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망상

10년 다닌 찻집이 있습니다. 아, 까페라고 해야 하나요.

북까페 설정인가 안에 책이 꽤 많아서, 그 동안 좋은 책이 나왔을 때 몇 권 선물 비슷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뭐 그냥 부담스러운 짐 비슷한 그런거였을까요

어쨌든 주인장이 퍽이나, 개인적 취향으로다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실직/퇴직하고 가게를 차렸나 봐요. 출판이나 홍보? 쪽 관계자였던 것도 같고.

그런데 드나든 지 5년쯤 되었을까? 스물스물 망상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자, 내가 유명 유명 작가가 되면 말이지, 내 책을 제일 잘 보는 곳에 두게 되지 않을까?

내 멋진 사인이 벽에 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 이거 어디 언론과 인터뷰라도 하게 되면 장소를 꼭 여기로 잡아야겠어.

꼭 이 가게 이름이나 사진이라도 나가게 해야지

----------------------------

반대 망상

자, 이 가게가 지역 명물로 우뚝 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인스타건 유튜브건 입소문이 나서 아주아주 유명유명 까페가 되는 거야

손님도 미어터지고

바로 그때, 정중앙에 내 책이 떡 하니 있는 거지.

주인장의 배려로,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단골 손님의 책이올습니다. 

아, 그렇군요 작가 이름이? 책 제목이? 

그리하여 나도 덩달아 유명해지는구나~~~

--------------------------------

주말인데 저 결혼 안하고 나이만 처먹은 무리가 또 찾아왔구나, 싶은 주인장의 눈빛을 보면서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하려고요! 여기서 프로포즈를 좀 하겠슴다! 이러면 주인장이 깜짝 놀라겠지?  

혹은, 어, 북유럽에 좀 다녀오려고요. 흠, 뭐 필요한 건 없으신지?

이런 망상들 말입니다.

--------------------------------

주인장의 찻집은 딱 10년을 채우고 얼마 전 문을 닫았습니다.

아무 상관 없는 남의 일인데, 나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참 좋은 곳이었는데, 나는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내 망상 중에서 실현 된 것도 단 하나도 없었고요


문을 닫은 걸 알고 기억하고 있던 번호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고맙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아마 누가 보낸 지는 모를 거에요. 

문을 닫은 후에야 생각이 나서 인스타를 둘러보니 그래도 손님이라고, 내 책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정성 어린 소개글도 있었습니다.

------------------------------

죄송합니다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 








    • 어제 읽은 도로시 파커의 단편 the standard of living 에 같이 사무실 잡일하는 두 여자가 1천만 유로가 생기면 뭘 사는가,단 다른 사람들과 쓰거나 하는 건 빼고란 놀이를 하며 노는 얘기였는데 그게 생각나네요.

      가끔 예전 사진 보면서 지금은 없어진 장소,사람들 생각하고는 합니다.
      • 100만 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판을 키우네요 하긴 사람 욕심이 끝이 없지요 누가 만들었는지 단편 영화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대사하는 게 전부니까, 단편 영화에 잘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래도 10년을 하다 닫으셨으면 흔히들 말하는 '망했다'와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 보아요.


      고딩 때부터 10여년을 단골로 다녔던 학교 앞 서점 생각이 나네요. 사장님, 사모님과 사모님 동생이 셋이서 일하던 곳이었는데. 하도 오래 자주 들르다 보니 제 이름도 아시고 걍 반말로 누구야, 이렇게 부르던 정든 곳이었지만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셨죠. 아주 하찮은 퀄리티의 홈페이지도 만들면서 나름 애를 쓰신 걸 알기에 더 슬펐어요.

      • 아 그 시절에는 또 서점이 있었지요 "나름 애를 쓰신 걸 알기에" 맞습니다 슬펐습니다ㅣ

메인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개편과 관련된 몇몇 정보들. 9 300 05-11
622 [왓챠바낭] 제목대로의 이야기일 리는 없다고 알고 봤지만. '슈퍼 해피 포에버' 잡담입니다 24 00:25
621 블루투스 헤드셋 목에 걸어도 음악 재생 되나요? 2 78 05-22
620 마이클 잭슨&믹 재거 ㅡ the state of shock 41 05-22
619 26년간 저의 큰 영화 스승님이셨던 임재철 영화평론가님 추모 행사가 필름포럼에서 5월 22일, 23일에 진행… 129 05-22
618 [쿠팡플레이] 옛날엔 이렇게 재밌지 않았는데? '도망자' 잡담입니다 8 202 05-21
617 (*스포) [마이클] 보고 왔습니다 4 142 05-21
616 [애니비추] 햄릿을 낫토에 비비고 와사비에 찍어서 드셔보세요 '끝이 없는 스칼렛' 3 115 05-21
615 "나 프린스랑 사이 안 좋아" 2 171 05-21
614 [왓챠 영화 4탄] ‘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에쿠우스‘ 11 174 05-20
613 the Jacksons의 Can you feel it 4 85 05-20
612 [쿠팡플레이+파라마운트] 이게 왜 재밌죠. '총알 탄 사나이(2025)' 초간단 잡담입니다 8 277 05-20
611 [디플] 감질맛나는 '더 퍼니셔: 원 라스트 킬' 6 211 05-19
610 (쿠플) 하우스 메이드 ........... 제법 괜찮네요. 4 241 05-19
609 [게임바낭] 게임인 듯 게임 아닌 듯, '믹스테이프' 간단 소감입니다 6 181 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