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오랜만에 재감상한 천재배우의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

- 시카고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카톨릭 대주교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력 용의자가 현장에서 도주하다가 체포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유명 변호사 마틴(리차드 기어)은 뭔가 냄새를 맡고 곧장 구치소로 달려가 용의자를 만납니다. 그는 애론(에드워드 노튼)이라는 교회의 복사로 말을 더듬는 등 언행이나 태도가 순진한 청소년이었고 자신은 절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현장에 있던 제 3자가 자신을 기절시켰고 깨어나보니 대주교가 이미 죽어있어서 당황한 나머지 도망쳤을뿐이라고 합니다.
애론의 증언을 들어본 마틴은 무료로 변호해주기로 결정하고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합니다. 검찰측에서는 담당검사로 자넷(로라 린니)을 내세우는데 자넷과 마틴 사이에는 뭔가 과거 사연이 있는듯 합니다.

(외모로 승부하던(?) 시절의 풋풋한 로라 린니 여사님)
- 결말로 특히 유명한 90년대 범죄/스릴러물 중의 하나로 이런류로 손꼽히는 작품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재감상을 안해봤었는데 오랜만에 갑자기 생각이 났고 마침 넷플릭스에 있길래 봤습니다.
지금 다시보면 노튼의 연기나 결말 정도만 빼고 나머지가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괜한 우려였습니다. 당시 고르게 호평받고 이후로도 종종 회자되는 작품답게 전체적으로 상당히 웰메이드였더군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수록 나오는 교회와 기업간의 지저분한 유착관계, 부패한 사법기관의 실태 등으로 배경이 되는 도시의 현실감을 잘 살리면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의 피고의 결백을 입증할 단서를 찾아가며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과정도 거의 흠잡을데 없이 재미있게 그려냈습니다.
반전도 마지막 한방만 있는게 아니라 중간쯤에 밝혀지는 어떤 충격적인 사실로 인해 국면전환이 있고 이후 한 캐릭터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나오고 이걸 토대로 클라이막스 법정씬에서 최후의 한방이 나오고 엔딩 직전에 드디어 그 유명한 대반전에 후속타로 이어지는 가볍지만 아픈 잽까지 정말 영리하게 짜놨어요.

(촬영당시 이미 20대 중후반이었지만 10대 후반 청소년 역할이 전혀 어색하지 않던 동안 노튼)
- 그런 현실감 있는 주변 배경과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건 좋았지만 연관된 사이드 플롯 분량이 약간 불필요하게 길다보니 전체 러닝타임도 너무 길어진 감이 있고(2시간 10여분) 재미있는 장르물로써 잘 쓰여지긴 했지만 역시나 영화 끝나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최종 법정씬에서 그런 쑈(?)를 벌여놓고 현실에서도 그렇게 깔끔하게 종결이 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관객들을 벙찌게 하고 여운을 남기는 효과로는 좋았습니다만 엔딩 이후의 상황도 어떻게 될지 뒷맛이 약간 찝찝하게 남는 느낌도 있죠.
하지만 결국 보는 와중에는 그런 태클걸 생각이 나지 않도록 얼마나 몰입해서 보게 만드냐가 중요한 것이고 여기서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정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당시 할리우드의 젊은 남배우들이 다 눈독을 들이던 역할이었다는데 영화쪽 경력이 전무했던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했던 것이 작품에게도 그렇고 이후 오랫동안 그의 연기를 즐기게 될 영화팬들에게도 신의 한수가 된 선택이 됐습니다.
데뷔작으로 곧바로 골든글로브 영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오스카 후보에도 올랐는데 '제리 맥과이어'의 쇼미더머니 쿠바 구딩 주니어에게 졌죠. 당시에는 앞날이 창창한 괴물신인이라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 수상하지 못한게 아쉽게 됐네요.
리차드 기어는 무슨 역할을 해도 항상 거기서 거기같다는 지적을 커리어 내내 들어온걸로 압니다만 그래도 그런 익숙한 안정적인 연기가 주는 안정감이 있죠. 특히 여기서는 처음에 단지 스포트라이트를 쫓는 것으로 보였던 변호사 캐릭터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여러 레이어가 있었다는게 나와서 다른 대표작들 연기보다 더 깊이있게 와닿는 느낌이 있었어요.
결국 저 남자 주인공 둘이 중요한 부분을 다 해먹는 영화지만 의외로 조연들도 너무 단순 기능적으로만 쓰이지 않고 적절한 비중 안에서 나름대로 활용이 잘 되어있는 부분도 맘에 들었습니다. 로라 린니가 연기하는 검사는 단순히 피고를 몰아붙이려는 악역(?)이 아니라 충분한 타당성과 논리가 있는 반박으로 오히려 변호사 이상으로 더 이입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고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밀리게 된 것이구나 하게 됩니다.

('파고'로 여우주연상 타기 전 캐스팅 되서인지 비중은 별로지만 웬지 뭔가 있어보이는 캐릭터로 보여지게 만드는 배우의 능력을 보여주십니다.)

(여기도 전형적인 백남 주인공 옆의 흑인 사이드킥 캐릭터 치고는 잘 쓰여진 편입니다. 배우님은 3년전에 돌아가셨죠. 명복을...)
- 90년대 반전 스릴러물의 그 맛이 그리우신 분들은 약간 길다는 정도를 빼면 다들 만족스럽게 보실 것 같습니다. 음악도 당시 그럴싸한 분위기 잡는 전문이셨던 제임스 뉴턴 하워드가 맡으셨구요. 위에도 썼지만 넷플에서 보실 수 있어요.
노튼은 지금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편인데 여기서는 진짜 소년 같죠? ㅎ 일급살인도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목이네요.
뭐 역시 서비스 중에서 하나만 선택을 하자면 넷플이겠죠. 오리지널도 방대하고
한국인들에게 '스포일러'의 개념을 심어 주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작품이었죠. 조중동 중 한 곳이었던 것 같은데 암튼 개봉한지 얼마 안 된 영화의 최종 반전을 떡하니 실어 보내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그리고 제가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저 역시 희생자였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이걸 모르고 봤다면 얼마나 더 재밌게 봤겠냐고!!' 라며 화를 냈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근데 당연히도 이런 쟁쟁한(?) 출연진이었는 줄은 그땐 전혀 몰랐어요. 그냥 리처드 기어가 주인공이고 신인 어린 남자애가 대박 연기 잘 하는 영화. 였는데 말입니다. 하하. 저도 언젠가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아이고 그런 일을 당하셨다니... 아무리 스포일러 개념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도 그런 짓을 생각없이 저지르다니 역시 조중동은 멀쩡한(?) 한국인들에게 언제나 피해만 주는 놈들이었네요.
저는 다행히 이건 모른체로 봤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반전 쌍두마차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는 알고 봤습니다. 그래도 재밌었지만요.
저도 리처드 기어랑 당시 '파이트 클럽'이랑 '아메리칸 히스토리 X' 정도로 알고있던 에드워드 노튼의 이름만 알고 봤었는데 지금 다시보니까 생각보다 더 쟁쟁한 출연진이었습니다. '파고'라는 작품의 존재를 모르던 시절이라 프랜시스 맥도먼드님이 누구신지도 몰랐네요. 이런 대배우가 되실줄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