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번역한 논픽션이 본국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

보통 회고록이나 수필, 자서전 비슷한 걸 여러 권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원본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안 썼습니다. 

출판사가 계약을 한 책을 내게 제공하고, 나는 그걸 또 다른 계약을 통해 번역해서 다시 출판사에 보냅니다. 그리고 입에 풀칠을 합니다.


무슨 프랑스까지 날아가 작가를 만난다는 둥, 서로 연락을 취한다는 둥 하는 건 생계형 번역가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지요

좀 흥분했을 때는 이메일을 보낸 적은 있어요 내용이 정확하게 이해가 안 되어서---다행이 놀랍게도 금방 답장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만.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찾아볼 수 있는 자료도 점점 늘어나고, 저자가 아예 개인 홈피를 통해 책 설명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렇게 번역 문제는 해결하고, 일하고 그러고 살았는데요.


언젠가부터 구글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이 따로 정리되어 뜨고, 거기에 reddit이라는 곳도 심심찮게 등장해요.

그러다가 최근에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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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자서전 비슷한 거였는데, 갑자기 미국 사이트에 책의 저자 경력이 의심스럽다는 글이 주루룩 뜨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업계 종사자도 나와서 꽤 구체적이더군요. 한국과 비슷했어요. 학력 위조 문제, 박사는 제대로 딴게 맞느냐, 이쯤 되면 이건 논픽션이 아니라 그냥 소설이라고 해야하잖아! 등등

더 찾아보니 무슨 신비주의 전략인가, 출판사도 저자 본인도 필명을 내세우고 이리저리 실마리를 흘리면서도 의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없더군요.

게시판 일반 사람들은 나중에는 출판사며 책을 광고한 언론사까지 욕을 하는데도 뭐 그러저러 그렇게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그런 게시판에는 시녀 비슷한 사람들이 출몰해서 우리 작가님 그럴 리가 없다능! 따지고 드는 너 학력도 의심스럽다능!

이런 글들도 많았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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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책은, 감동 실화 인간극장 뭐 그런 책이었습니다. 사기를 당해 재산을 잃고, 병을 얻고,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뭘 해보자 했는데....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 병도 낫고, 그걸 책으로 썼더니 돈도 굴러 들어오고 행복해요 감사해요 하하하!

이걸 그냥 일반 사람 말고, 기자가 양심을 걸고 취재에 들어갑니다. 

너 사기 당한 게 아니라, 사기 치다가 걸려서 감옥 안 가려고 합의금으로 재산 다 털린거지? 병 걸렸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지?

죽기 전에 뭐 해봤다는 것도 그냥 하는 척만 한 거지?

반응은---"재산 다 날린 건 팩트에용!" "병 걸린 것도 팩트에용! 글고 사람은 어차피 다 죽잖아요? 좀 과장해서 말한 건데 나한테 왜 그래용!"

"아 몰랑 빼애애액 나 기분 따운됐어 너 고소!"


이 사람은 좀 크게 해 먹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경우에요. 하지만 저쪽 나라 소송이라는 게 이리저리 지지부진하니 승부가 언제 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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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알고리즘이라고 해야 되나, 작업을 위해 검색을 하다 요즘은 이런 본토/본국 사정도 알게 됩니다.

여기서 번역자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하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저렇게 원본이 무슨 사기로 밝혀지면 한국 독자는 한국 출판사에 항의를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마 저작권 계약서에 뭐라고 되어있나 그게 관건이겠지요.


저쪽 나라나 여기나 의외로 사람들 사는 게 허술한 거 같기도 하고, 저런 거짓말이 얼마나 통할거라고...정말 사람이 간도 크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사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소위 말하는 고대의 "이야기꾼"들이 사기꾼의 원형일까요?? 호메로스라던가 뭐...


 


    • 잘 읽었습니다. 뭐 단적으로 종교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원조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DAIN_

      • 애초에 그 옛날 노동 안하고 가만히 서서 입으로만 떠드는 놈이 있었으면 당연히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ㅎㅎㅎ

        • 론 허버드가 사이언톨로지 만든 이유가 종교는 돈이 되어서라잖아요. 맨슨 사건 다룬 검사가 쓴 헬터 스켈터 읽어 보니 맨슨도 사이언톨로지에 관심이 있었더군요. 사이언톨로지 몇 가지 용어 개념 가져온 게 키스 라니에르가 만든 nxivm
          • 집에서 일하고 있으면 자꾸 여호와의 증인이 찾아오는데 종교+돈? 이렇게 물어봐야 웃으며 부정하겠네요

            • 모르몬교가 미국 내에서 종교로 인정받으려는 것도 종교조직은 면세가 되서라죠.

              대학 동기가 목사인데 저도 진작 신학대 가서 목사했으면 교회사업할 수 있을 걸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에서 카페 운영 다 탈세의 온상이잖아요.




              목사 자녀들이 미국 유학도 많이 가고,학폭 논란있는 여배우도 목사 딸이더군요

    • 그 많은 '자기 계발서' 히트 작가님들도 다 그렇잖아요. 그런 책으로 부자 되기 전까지 그런 책을 써서 남에게 훈계할 만큼 성공한 사람이 거의 없... ㅋㅋㅋ 그 중 가장 유명한 모 님처럼 본인이 직접 밝힌 과거들이 싹 다 거짓말 논란에 들어가 있는 분도 계시고. 음(...)

      • 자기 계발서 번역을 극혐하던 시기도 있었지요 그러다 통장 잔고가 거의 바닥 났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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