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작고 알찬 인디 스릴러 '콜드 미트' 간단 잡담입니다

- 2023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영국, 캐나다, 미국 합작 영화라 그런지 배경은 미국이지만 배우들은 다 외국인이네요.)


- 콜로라도의 밤입니다. 추워요. 도로변 식당으로 한 남자가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려다 가정 폭력의 위기에 처한 점원 여성을 구해주네요. 훈훈한 대화를 나눈 후 차에 올라타서 길을 달리는 남자... 인데 눈보라가 쏟아지기 시작한 데다가 방금 전에 몰아낸 폭력 남편이 부릉부릉 미친 놈처럼 쫓아와요. 그걸 어찌저찌 따돌리고 한숨을 돌리는 순간 미끄러지고 쿵. 쌓인 눈구덩이로 차가 들어가서 꼼짝 못하게 된 우리 착한 사마리아인은 일단 차 안에서 히터 틀고 어떻게든 버텨 보려 하지만 눈보라는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 전화는 통화권 이탈이고...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할 텐데 설마 이 영화의 장르는 혹한 서바이벌인 걸까요? 근데 시작할 때 분명히 무슨 숲속의 악령 어쩌고 하는 나레이션이 있었는데?? 악당들만 노려서는 뼈와 살을 분리 시켜 먹고 그 놈도 영원한 고통에 시달리게 만든다는 무언가의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술에 쩔은 가정 폭력범을 침착하게 말빨로 제압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젊은이를 왜)

(이렇게 쌩뚱맞게 고통 받게 하는가!! 가 궁금했는데 보다 보면 의문은 다 풀립니다.)

- 저 이런 영화 아주 좋아합니다. 작지만 알차게 잘 만든 스릴러여서 그렇기도 하고 또 결정적으로... 스포일러를 피하려면 줄거리의 대부분을 언급할 수 없는, 관련 짤도 거의 올릴 게 없는 영화여서 그렇기도 합니다. 그걸 핑계로 글을 짧게 적을 수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 게다가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래요. 뭐가 특히 더 그런지 궁금하시면 직접 영화를 봐주시던가 아님 그냥 맨 끝에 붙일 스포일러를 긁어 주시면 되겠구요.

(영화 내내 보게될 것은 자동차와 눈과 눈과 눈... 입니다. 제작비는 안 들였어도 배우들은 고생 많았겠다 싶었던)

- 대부분의 사건이 좁아 터진 승용차 내부에서 벌어지지만 이런저런(?) 방법으로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재주가 아주 좋습니다. 아마 이걸 보고 나서 싱겁다고 생각할 분들은 있겠지만 지루했다고 생각할 분은 별로 없을 거에요. 갑갑하단 느낌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나름 차 바깥 상황도 종종 보여주고 플래시백도 집어 넣고 해서 커버해 주고요.

 꽤 괜찮은 캐릭터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아니 캐릭터 자체는 평범한데요. 영화의 주제(??)에 맞게 잘 빚어진 캐릭터임은 분명하고. 또 보는 사람 답답하거나 짜증나지 않게 적절한 환기 요소들을 넣어줘서 좋았어요. 최소한 보는 내내 이입해서 응원하게 되는 인물임은 분명하거든요.

 스토리에 대해 언급이 어렵다... 고 적었으니 짐작 하시겠지만 반전이 있겠죠. 그 반전도 내용상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타이밍도 좋아서 꽤 놀랐습니다. 잠시 후 생각해 보면 아 별 거 아니었나? 싶은데 보는 순간엔 놀랐어요. 그럼 잘 만든 거죠. ㅋㅋ

 그리고 뭣보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응당 관객들에게 제공해줘야 할 재미나 쾌감들을 종류별로 다 제공해주면서 깔끔하게 이야기를 맺어요. 괜히 폼 잡다가 보는 사람 성질 버리게 만드는 그런 전개도 없구요. 그런 전개처럼 보였는 것도 마지막엔 다 '아니었지롱!' 하고 시원하게 정리해주니 좋더라구요.

(와! 댄 스티븐스 닮았다!! 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다운튼 애비'에 나왔던 인연이 있더라구요. 심지어 더 큰 역할이었는데 전 그걸 안 봐서 그냥 무명 배우인 줄... ㅋㅋ)

- 그래서 이만 적겠습니다. ㅋㅋㅋ

 가난하고 저렴하지만 없는 살림 쥐어 짜내서 빈티 안 나게, 깔끔하게 잘 만들어낸 소품 스릴러 매니아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오래오래 기억될 강렬한 무언가가 없는, 아주 잘 만든 티비 단막극 같은 이야기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늘 말씀드리듯이 이쪽 장르에서 그 정도 반열까지 올라갈 작품은 별로... 도 아니고 거의 없잖아요. 충분히 집중해서 충분히 즐겁게 잘 봤네요. 끝이에요.



 + 그래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눈속에 파묻힌 차에서 어떻게든 버텨 보려던 남자는 이게 가만히 버틴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닌가벼... 라는 생각에 차 밖으로 나가요. 주위를 휙휙 둘러 보고는 연기가 보이는 듯한 방향으로 걸어 가려다가 잠깐 트렁크를 열어 봅니다. 그리고 '얌전히 잘 있어.' 라고 말하죠. 왜냐면... 

 트렁크 안에 자기가 방금 전에 가정 폭력 사건으로부터 구해 준 식당 직원이 결박된 채로 들어 있었거든요. ㅋㅋㅋ 그렇습니다. 남자의 정체는 연쇄 살인마였고 일부러 문 닫기 직전 시간에 홀로 있는 직원을 노려 들어간 거였고 폭력 남편으로부터 구해 준 감사의 표시로 맛나게 구워준 스테이크를 얌냠 먹고선 곧바로 직원을 마취 시켜서 트렁크에 넣고 달리는 중이었어요. 폭력 남편의 습격 덕분에 직원의 죽음이 미뤄졌다는 아이러니가...

 암튼 그래서 주위를 둘러 봤지만 보이는 게 없어 그냥 돌아오던 남자는 눈 때문에 안 보였던 구덩이에 발을 잘못 디뎌서는 심한 골절을 당합니다. 그러고는 쌍욕을 쉴 새 없이 내뱉으며 눈속을 기어 오는데... 그러는 동안에 트렁크의 여자는 트렁크 안에 있던 뾰족한 무언가로 자길 결박한 테이프를 잘라내고 차 내부로 들어와서 무기가 될만한 걸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 발견한 것은 자신을 마취 시켰던 그 액체와 수건. 그래서 뒷좌석에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간신히 차 안으로 기어 들어온 남자를 마취 시킨 후 테이프로 두 손을 핸들에 묶어서 결박해 버립니다. 상황 역전! 더불어 남자가 갖고 있던 나이프도 빼앗았죠.

 잠시 후 깨어난 남자는... 마치 본인이 한니발 렉터급이라도 되는 양 태연을 떨며 이죽거리고 '너랑 나랑 힘을 합하지 않으면 못살아날 걸?'이라며 폼을 잡지만 괜찮습니다. 남자가 적당히 폼 잡고 나면 여자가 시원하게 조롱해주고. 남자가 파르르 떨며 분노의 외침이라도 지를 것 같으면 목에 칼을 들이대고 닥치게 하거나 또 마취를 시켜 버리거나 그러거든요. 암튼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이 여자였고 이제부터 이 분의 추위 & 싸이코 살인마로부터 살아남기 서바이벌이 펼쳐지는 거죠.

 이후엔 거의 대화 위주로 일이 벌어지는데...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남자는 여자들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이었고 이미 여러 명의 여자를 해치고선 희생자들의 신분증을 차에 고이 모아두고 이었죠. 처음에 아무에게나 덤볐다가 개고생을 한 경험 때문에 이후로는 이민자, 소수자 여성들만 노렸다구요. 주인공도 이민자여서 타겟이 된 거였고 덧붙여서 딸래미 하나 빼곤 딱히 연락하는 친구, 가족도 없으니 더 쉬워 보였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스토킹을 하면서 점 찍어 두고 노렸던 거죠. 하필 결행일에 폭력 남편이 쳐들어 와서 일이 꼬일 뻔 했지만 정의의 사도 흉내를 내며 물리쳐 주는 바람에 이후로는 더 쉽게 풀렸던 거구요.

 이후로 자잘한 남자의 역습과 여자의 화끈한 대응으로 이어지는 소소한 대결들이 쭉 이어지구요. 막판엔 둘 다 얼어 죽기 직전이 되어서 여자가 살기 위해 여전히 테이프로 결박된 남자의 품으로 파고 들어서 '내가 살기 위해 니 체온을 빼앗는 거다' 같은 얘길 하는데요. 이때 남자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본인 인생사를 막 늘어 놓아요. 아빠는 개와 같은 놈이었고 엄마도 아빠랑 똑같았으며 중얼중얼하며 엉엉 울고요. 여자는 그게 니가 그동안 한 짓의 핑계가 되진 않는다며 희생자들이 무슨 죄였냐며 야단을 치는데... 마지막으로 남자가 말합니다. 이 일로 깨닫게 된 건 추위는 모든 걸 망가뜨린다는 거야. 이 테이프도 말이지!! 라며 얼어서 부숴져 버린 테이프를 뜯고 여자의 목을 졸라요. 여자도 저항을 해 보지만 어차피 이미 죽을 몸이라는 기세로 달려드는 남자의 완력을 이기긴 무리였고. 그렇게 숨이 끊어지려는 순간... 영화 중간중간 남자의 꿈 속에 나타나던 사슴 형상을 한 괴물이 나타나 차 앞유리창을 부수고는 남자를 끌고 가 버립니다. 그리고 더 이상 추위를 피할 길이 없어진 여자는 자기가 빠져 나왔던 트렁크로 다시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려요.

 다음 날. 눈보라가 멎은 후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자가 주인공들의 차를 발견하고 다가와서 여기저기 박살 난 차를 살피고, 트렁크를 여니 꽁꽁 언 시체 모습의 진짜 주인공님 얼굴이 보이다가... 갑자기 확! 하고 눈을 뜨고 숨을 몰아 쉽니다. 이대로 바로 엔딩이에요.

    • 일단 도입부가 확 신선하진 않아도 흥미를 자극하네요. 거기다가 소소하지만 알차게 만들어진 소품, 특히 눈 속의 범죄물이라니 저도 이런 거 좋아합니다. 최근 국내작 '하얀 차를 탄 여자'도 있었고 스타일은 확 다르지만 '심플 플랜' 같은 작품들도 참 좋아해요.


      아무튼 더 이상의 정보는 찾아보지 않고 저도 챙겨보겠습니다. 소개 감사해요. ㅋㅋ 

      • 맞네요. 생각해 보니 그 영화랑 좀 닮았어요. 정말로 보신다면 본문에 적은 것보다 많은 공통점을 찾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부디 맘에 드시길 빌 뿐입니다... 하하;

    • 포스터부터 확 좋은데 내용은 더 좋은가보네요. 기억해두겠습니다. 올해도 분명 폭염일 한여름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보면 더 시원한 느낌일라나요ㅋㅋㅋㅋ
      • 뭐 특별한 작품까진 아니어도 이 정도 완성도면 좀 성공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또 클라이막스 부분에 강렬한 훅 같은 게 없는 게 좀 아쉽기도 하구요. 그래도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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