에 없으니 영화적 기준으로 평한다면 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진짜진짜 막말로 통일교 부흥회용 종교행사 영상도 이것보단 진지할 것 같을 지경입니다. 


해서 이 영화는, 개인적 시선으로는 '마이클'이란 제목보다는 차라리 '잭슨 가족 이야기'라던가 '잭슨스의 흥망'이었어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잭슨즈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마이클이라서 마잭이란 먼저 떠난 수퍼스타를 중심에 놓고 남은 가족들이 분칠하면서 관심끌기 놀이를 하고 있는 거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데, 덤으로 재단 변호사 이름과 유가족 이름들이 제작으로 잔뜩 올라오는 스탭롤이 이 영화의 진짜 화렴점정인거죠. 뭐 남은 유가족이 마지막까지 시체를 높이 들고 세워서 돈을 더 벌려고 한다는 건 사실 지나친 말이긴 합니다만, 이 영화는 그런 소리를 듣는 자체가 '마잭'의 진짜 위대함을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들 벌만큼 벌었을 테고 먹고사는데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가 아니라 커리어에 문제가 없는 자넷 잭슨이나 연예인이 아닌 가족들은 이 영화에 관련이 없다 시피하지만 잭슨 유산 관리 재단이나 기타 후광이 필요한 가족들은 이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형제들이고 재단 변호사 브랭카 씨라던가 ㅎㅎㅎ 정작 판권 경쟁 때문에 마이클 죽이기에 들어간 소니나 돈을 노린 무고자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말이죠. 


40년 넘게 활동했던 마이클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음악들에 감흥을 받았던 사람들이라면, 뮤직 비디오 보는 셈치고 한번 돈을 써줄 가치는 무조건 필수로 있습니다. 잭슨 파이브의 막둥이 보컬 시절 노래부터 시작해서 Bad까지의 흥행곡들이 쫙 밀려 나오거든요. 마치 몇년 전의 시티헌터 극장판 애니메이션 '프라이비트 시크릿 서비스'에서 BGM대신 인기 보컬 곡들만으로 사운드트랙을 꾸몄던 것처럼, 그냥 조금 분위기 처진다 싶으면 히트곡 넣어서 어떻게든 텐션을 유지시키는 구색만은 충실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은 아버지 역 배우가 가장 잘하고 열심히 합니다. 아무래도 반동적 인물로 사건의 중심에 놓여있고 이것저것 나오는 비중 자체가 커서 더 인상이 강할수 밖에 없긴 합니다. 다이애나 로스나 중요한 관계자나 가족, 형제 중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빠진 사람도 있는데 아버지가 다른 형제들과의 갈등까지 다 가져가서 덤태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 남을 지경이고요. 다만 단순히 여러 인물들이 나오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대부분 병풍 직전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마이클 역 배우인 조카 자파 잭슨은 최선을 다한 퍼포먼스는 일단 제쳐놓고 어째 마이클이 평생 웃는 표정만 지었던 것처럼 가짜 미소로만 일관하는데, 연기 기술적으론 평가 받지는 못했겠지만 실제로 자주 보진 못했던 삼촌이라고 해도 조카 앞에서는 그렇게 미소 만을 짓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게 문제는 어떤 고통이나 심적 갈등이 있어도 표정을 감추기만 했던 사람은 아닐텐데 조카는 웃음 표정 하나 만으로도 마잭이 여러 감정과 페이소스를 갑추고 있었다고 느끼긴 했던 것 같가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 조카가 그렇게 느끼지 않았더라도 감독이나 영화에 관련된 사람들이 마잭의 진짜 내면이 '힘들수록 웃어라'인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였는지 모르고 있었음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짓 미소 조차도 사람마다 받아 들이는 의미는 다를 수 밖에 없고, 마잭 본인도 거짓 미소를 지을 때에도 그 인물 안의 속은 매번 다를 수 밖에 없었을 텐데, 적어도 팬 서비스 측면 하나에서 만으로도 그는 프로 답게 최선을 다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카가 내면은 살리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미소 하나는 열심히 따라하긴 했다고 느낍니다. 퍼포먼스나 기타 등등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간에 화상 때문에 실려가는 씬에서도 팬들에게 그 보석장식 장갑을 낀 손을 들어서 인사와 어필을 하는 잭슨의 프로 정신과 동시에 그런 개인적 페이소스를 그려넣는 것에 대해서 영화는 은근히 주저합니다. 황제에게 인간적인 면을 넣는게 약점이나 단점처럼 느껴질까봐 주저한 것인지 단순히 황제 개인의 위인전기에 필요없는 것들은 다 빼버리자는 의도였는지, 아니 뭐 그런 건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큰 스크린에서 마잭의 그림자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이 영화를 아버지가 사망하기 이전부터 계속 이끌어온 프로젝트로 끝까지 만들었을 거고, 가족들도 이미지나 진실보다도 돈과 상표에만 눈이 돌아간 것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마잭 재단을 운영하게된 변호사 브랭카를 열심히 영화 구석구석에 낑겨넣어서 은근히 재단을 옹호하는 기분도 들고 또 이것저것 얽힌 돈과 브랜드가 많다보니 도저히 답이 없는 혼돈만 남았다는 기분입니다. 


안타깝지만 속편은 나오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족들 눈치를 보고 자본에 의한 압박이 바로 드러나는 영화에 그냥 히트 곡만 바꿔서 속편을 낸다는 것이야 말로 좀 더 모욕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짜로 재판이나 여러가지 스캔들을 중심으로 담으면서 황제가 망가지면서 인간 레벨로 떨어지는 걸 즐길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고 그런 다큐멘타리스러운 부분을 진지하게 마잭 개인에 대한 호기심이나 지식확장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2의 소설판에서 나온 말인 "사람들은 영웅에 열광하지만 실제로는 영웅의 추락을 더 즐긴다"처럼 받아들일 것 같을 지경이란 말이죠. 인간 마이클도 중요하지만 가족들과의 이야기도 다양한 시선 추구랍시고 덕지덕지 붙여 넣어 놨으면서 결국 다 아버지 탓이라도 몰고가는 어중간함 속에서 개인을 그리기 보다는 개인의 불행사를 파고드는 불행 포르노처럼 만들면서 그래도 그는 가족을 우선했고 같은 식으로 가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영화처럼 될 가능성이 너무 크지 않을까 추측이 나올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마잭이 살아 있었다면 이 영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는 있는데, 한편으론 자기 곡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기꺼워 했을 거란 말도 있고 그 말에도 수긍은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책임하다 싶을 정도로 가볍게 굴러간 영상 덩어리 임은 변화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하지만 서사나 이야기 구성 같은 걸 다 떠나서 전체적 재미나 감흥은 과거 '라 밤바'보다도 딸리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비싼 마케팅 비용과 이런저런 법적 문제 돌파부터 시작해서 온갖 기술적 정합과 조카가 노력한 퍼포먼스를 포함한 '최소한의 정성' 조차도 그 가치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과거 '라 밤바'나 '페임' 등의 음악인 소재 영화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이 주는 느낌의 영역에 미치지 못한다 생각됩니다. 물론 스토리 있는 뮤직 비디오는 마잭 본인이 스릴러로 시작해서 스무스 크리미널과 문워커로 완성했다고 할 수 있지만, 막말로 이 영화에서는 그 문워커 영화 만큼도 자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걸요. 그냥 마이클 소재 영화를 만든 유가족과 재단 측이 우리 일합니다~라고 얼굴파는 용도라고 까여도 할 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마잭 콘서트는 이제 영원히 볼 기회가 없을 테니 큰 화면으로 그의 노래를 느끼는 자체가 가치가 있습니다만, 그건 이미 영화의 가치가 아니라 체험의 가치로 떨어져버리는 지경이라 영화로 평가 받는 건 포기하고 팔 수 있는 영상 묶음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스스로 밀어 넣은 것인데, 어떻게 감히 좋은 평을 줄수 있겠습니까. 

 축제는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이건 진지한 테마를 가지고서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방 소도시의 상품 축제도 아니고 그냥 쇼란 말이에요 이건. 이런 최악의 평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조금이라도 순수함을 바라고 있었지만 용비어천가 같은 아부 만도 못하는 칭송도 인간도 주제도 없다시피한 밋밋함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만, 저도 일단 극장에서 볼만한 체험이라고 생각하고 그 체험을 즐기긴 햇습니다. 하지만 이건 영상 체험으로 좋은 것이지,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라는 말을 길게길게 늘였을 뿐이긴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마간산이고 산만한 영화를 까기 위해 실로 주마간산으로 산만한 글을 남기는 것이 저의 소심한 반감이었습니다. 팝의 황제가 가부장의 찌끄러기인 '그레이트 파더'에게 소심한 복수를 했다~가 내용의 전부인 영화라고 깔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보실 분은 그냥 가서 보세요. (절대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냥 마잭 노래를 좋아하신 분은 추억을 되새기거나 큰 화면에서 체험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스토리 있는 뮤직 비디오로 즐기시면 됩니다. 그 이상을 바라기엔 이 영화는 너무나 많이 얽히고 너무나 많은 복합적 감정이 뒤섞인 혼돈일 뿐이니까요. 추천은 못해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어정쩡하거나 맛 없는 기대가 배반당하는 느낌조차 즐기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쓸데없이 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AIN_


    • 너무 좋은 후기네요 저도 다인님과 거의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피상적이고 불완전한 부분들이 실존인물에 대한 그리움으로 뭉개지는 느낌이 크더라고요 정말 긴 버전의 뮤직비디오 같았습니다. 이 영화 덕에 마잭 노래를 열심히 듣고는 있지만요 ㅎㅎ
      •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내용없는 장황함에 지지 않는 쓸데없이 장황한 후기를 쓰려고 하긴 했습니다 ㅎㅎㅎ 예, 마잭(의 흉내내기)을 극장 스크린에서 다시 볼 기회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선 좋건 싫건 마지막 부조금을 내준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진짜 마잭이 몇년만 더 살았어도~싶어지기도 하고 말이죠. 저도 집에 들어오자 마자 킹오브팝 베스트 콜렉션 음반을 틀었는데,  이 음반은 역시 리마스터링이 지나치게 V자 파형으로만 가고 있어서 원본 음반을 좀더 챙겨둘껄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DAIN_

    • 가디언에서인가 그 생전의 갈등을 다 집어 넣지는 않더라도 인간임을 허용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러지를 않는다고 쓴 게 맞아 보였습니다. 밑에도 썼지만 국내에 잭슨 가 사람들로 방영된 cbs 드라마 시리즈가 나았습니다. 이번 영화에 모타운 프로모터로 나온 수잔 드 파스가 제작하고 스타워즈의 빌리 디 윌리엄스가 베리 고디,바네사 윌리엄스도 나옵니다.
      그래도 지금 젊은 세대한테는 마잭 입문은 된다는 게 스포티파이 차트로 나타나고 있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아무리 중심잡기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돈욕심 이외에도) 분명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을 텐데, 결국 남은 가족들이 다 세상을 뜬 아버지 책임으로 전부 돌리고 마잭이 소심하게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걸로 결말을 지어버리는 건 요즘 3류 팬픽들도 그렇게는 안 쓰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한번 볼 가치는 있었습니다만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이 들었고 다른 음악인들 소재 영화들만 자꾸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라 밤바나 재평가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죠. 본문 글 중에서는 언급하는 걸 자제했지만 과거 위플래시 보고 교사의 참교육 법으로 받아들인 곡해처럼, 잔쩌 이 영화를 보고 반도국의 졸부들이 애들에게 "황제도 맞으면서 컸어"하는 용도로 쓰일까봐 두려울 지경이기도 했습니다. :DAIN_
    • 아 그걸 다 아빠에게 덮어 씌웠나요. 마이클 잭슨 일대기야 제 또래 사람들이라면 자세히는 몰라도 대략은 다 알만큼 유명한 이야기인데, 남은 가족들이 영향력을 아주 많이 발휘해서 그렇게 된 거라 생각하면 더욱 볼 생각은 멀어지는데... 이렇게 비판적으로 글을 쓰신 다인님마저도 "뮤직 비디오 보는 셈치고 한번 돈을 써줄 가치는 무조건 필수로 있습니다." 라고 적으실 정도이니 마이클 잭슨이 잘못했네요. ㅋㅋㅋ 그렇죠. 아마 극장에 가는 사람들 중 대부분도 비슷한 생각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덤으로, 전에도 어디 댓글로 적었지만 몇 년 전에 제가 수업하다 아이들에게 마이클 잭슨 공연 무대 하나를 틀어줬을 때 애들이 춤도 웃기고 창법도 웃긴다며 그냥 웃었거든요(...) 갸들이 만약 이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구요. 어쨌든 마이클 잭슨이니까요!

      • 댓글 감사합니다. 마잭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애시당초 20세기 아메리칸 팝스에서 황제 소리 붙을 만한 거목급 인물의 삶과 위업이 이렇게 가볍고 간단히 1차원적으로 다루어져도 되는 것인가 싶은 지경이란 자체가 문제인거죠. 사운드트랙 속 무수한 명곡들이 불러일으키는 상업적인 가치, 음악적인 노스탤지어, 아직 잊지 못하고 죽지 않은 팬심 같은 모든 요소를 다 감안해도 그냥 한번 돈을 써줄 가치 밖에 없다는 자체가, 이 영화가 실로 평가 이하로 망한 영화라는 역설입니다. 진짜로 영화 자체로는 '라 밤바'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른 시절에 비백인 계열 빌보드 진입가수라는 의미도 나름 크다 생각하고요.) 글 중에선 언급을 피했습니다만, 한편으론 [위플래시]의 미친 스승을 미화하는 한국 일부 층의 곡해처럼, 마잭도 맞으면서 컷다~라는 곡해가 나올까봐 무섭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겐 작정하고 '스릴러' 뮤직 비디오와 '문워커' 영화를 보여줘야죠. CG없던 시절의 진짜 날것과 초기 CG시대의 기묘함을 즐길 눈을 길러주셔야 합니다ㅎㅎㅎ :DAI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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