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함정(?)에 빠진 남자 '더 베타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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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걸 목격했으니 빨리 출동해달라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어딘가 매우 불안해보이는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식탁에 가서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자기가 최근에 의문의 편지를 받았는데 자신이 원하는 성적 판타지들을 체크해서 답장을 하면 그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익명의 상대와 아무런 댓가, 조건이 딸려있지 않은 원나잇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었고 고민하다가 결국 응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부부생활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진정한 행복감을 느꼈고 재산분할 같은 건 필요없으니 '5000불'만 받고 이혼을 하고 싶다네요. 과연 남편의 반응은?


장면이 전환되고 영화의 진주인공 조던이 소개됩니다.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 소속 매우 잘나가는 에이전트이고 이쁘고 착하고 교양있는 현모양처 타입의 약혼녀와 곧 결혼을 앞둔 모든 걸 가진듯한 남자인데 오프닝씬의 여성이 받았다는 바로 그 편지를 받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평화롭고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던 그의 삶이 통째로 뒤흔들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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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광고에 나올 것 같았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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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안절부절 못하는 패닉으로)



- 당연히 여기서 주인공이 유혹을 이겨낸다면 다음 스토리가 진행이 될리 없겠죠? 결국 본인이 꿈꿔왔던 여러가지 판타지들을 체크해서(특히 뭔가를 강조하는데 ㅋㅋㅋ) 매칭된 상대와 지정된 호텔방에서 서로의 신분을 모르도록 눈가리개를 하고 환상적인 하룻밤을 보냅니다. 유부남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한눈 판셈 치고 이제 다 잊어버리고 원래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조던은 완벽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멘탈적으로 많이 약한 인간이었고 원나잇 상대가 누군지 알고 싶은 욕망, 현실이라기엔 너무 좋아서 의심이 가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어디이며 애초에 자기를 어떻게 알고 편지를 보냈던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에 지배당하게 됩니다. 결국 약혼녀,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 일에도 심각한 지장을 줄만큼 집착하게 되고 이렇게 차근차근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지랄발광 삽질을 구경하는게 주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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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의심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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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지경까지)



- 기본적으로 에로틱 스릴러를 표방하는데 주인공의 직업이 할리우드 에이전트이다보니 그 동네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더 넓게 보면 겉보기에 돈 잘 벌고 고급스럽게 치장하고 다니지만 속은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차있고 찌질한 인간들과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한 풍자 블랙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 크리스챤 베일의 '아메리칸 싸이코'가 연상되는 면도 있는데 안그래도 '아메리칸 님포'라고 비유한 현지 리뷰도 있더군요. 그 영화의 패트릭 베이트먼도 정말 어처구니 없고 한심한 놈이었지만 이 영화의 조던은 그정도로 과감하게 막나갈 능력(?)도 용기도 없는 주제에 더 심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열화판 패트릭 베이트먼입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말빨로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나가려고 해보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멍청해보이고 비호감이 되는 대단한 재주를 갖고 있어서 애초에 어떻게 이 바닥에서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나 싶을 정도죠. ㅎㅎ


할리우드 관련된 풍자, 비판 요소들은 알아듣기도 좋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타율도 좋습니다. 하비 와인스타인 후의 할리우드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라던가 이런 부분들을 너무 엄근진하게 파고들지는 않는 과정에서 잘 건드렸어요. 다만 현대 인터넷,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개인정보 등과 연결되어 후반에 드러나는 이 모든 일들의 배후 등은 상대적으로 약하기도 하고 좀 편의적으로 사용됐어요. 이정도 규모의 독립영화에서 진짜 큰 거 한방을 보여주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겠지만 이래저래 안티 클라이막스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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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 여건(또는 아이디어)의 한계로 상대적으로 아쉬운 결말부를 제외하면 한시간 반동안 한심한 주인공의 뻘짓들을 깔깔 비웃으며 나름 궁금증을 잘 자극하는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재미는 쏠쏠한 작품이었습니다. 제작, 공동각본/연출, 주연을 도맡은 짐 커밍스는 최근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나름 만능 재주꾼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대주입니다. 여기서 보신 분 몇명있는 것으로 아는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의 앙상블 출연진 중 가장 비중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었구요. 필름메이커로서 얼마나 크게 될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지만 그 유마 카운티...에서도 그랬고 이런 도덕적으로 갈등하는 캐릭터 연기만큼은 대단히 뛰어나네요.


지난 두 연출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했는데 특히 이 작품은 'Wefunder'라고 투자에 참여한 개인들이 만약 이 영화가 수익이 난다면 일정 퍼센티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총 30만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미국의 유명 독립 배급사 IFC 필름에 판매하면서 그 30만불 본전을 찾았고 극장 흥행은 3만7천불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정도면 투자자들이 그렇게 많이 이득을 보거나 하진 못했겠지만 어쨌든 재능있는 독립 영화인을 후원하면서 그 작품이 호평 받았고 뭐라도 남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티빙에서 봤고 웨이브, 왓챠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 주인공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영화 잘 안 보는 저인데!!)했더니 유마 카운티에 나오셨었군요. 제작, 공동 연출까지 하고 그게 또 나름 괜찮은 결과였다니 재주꾼 맞네요.

      언제 볼지 모르지만 올려주시는 영화들 일단 다 찜은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티빙, 웨이브, 왓챠 중 하나쯤은 한달 구독으로 바짝 달려볼까 싶네요
      • 저도 '유마 카운티...'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독립영화계에서 열심히 다방면으로 뛰고계신 분인줄 몰랐네요. 앞으로 응원합니다.


        왓챠를 힘내라고 계속 구독은 해놓고 있는데 이제 정말 끝이 다가오는 것 같더군요. ㅠㅠ 티빙, 웨이브 둘 중 하나는 해놓을만 하죠. 합병은 도대체 언제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ㅋㅋ 간만 몇년째 보는지

    • 아 이거 저는 찜만 해놨는데요. 부지런한 레이디버드님... ㅋㅋㅋ 덕택에 어떤 영환지 자세히 알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배우님 이름으로 검색하면 디즈니 성우로 활동하는 동명이인 다른 배우님 정보만 잔뜩 나와서 잠시 당황했습니다만. 유마 카운티 나오신 분이라니 대략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 감독님은 뭐하시나 찾아보니 '이블 데드' 신작 감독을 맡으셨네요? ㅋㅋㅋ 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기대하겠습니다...

      • 보는 건 부지런하게 보는데 글을 그만큼 올리지 못해서 문제죠. ㅠㅠ




        정말 구글에 이름만 치면 그 성우님이 뜨네요. 사실 이 짐 커밍스 참여작들은 아직까진 진짜 소수 매니아들만 보는 정도이니 그럴만도 하죠. 감독으로도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일단 현재로서는 연기력이 더 눈에 띕니다. '이블 데드'는 13년작이랑 라이징까지 최신작들을 잘 뽑아놓고 제대로 시리즈화는 안하는 전통(?)을 이어가며 또 다른 신작이 나오나봐요. 찾아보니 올해 촬영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도 딱히 출연진 중 유명배우는 없네요. 아무튼 유마 카운티가 재밌었으니 그것도 기대를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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